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발생한 전 남편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사체를 훼손하고 여러 곳에서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치밀한 계획적 범죄로 보고 범행 동기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강모(37)씨를 살해한 고모(37.여)씨에 살인과 사체손괴, 사체유기, 사체은닉죄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씨는 경찰조사에서 5월25일 밤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강씨를 죽이고 시신을 훼손해 복수의 장소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강씨의 동선과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제주~완도 여객선 항로와 육지부 또 다른 장소에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기장소는 최소 3곳이다.

경찰은 강씨가 5월28일 오후 9시30분쯤 제주에서 완도로 향하던 여객선에서 특정 물체를 바다에 수차례 던지는 모습의 CCTV를 확보했다. 

펜션에서 피해자가 어떤 식으로 살해되고 시신이 훼손됐는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경찰은 펜션 내부에서 살인과 훼손이 모두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숙소 내부 혈흔 형태를 분석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혈흔 형태 분석 전문가 6명을 투입했다.

피해자는 키 180cm, 몸무게 80kg의 건장한 체격으로 알려졌다. 반면 피의자 키 160cm, 몸무게 50kg 가량으로 체격 차이가 컸다.

경찰은 고씨가 범행 전 약물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피해자의 혈흔을 확보해 약물검사 벌이고 있다.

범행 전 고씨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니코틴 치사량’과 ‘살인도구’ 등을 검색한 사실도 포렌식 수사를 통해 확인되면서 약물 투여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고씨가 제주를 떠나기 2시간 전인 28일 오후 6시쯤 대형마트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 여러장과 여행용 가방을 구매한 것도 의심쩍은 행동이다.  

펜션에서 퇴실후 28일 여객선에 오르기 전 도내 한 병원에서 들러 오른손을 치료하기도 했다. 경찰은 고씨가 범행 과정에서 손을 다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펜션 인근의 CCTV에서 고씨 외에 또 다른 인물이 확인되지 않아 현재까지는 단독 범행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고씨도 경찰 수사에서 줄곧 단독 범행이라고 진술했다.

다만 범행 동기는 명확하지 않다. 고씨는 긴급체포부터 영장실질심사까지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찰은 여러 증거를 토대로 계획적 범행을 확신하고 있다.

오히려 고씨는 범행 후 이틀이 지난 27일 이미 숨진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경찰은 고씨가 시신을 훼손해 제주가 아닌 해상과 육지부 여러 곳에 분산해 유기한 점에 비춰 향후 수사에 대비한 행위인지도 확인중이다.

고씨의 범행 행태와 심리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해 프로파일러 5명도 투입해 면담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정확한 범행 동기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은 “여러 정황상 살인은 펜션 투숙 당일인 5월25일 오후 10시로 보인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지만 계획적 범행을 입증하기에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구속 만기인 11일까지 수사를 진행하고 시신을 확인하는데 주력하겠다”며 “송치 이후에도 추가 조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5일 오전 10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고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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