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허창옥 부의장 제주도의회․농민장(葬) 영결식 엄수…“농민․농업 위한 당신의 삶 따를 것”

故 허창옥 부의장을 떠나보내는 영결식이 28일 지난 8년간 매일 출근하다시피 한 제주도의회 의사당 앞에서 엄수됐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23일 향년 56세를 일기로 타계한 故 허창옥 부의장의 영결식을 이날 오전 9시 제주특별자치도의회․농민장(葬)으로 엄수했다.

28일 열린 故 허창옥 부의장 영결식에서 헌화․분향하고 있는 김태석 의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위성곤 국회의원. ⓒ제주의소리
28일 열린 故 허창옥 부의장 영결식에서 헌화․분향하고 있는 김태석 의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위성곤 국회의원. ⓒ제주의소리

영결식은 고인이 평소 제주발전과 도민행복을 위해 혼신의 열정을 다해 뛰었던 제주도의회 의사당 앞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6시 빈소(대정읍 상모가든)를 출발한 운구차는 ‘정치인’ 허창옥이 있게끔 한 지역구(대정읍 알뜨르비행장, 자택 등)와 제주도농업인회관을 거쳐 오전 8시50분쯤 제주도의회에 도착했다.

김태석 의장(장의위원장)을 비롯해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석문 교육감, 위성곤 국회의원, 아내 김옥임 여사 등 유가족과 장의위원 등이 미리 도착해 운구차를 맞이했다.

영결식은 국기에 대한 경례, 고인에 대한 묵념, 약력 소개, 조사, 추도사, 추모시․ 추모글 낭독, 추모노래, 고인의 생전 영상 상영, 헌화·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영결식에서 조사와 추도사, 추모시, 추모글, 추모노래가 이어지자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거나 흐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김태석 의장은 ‘눈물의 조사’를 통해 “故 허창옥 부의장은 한평생 농민운동에 헌신해왔다. 20대 청년 시절에는 송악산 공군기지 반대 투쟁에 앞장서면서 거친 세상으로 들어갔다”며 “이후 농업현장에 몸담으며 제주지역 초창기 농민운동 조직화에 누구보다도 열정을 기울였다”고 회고했다.

故 허창옥 부의장은 제주 농업․농촌․농민들에게는 등불과 같은 존재였다. 대정초-대정중-대정고를 졸업한 후 고향으로 돌아와 농민운동에 투신했다.

1987년 제주에서 처음 만들어진 대정농민회 창립멤버로, 故 이야성 초대회장과 함께 제주지역 농민운동을 이끌었다. 이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제주도연맹 사무처장으로 실무를 맡아오다 제주도연맹 의장(2010년), 전농 부의장(2011년)까지 역임했다.

오열하고 있는 유족들. ⓒ제주의소리
오열하고 있는 유족들. ⓒ제주의소리

김 의장은 “농민운동에 대한 고인의 열정과 의지, 그 열정과 의지에 농민들은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의장,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등의 직책을 안겼다”면서 “정치의 길에서도 오직 농업과 농민뿐이었다. 농업과 농민을 위한 열정적인 의정활동을 인정받아 그 힘든 3선의 영예를 안았다”고 말했다.

의정활동과 관련해서도 “한중FTA 타결이 임박하자 감귤 등 제주농산물 11개 품목의 ‘양허 제외’ 관철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동료의원들도 고인의 열정을 높이 사 11대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고인이 열심히 일한 대가는 수많은 상으로 보상받았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이 땅의 농업과 농민의 미래를 노심초사하던 그 마음을 다 헤아리지는 못하겠지만, 님의 몫까지 다 해내겠다는 각오를 가슴에 담겠다. 남은 우리가 고인이 생전에 늘 희구했던 제주농업, 그리고 농민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다짐했다.

“소통과 공감의 정치, 발로 뛰는 허창옥!
추진력의 또 다른 이름, 뚝심 일꾼 허창옥!
현장 구석구석 주민의 아픈 곳을 보듬고
언제나 처음처럼 더 소통하겠습니다.
주민의 대변자, 발로 뛰는 뚝심 일꾼이 되어 대정읍민과 함께 뛰겠습니다.”

김 의장은 마지막으로 고인이 남긴 정치 슬로건을 읽은 뒤 “생전에 보여줬던 약자를 위해 헌신했던 그 열정은 우리들 마음 속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등불로 따오를 것으로 믿는다. 비록 영혼은 하늘에 계시더라도 항상 제주의 농민과 함께 하면서 제주를 보살펴 주고, 이끌어 달라”며 고인과의 작별을 고했다.

송인섭 전농 제주도연맹 의장은 추도사를 통해 “허창옥, 당신은 제주농민들에게 가장 빛나는 등불이었다. 당신은 제주농민들에게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었다”며 “당신의 삶에는 오직 농업, 농민, 농촌의 행복만이 전부였다. 당신의 진심이 있었기에 제주의 많은 농민들이 당신에게서 힘과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은 제주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제주를 지키고 제주가 올바른 미래가치로 나아가는 길이라면 주저함이 없었다. 행동하는 실천으로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며 “먼 훗날 당신을 다시 뵙게 될 때 그 뜻 이어받아 열심히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고 허창옥 부의장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를 떠나보내는 제주도의회 김태석 의장과 오정훈 의회사무처장. ⓒ제주의소리
고 허창옥 부의장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를 떠나보내는 제주도의회 김태석 의장과 오정훈 의회사무처장. ⓒ제주의소리

원희룡 지사는 추도사에서 “농업인을 위해 늘 진정성을 갖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제주의 미래를 걱정했던 부의장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거친 땅을 직접 일구며 농업인과 호흡을 같이했고, 항상 현장을 발로 뛰며 낮은 자세로 임했던 진정한 진보정치인이었다”며 “정성으로 키운 고구마를 수확해 도청까지 손수 들고와 나눠주던 당신의 따뜻한 온기가 지금도 느껴진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제주의 생명산업인 1차산업 발전과 제주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현장에 아로새겨진 부의장님의 발자국과 열정을 저희들이 신명을 다해 이어가겠다. 당신이 다 펼치지 못한 제주의 꿈, 당신이 다 보듬지 못한 도민의 삶, 저희들이 엄중하게 받들어 도민이 행복한 제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9대 의회에서 의정활동을 같이 했던 이석문 교육감은 “오늘만큼은 부의장이기에 앞서 동지였던 당신을 기억하고 싶다”며 “동지와 함께 전국 최초로 주민발의를 통해 ‘친환경 우리 농산물 학교급식 조례’를 제정한 순간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전국 최초 고교 무상교육과 무상급식 실현, 4.3평화인권교육의 전국화 역시 동지의 깨어있음이 이뤄낸 진보의 성취”라고 고인과의 추억을 더듬었다.

이 교육감은 “고인은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제주섬의 파괴와 개발을 온 몸으로 저항하며 생명의 존엄함을 지켰다. 도민들의 무거운 노동과 갈등의 짐을 함께 짊어지고 걸었다”며 “동지여, 하늘에서는 부디 자유롭고 편안하게 쉬시라. 종종 알뜨르를 찾아가면, 바람으로 들꽃으로 그 좋았던 넉넉한 웃음 지어달라”고 작별인사를 건넸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영결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헌화와 분향을 하며 故 허창옥 부의장을 추모했고, 운구차가 도의회를 빠져나갈 때는 목례로써 예를 갖춘 뒤 떠나보냈다.

한편 故 허창옥 부의장은 2012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내리 3번 당선된 3선 의원이다. 제11대 의회 전반기 부의장을 역임하다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별세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김옥임 여사와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