[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66) 이것은 신 없는 시대의 비극이요, 재앙의 시작일 뿐이다

성접대 의혹과 관련, 가수 승리가 피의자 신분으로 14일 오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성접대 의혹과 관련, 가수 승리가 피의자 신분으로 14일 오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가수 빅뱅의 멤버인 승리(예명)의 성 접대, 몰카 공유, 마약, 경찰과의 유착 등이 도마에 올랐다. 이로 인해 승리는 연예계를 떠나야 했고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중이다. 한 마디로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과 한류의 현 주소를 드러낸 사건이다.

헌데 승리는 그의 예명처럼 승리한 것일까? 인생이란 대장정에서 앞으로 어떤 반전이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로선 그는 패배했다. 그 혼자만의 패배인가? 아니다.

첫째, 아이돌과 아이들의 패배다.

아이돌의 탄생 과정을 보라! 연예기획사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복잡한 제조 공정을 거쳐 아이돌을 인기 상품으로 제작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돌은 그냥 육성되는 게 아니라 철저히 사육된다. BTS(방탄소년단)의 성공에서 보듯 한국의 아이돌은 세계 젊은이들의 우상이었으나, 지금은 조롱거리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그런데 아이돌을 상품화, 우상화한 건 철부지 아이들의 맹목적 성원과 열광 탓이다. 오빠부대, 연예인 팬클럽 같은 광팬들이 아이돌이 태어나는 온상이 됐기 때문이다.

둘째, 교육의 패배다.

입시 교육에 매몰된 이 나라의 학교 교육은 인간(인성) 교육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가정교육은 부모가 더 이상 훈육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나는 친구 같은 부모”라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 부모는 친구가 될 수 없다. 자식이 잘못하면 따끔하게 질책하고 때로는 회초리를 들어야 하는 게 부모인데, 한국의 부모들은 일찌감치 이것을 포기했다.

사회는 학교와 가정에서 습득하지 못한 온갖 것들을 가르치는 배움터다. 특히 언론은 사회 교육의 중추적인 역할을 자임해야 하는데, 일부 방송사들은 아이돌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겨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면서 눈 먼 아이돌을 치부의 도구로 이용했다.

셋째, 기성세대의 패배다.

자식들 세대의 잘못된 가치관, 인생관―저급하고 저질스러운 속물주의, 배금주의, 쾌락주의 같은―을 바로잡아 주기 보다는 그들에게 편승, 부화뇌동하고 아이들의 일탈과 방종을 방관해서 결국은 범죄의 방조자가 됐다. 한심하게도 어른들 일부는 아이돌의 팬이 되고, 저들의 해괴망측한 노래를 흥얼거리는 게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것처럼 위선을 떨기도 했다.

가소롭게 ‘승리’는 피츠 제랄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흉내내며, 스스로를 ‘승츠비’(승리+개츠비)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이는 기독교 문명국가인 서양문화의 본질―신에 대한 외경심, 희생·헌신·봉사, 배려와 절제 등―을 보지 못하고 나쁜 현상―범죄, 폭력, 마약, 섹스 등 쓰레기 문화―만을 수입한 결과다. 따라서 기성세대는 후계세대에게 인간과 인생과 세계를 바라보는 통찰력과 안목을 심어주지 못한 걸 통탄해야 마땅하다.

필자의 결론은 이렇다. 우리는 승리는 비난할 수 있는가? 없다.

우리에겐 그럴 자격이 없다. 우리 모두가 합작해 ‘승리’라는 괴물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냄비 근성의 한국인들의 집단 망각증은 ‘승리’의 비참한 패배를 잊어버리고 또 다시 제2의, 제3의 승리의 출현을 고대할 것이다.

파천황의 정신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대중의 환호 속에 돈과 명성의 노예가 돼 자신을 주체할 수 없는 아이돌이 떼거리로 등장하는 ‘아이돌의 귀환’을 우리는 보게 될 것이다.

분명히 이것은 신 없는 시대의 비극이요, 끝없는 재앙의 시작일 뿐이다. / 장일홍 극작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