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69. 중국의 속내와 속성을 알아야 한다

이어도에 대해 한국과 중국은 자국민들의 어로 활동을 거론하며 ‘역사적으로 우리 것이다’라고 하지만, 구체적인 사료는 어느 쪽도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또한 양국은 자국의 설화 속에 이어도가 등장하므로 ‘우리 영토에 속한다’고 주장하지만 견강부회에 다름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 낸 허구에 불과한 설화를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아전인수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어도에 대한 문제 해결은 시원적 권원(權原)과 실효적 지배가 어느 쪽에 의해 행사되고 있느냐가 중요하며, 국제 해양법에 따른 국가 간 경계 획정의 방법, 즉 ‘중간선 원칙’과 ‘등거리 원칙’ 중 하나를 적용해야 한다. (대륙붕 협약 제6조는 대향국 간의 경계는 중간선으로, 인접국 간의 경계는 등거리 선으로 획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향국은 마주 보는 나라다.)

그러나 중국은 15m의 두께를 갖는 퇴적물의 대륙붕(흑산도 부근)까지는 중국의 바다라고 하는 ‘대륙붕 연장론’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뿐 아니라 해안선 길이와 인규 규모에 비례한 ‘형평의 원칙’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두 나라의 이해가 상충하는 이어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강제력, 구속력이 없는 국제 해양법으로는 불가능하고, 양국간 외교적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이 있지만 현재로선 요원하다. 어쩌면 등소평의 말처럼 “양국의 후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때까지 미래의 과제로 남겨둬야” 할지도 모른다.

한 마디로 이 문제는 언제 해결될지 모르고 영구미제로 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두 손 개고 가만히 앉아있을 수는 없으니 우리로선 50년, 10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 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한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이어도해양과학기지의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하늘에서 내려다 본 이어도해양과학기지의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필자의 생각으로는 해양 안보 의식과 영토 의식을 강화하고 해양 개척 정신을 고양하기 위해 가장 유효적절한 프로젝트는 ‘이어도 박물관’ 건립이라고 본다.

현대의 박물관은 유물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화석화된 공간이 아니다. 박물관은 인류의 문화유산을 저장할 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 꿈을 잉태하는 장소다. 사람들은 박물관에 가서 과거의 모습과 함께 미래상을 응시한다.

이어도 박물관에서 동시대의 한국인들은 ‘이어도 문화’를 즐기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이어도 역사’를 알고 태평양을 넘어 ‘해양 실크로드’를 개척하는 ‘장보고 정신’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이어도 박물관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 이어도 자료실 운영 : 이어도의 경제적, 역사적, 군사적 중요성을 보여주는 각종 자료(실물 모형·문헌·그림·영상 등) 전시

▲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중계 프로그램 운영
- 이어도 주변 해역 동영상을 통한 기상 예보 및 이어도 바다 체험 (명상·요가 프로그램)

▲ 이어도 체험형 관광 상품 개발
- 가상의 배를 타고 이어도 탐험 (3D 영화 상영)

▲ 이어도 애니메이션, 컴퓨터 게임 등 개발
- 청소년 교육용 에듀테인먼트

▲ 이어도 예술 축제 한 마당
- 이어도 설화를 소재로 한 마당극, 무용, 음악 공연

▲ 청소년 창작 경연 대회
- 이어도 소재 문학, 그림, 구연 동화 경연

▲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와 해양 영토 탐방
- 제주대학교 실습선 등을 활용한 해양 체험

▲ 22세기 해상도시 모형, 대규모 수족관 설치

▲ 태평양 연안 국가의 해양 문화, 해양 자원 자료 전시

▲ 4차 산업 혁명과 22세기 해양 산업의 청사진 제시

이어도는 태평양 시대의 교두보이자 해양 영토 확장의 전진기지라고 할 수 있다. 신라의 장보고처럼 한국도 반도라는 작은 땅을 넘어 그 몇 백 배에 달하는 드넓은 태평양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

전 세계 면적의 71%를 차지하는 해양을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해양 자원을 개척하는 일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이어도의 날’을 제정해서 제주도와 제주도민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내외에 천명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의회는 ‘일제 잔재 청산’ 조례와 같은 시대착오적인 조례를 발의하지 말고 도민의 대의기관답게 이런 조례를 내놓아야 한다.

몇 년 전 도의회에서 이어도의 날 제정 조례를 발의했으나, 중국의 눈치를 본 외교부의 반대로 무산된 일이 있다. 중국은 자신에게 당당히 맞서는 상대를 두려워하고 고양이 앞에 쥐처럼 설설 기는 만만한 상대를 깔보고 억눌러 왔다.

우리는 중국의 속내와 속성을 간파하고 있어야 한다.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다케시마(독도)의 날’을 운영한다고 한국이 일본 정부에 항의해 봤자 말짱 도루묵이었다는 전례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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