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⑦ 노동조합을 통해 찾는 노동자의 권리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노조가입률은 10%선에 머물러 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활동하기가 매우 힘든 구조다. 출처=김경희. ⓒ제주의소리 

노동법 vs 현실

일하는 사람의 노동 조건에 대한 노동법 조항에는 쓸모 있는 조항들도 꽤 많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현실에서 적용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노동자에게 휴일근무나 연장근무를 지시하기 위해서 사용자는 노동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노동자는 당연히 거부할 권리가 있다. 일하기로 사전에 약속한 소정근로시간 이외는 자유시간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용자로부터 요구되는 추가근무를 거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친구들과의 즐거운 약속을 휴일에 잡아두었지만 회사의 사정으로 약속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노동자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신청했을 때, 사용자는 법상 요건이 충족된 상황이라면 반드시 부여해야할 의무가 있다. 관련 휴가제도는 연차 사용처럼 사용자의 시기변경권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은 그 신청 단계에서부터 눈치를 보게 되고 어떤 경우에는 회사로부터 사직 권유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연봉계약을 맺으면서 회사가 어렵다며 동결 혹은 삭감된 계약서를 내미는 경우도 있다. 근로조건이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동의가 없으면 효력도 발생하지 않는다. 법상으로는 노동자가 삭감된 연봉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용자는 기존의 연봉으로 계속 지급하고, 사용자는 삭감된 연봉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징계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않다. 

노동자의 권리를 현실화 하기 위해서는...

헌법은 노동자의 노동조합 활동 권리를 이야기한다.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나 교육 받을 권리가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헌법은 노동자에게 노동 조건 향상을 위해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한다. 노동자와 사용자의 대등한 1대 1의 관계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에 노동자가 단결해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혼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면 현실로 나타나기도 한다.

화장실 한 구석에서 숨죽이며 끼니를 때워야했던 청소노동자에게 휴게실이 주어졌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해야 했던 마트 계산원 노동자에게 앉을 의자가 주어졌다. 면세점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감정 노동에 대한 보상 휴가와 수당이 생겼다. 게임 업계 종사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던 포괄임금제가 폐지되었다. 법에 명시돼 있는 기본적인 내용을 넘는 수준으로 현실화된 노동권은 입법단계를 거쳐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자가 객관화된 근로제공자가 아닌, 노동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일 수도 있겠다. 

전세계 155개국에서 다 터지는 노동기본권, 한국에선 안 터져요!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노조가입률은 10%선에 머물러 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활동하기가 매우 힘든 구조다. 우선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의 탄압이 거세다.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보장하지 않는 제도적 한계도 한몫을 한다. 노동조합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가지는 경우가 많고 노동자 스스로도 그런 경우가 있다.

노조 할 권리가 국민의 기본권이고 각종 노동법이 현실화되기 위해서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그 일환으로 정부에서는 국민의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ILO핵심협약 비준이 노동기본권 보장의 시작이어야 한다.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은 회원국이 수행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 사항을 규정한 국제노동규범이다. 1998년에 정해진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의 금지, 균등대우, 아동노동금지의 총 4개 분야, 8개 협약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한국정부는 균등대우와 아동노동금지에 대한 협약은 비준되어 있으나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금지의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상태이다.

김근주, ILO핵심협약비준의 쟁점, 월간 노동리뷰(2017년 11월호 통권 제152호), 한국노동연구원, 3면. 출처=김경희. ⓒ제주의소리

최근에 들어서야 정부는 비 인준 핵심협약 4개 중 3개를 국회에 상정했다. 결사의 자유 조항도 포함됐다. ILO는 UN의 산하기구로서 UN 회원국의 정부-사용자단체-노동자단체에서 파견된 대표단으로 구성된다. ‘최소한 이것만은 지키자’는 취지의 공감으로 결정한 국제기준이다. 한국에서 이제야 상정한 노동조합과 관련된 결사의 자유 핵심협약은 UN 187개의 회원국 중 155개 이상의 국가에서 이미 적용하고 있다.

결사의 자유조항이 국회에서 인준이 된다고 해서 당장의 노동자 현실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다만, 좀 더 많은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의 문이 활짝 열리고, 노동자의 노동인권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수 있기를 바란다. 

# 김경희는?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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