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의 산물] 114. 금능리 배령포 산물

마을 안 금동산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금능리의 옛 이름은 배령리(베령이, 盃令里) 혹은 배령포다. 마을 중간에 잔과 같은 동산이 있으므로 배령리(盃令里)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고려사에는 ‘1002년(고려 목종 5년) 상서로운 산이 바다 가운데서 솟아 나왔다’고 기록한다. 비양도가 솟아오르면서 해일로 인해 마을이 침수되고 주민들이 전멸되다시피 한 후, 마을이 새로 생겼다고 한다. 모살(모래의 제주어)이 많아 모살동네라고도 부르는 바닷가는 멸치잡이가 성행했던 곳이다.

금능해수욕장과 배령포구 사이에 장수콪(장사콪)이 있는 마을 바닷가에는 작지만 넉넉함을 주는 산물이 있다. 이 산물은 용암 암반 틈을 뚫고 솟아나는 장수콪물과 소원알물이다. 콪은 ‘곶’으로 ‘바다로 뻗어 나온 모양을 한 곳’을 의미한다.
 
장수콪물은 금능해수욕장 바로 인접한 서쪽에 큰 원이라는 장수콪원에서 용출하는 산물이다. 이 산물은 작은 언덕을 형성하는 용암바위 밑 궤(동굴) 같이 생긴 용암경계부에서 물이 솟아난다. 그리고 산물은 주위의 용암바위를 의지하여 사각 형태의 돌담을 쌓아 보호하나 식수통은 없다.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장수콪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장사콪’인 큰 원 동쪽 작은 원에도 ‘작은 원 아래 있는 물’이란 뜻의 소원알물이 있다. 이 산물은 바다 끝 암반인 빌레(너럭바위의 제주어)를 의지하여 둥그렇게 반원의 돌담을 쌓았는데, 목욕 등 생활용으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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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알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두 산물이 특징이라면 보호시설 안에 의자 형태의 물 턱을 만들었다. 이 물 턱에 앉아 산물에 발을 담고 금능 바다의 황금빛 모래와 함께 섬 속의 섬인 비양도의 이색적인 풍경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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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콪물 용출 광경.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금능석물원 동굴에도 정구수라는 산물이 솟는다. 이 산물은 정구수굴 입구 서쪽에 있는 물이다. 돌계단을 놓여 있는데 물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었다고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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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수굴.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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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수.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산물은 정씨의 사냥개가 궤(동둘)로 들어가는 보고 발견한 물이라 해서 ‘정+구(狗)’를 합해 정구수라 부른다. 이 산물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는 법이 없다고 알려진다.

돌담을 쌓아서 먹는 물, 빨래하는 물, 목욕하는 물로 나눠 사용했다. 금능리 마을제를 지내기 전에 부정한 몸을 씻던 장소다. 마을제를 지낼 때 제수로 사용했던 소왕물이 정구수 아래쪽에 있었는데, 지금은 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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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수 용출 광경.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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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가 된 정구수.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고병련(高柄鍊)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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