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자전거 여행가' 김수운 씨...환갑 훌쩍 넘겼지만 150개 국 여행 도전 목표

자전거를 타고 세계일주에 도전하고 있는 자전거여행가 김수운(65) 씨.
자전거를 타고 세계일주에 도전하고 있는 자전거여행가 김수운(65) 씨.

아시아의 동쪽 끝자락 한반도의 제주 섬에서 출발, 자전거와 함께 전 세계를 누빈 지 꼬박 10년. 벌써 지구의 약 반 바퀴를 돌았지만 그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주에서 출발해 지구촌 70여개 국가를 자전거와 함께 누벼온 김수운(65) 씨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앞만 보고 내달렸던 젊은 날, 일궈왔던 사업을 확장하며 나름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강은 뒷전이었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자신의 몸에 잇따라 적신호가 켜지고 나서야 지난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지인이 권유한 것은 '자전거' 였다. 그렇게 접하게 된 자전거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았다.

"자전거를 타게 되니까 내가 못보던 세상을 보게 되더라고요. 가다가 장이 서 있으면 들어가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마음에 드는 식당이 있으면 들어가고, 좋으면 2~3일 더 놀다가 갈 수도 있고. 모든걸 다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다음날이 되면 또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거에요."

자전거로 새로운 인생 2막을 활짝 연 자전거 여행가 김수운 씨의 '자전거 예찬론'이다.

자전거를 타고 세계일주에 도전하고 있는 김수운 씨. ⓒ제주의소리
자전거를 타고 세계일주에 도전하고 있는 김수운 씨. ⓒ제주의소리
자전거를 타고 세계일주에 도전하고 있는 자전거여행가 김수운(65) 씨. 지난 10년간 세계 70여개 나라를 자전거로 여행했다. 제주시 조천읍 해안도로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전거를 타고 세계일주에 도전하고 있는 자전거여행가 김수운(65) 씨. 지난 10년간 세계 70여개 나라를 자전거로 여행했다. 제주시 조천읍 해안도로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악화된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자전거 페달을 처음 밟았다는 김수운씨. 순식간에 자전거의 매력에 흠뻑 빠졌고, 나고 자란 제주를 떠나 세계 각 국을 누비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10년째다. 그동안 한중문화협회 회장, 환경실천연합회 제주본부장, 전도민자전거타기운동본부 회장 등 다양한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그러나 그 어떤 호칭보다 스스로를 '라이더'라고 칭하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 있다.

"처음 자전거를 탔던 순간부터 '아, 이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제주도는 내게 너무 익숙하고 길들이 거의 똑같게 느껴졌거든요. 새로운 환경과 풍경에 갈증을 느꼈어요. '새로운 길을 찾자'는 생각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됐죠."

처음 방문한 곳은 이웃나라 중국이었다. 북경과 상해를 시작으로 '차마고도'를 가로질러 티벳, 우루무치, 타클라마칸 사막 횡단에도 성공했고, 백두산을 마주하기도 했다. 중국 곳곳을 누비다보니 더 큰 욕심이 생겼고, 이내 타 대륙으로까지 눈을 돌렸다.

유럽으로 건너갔다.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주요 나라는 물론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으로 향하기도 했다. 다시 헝가리, 폴란드, 그리스,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등의 나라를 거치며 동진하기도 했다. 익숙하지 않은 나라들도 자전거를 타고 한달음에 내달렸다.

상대적으로 치안이 좋지 않은 멕시코,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파나마 등 중미와 콜롬비아,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 국가도 자전거 페달을 밟는 그의 발 아래 뒀다. 중동, 동남아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전거를 타고 세계일주에 도전하고 있는 김수운씨. ⓒ제주의소리
자전거를 타고 세계일주에 도전하고 있는 김수운 씨. 불가리아에서 만난 거리의 청년 악사.
자전거를 타고 세계일주에 도전하고 있는 김수운씨. ⓒ제주의소리
자전거를 타고 세계일주에 도전하고 있는 김수운씨. 노르웨이 국경에서 만난 현지 군인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거쳐온 나라가 10년 만에 70여개국을 넘어섰다. 1년 중 절반인 6개월 가량은 자전거와 함께 지구촌 곳곳을 내달렸다. 아프리카 대륙을 제외하고 이미 전세계를 누빈 셈이다.

대부분 말 한 마디 통하지 않는 나라들이 많고, 때로는 멀찌기서 총성까지 들려오는 나라도 있었다. 그에게 두려운 마음은 없었을까.

"왜 없었겠어요. 물론 위험한 지역도 있긴 하지만 살고 죽는건 하늘의 뜻이잖아요. 내가 만약 외국에서 죽는다고 한들, 제주에 있어도 죽는건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살고 죽는 것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자식에게도 혹시라도 내가 여행 중 죽게 되면 꼭 그 곳에 뿌려 달라고 당부해 뒀어요."

그렇다고 안전을 전혀 생각치 않는 것은 아니다. 밤에는 절대 돌아다니지 않고 아침 일찍 출발해 해가 저물기 전에 라이딩을 멈추는 것. 한적한 지방도로 대신 차량 통행이 많은 국도를 타고 다니는 것, 술을 최대한 멀리하는 것 등은 그만의 여행 철칙이다. 그는 "강도를 만나도 주머니에 있는 것들 다 내어주면 목숨은 지키지 않겠느냐"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의사소통은 만국 공통어인 '바디랭귀지'면 충분했단다. 언어가 걸림돌이 되지 않을 만큼 다양한 일화가 쏟아졌다. '스톱', '찰칵' 두 마디면 전 세계 누구와도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지도 한 장이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은 모두 그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세계일주에 도전하고 있는 김수운씨. ⓒ제주의소리
자전거를 타고 세계일주에 도전하고 있는 김수운씨. 63번째 방문국 코소보에서 만난 현지인들과 촬영한 사진.
자전거를 타고 세계일주에 도전하고 있는 김수운씨. ⓒ제주의소리
자전거를 타고 세계일주에 도전하고 있는 김수운씨. 사진은 북유럽 스웨덴의 평야.

김수운 씨는 지난 16일 다시 분신같은 자전거와 함께 여정길에 올랐다. 이번 도전은 미국 대륙 횡단이다. 뉴욕에서 출발해 로키산맥을 넘어 LA까지 다다르는 일정으로,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제주 후배도 함께 동행하게 됐다.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꼭 타야하는 이유가 있어요. 자연스럽게 수평을 잡다보면 늙어서도 균형감각이 발달돼 버티는 힘이 생겨요. 또 요즘 건강 생각해서 산에 오르는 분들이 많은데 관절에 무리가 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자전거는 관절에 전혀 무리가 가지 않고 근육이 관절을 감싸줍니다. 어떤 운동보다 자전거가 최고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벌써 환갑을 훌쩍 넘긴 그의 최종 목표는 자전거로 150개 국가를 방문하는 것이다. 2009년 첫 자전거 여행을 시작할 당시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가 무비자로 갈 수 있는 국가의 수가 150개국이어서 꿈꾸게 된 목표다. 2019년 기준 189개국으로 늘었으니 혹시 그의 목표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100개 나라를 돌아보고 오면 주변의 지인들을 초대해서 작은 기념회를 갖고 싶습니다. 100개 나라만 넘어가면 그 이후에는 어느 나라에서 여행이 끝나게 되더라도 두렵거나 억울할 것도 없을 것 같아요. 여러분도 도전해보세요. 그 도전이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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