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슈 빨리감기] (8) 2010년대 제주 부동산 열풍 돌아보니

제주도에게 지난 10년은 급변의 시기였습니다. 전국에서 집값, 땅값이 가장 빠르게 오르는 곳이 제주가 될 거라고 누가 상상했을까요?

2010년부터 2014년 10월까지 제주의 집값(주택매매가격)은 15.3% 올랐는데 이는 전국의 두 배 수준입니다. 특히 이 기간 아파트는 33.7% 올라 전국(11.1%)의 3배를 넘었습니다.

2015년과 2016년은 드라마틱한 시기였습니다. 제주는 2년 연속 전국에서 집값과 땅값 모두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었습니다. 각종 부동산 관련 통계에 ‘전국 최고, 사상 최대’라는 설명이 붙었습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제주 이주 열풍으로 매해 1만명이 넘게 불어난 인구. 관광객도 급증해 연간 1500만명을 돌파하면서 각종 개발사업이 많아진 것도 또 다른 원인입니다.

늘어난 사람들에 비해 주택 수가 부족했고,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자 투기세력까지 끼어들면서 가격이 오른 겁니다.

집이나 땅을 되팔아 막대한 이득을 얻은 사람들이 생겨나자 “나도 부동산 투자를 해야지”하고 생각하는 도민이 늘어났습니다.

제주의 집값만큼 놀라운 게 가계대출 상승세. 가계대출이 뭐냐구요? 기업이 아닌 가정이 어떤 목적으로 쓰기 위해 은행에 빚을 지는 겁니다. 제주에서는 그 목적이 바로 ‘부동산 구입’이었습니다.

2014년, 6조원 수준이던 제주 가계대출은 2018년, 15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매달 제주도민들이 수백억원씩 빚을 진 겁니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매달 압도적으로 전국 1위를 기록해왔는데, 이젠 위험한 수준입니다. 왜냐구요?

부동산 투자를 위해 빚을 졌을 때, 집이나 땅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구입하려는 사람이 없어 집이 팔리지 않는데 빚을 갚아야 할 시기가 돌아온다면 정말 큰일이겠죠?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2017년 3월 이미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통한 부동산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지역경제의 지속성장과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위험신호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2019년 제주지역 땅값 상승률은 전국 하위권이 됐고, 주택과 토지 거래량이 줄어들었습니다. 건설은 했는데 팔리지 않은 집이 1200호가 넘고, 건설회사의 부도가 우려된다는 예측까지 나옵니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집을 살만한 여력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빚을 지고 뒤늦게 부동산 투자에 합류한 사람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지난 10년 간 제주는 급격한 변화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부동산 열풍에 세금도 더 걷히고, 건설회사들이 행복해 했습니다. 많은 제주도민들이 부동산과 재테크에 매달리면서 삶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흐름이 지속가능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축제가 끝나고 난 뒤, 제주는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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