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36. 피뿌리풀 (Stellera chamaejasme L.) -팥꽃나무과-

이번 주는 도금양목 팥꽃나무과의 ‘피뿌리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점차 사라지는 식물이 꽤 많은데 그중 하나가 제주에서 자생한다는 피뿌리풀입니다. 해마다 5월 중순이 되면 이 피뿌리풀이 초지에 붉은 색감으로 피어나는데, 그 많던 자생지가 점차 훼손이 되면서 해마다 개체수가 감소하는 중입니다. 현재는 멸종위기식물로 분류된 실정입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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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침략과 예속화에 반발해 삼별초군이 난을 일으키고 진도와 제주도를 근거지로 대항했습니다. 고려 조정과 몽골은 많은 군사를 동원해 삼별초군을 토벌했습니다. 이때부터 몽골군이 제주도에 군영을 설치하고 군마를 길렀는데, 말먹이로 가져온 건초에 이 피뿌리풀이 섞여 들어오거나 말의 치료제로 들어왔다는 추측도 있으나 확실한 근거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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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에서는 이 피뿌리풀이 흔한 잡초라고 합니다. 몽고말로는 '달랑투루'라고 합니다. 의미는 '70개의 머리를 가진'이란 뜻인데, 부케처럼 여러 개의 작은 꽃들이 모여 하나의 꽃을 이루고 있는 형태를 보고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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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식물명감》(1949, 박만규)에는 처녀풀, 피뿌리꽃이라고 명시합니다. 《조선식물향명집》(1937, 정태현 외)에서는 북한명으로 처녀꽃이라고 합니다. 다른 도감에서는 황해도 이북에서도 자생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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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던 피뿌리풀. 하지만 무분별한 도채로 인해 만나기 어려운 식물이 되어 버린 지 오래입니다. 지금은 멸종위기식물 2급인 안타까운 식물입니다. 멸종위기의 주된 원인은 자생지 주변의 개발이나 생태 환경에도 문제가 있지만, 인간들의 무분별한 행동과 비양심적 행위로 인한 것임은 야생화를 담는 이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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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마다 보는 피뿌리풀이지만 그 희소성 때문에 어느새 알려 주기 꺼려지는 식물이 돼 버린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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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뿌리풀의 이름 유래를 알아보겠습니다. 처음에는 흰색 꽃잎을 열어젖히다가 서서히 붉은 핏빛으로 물들고 뿌리까지 붉은색이기 때문에 피뿌리풀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자료를 보면 뿌리가 붉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많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뿌리가 붉은 것에서 이름이 유래한 것이 아니라 꽃이 피면 선홍색으로 물들어 가는 과정에서 유래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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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뿌리풀이 꽃피는 과정. ⓒ제주의소리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제주 오름에는 피뿌리풀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만나는 것 조차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만큼 무분별한 도채로 인해 제주에서 가장 귀한 꽃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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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뿌리풀은 고향인 몽고, 중국, 시베리아, 네팔 등 비교적 추운 지방에서만 자란다고 알려집니다. 북방계 식물이 제주에서 어떻게 자생하게 됐는지 알려주는 자료는 아직 없습니다. 처음에 설명했듯 고려가 몽고에 항복하면서 제주에는 탐라총관부가 설치되고, 이후 오름이 군마를 방목하며 기르는 장소로 쓰이면서 몽고의 말과 함께 들어 왔다는 이야기만 회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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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뿌리풀의 꽃말은 ‘슬픈 정열’이라고 합니다. 꽃이 너무 고와 도채 당하는 수난을 피뿌리풀은 알았을까요? 그래서 더욱 슬픈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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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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