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진기] (5) 절실히 살아온 제주 청년들에게 / 박경호

'제주 청진기'는 제주에 사는 청년 논객들의 글이다. 제주 청년들의 솔한 이야를 담았다. 청년이 함께 하면 세상이 바뀐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 청년들의 삶,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서브컬쳐(Subculture)에 이르기까지 '막힘 없는' 주제를 다룬다. 전제는 '청년 의제'를 '청년의 소리'로 내는 것이다. 청진기를 대듯 청년들의 이야기를 격주마다 속 시원히 들어 볼 것이다. [편집자] 

우리 잠깐 쉬어갈래요.

힘없는 얼굴로 벤치에 앉아
자신이 없다며 힘없는 그대
어두운 나날에 힘든
그대 모습 보며
건네 보는 나의 위로

최근 즐겨듣는 노래의 첫 소절이다. 이 소절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모습들이 눈에 선해져 한 숨이 절로 난다. 뉴스에서 접하는 많은 소식으로 우리는 불안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지금 남 걱정할 때냐?" 하며 어두운 현실에 또 다시 한숨을 내쉰다. 그런 현실에 앞으로의 모습은 더욱 더 깜깜한 모습이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다급한 현실에 우리는 차마 우리를 돌볼 시간조차 없다. 

사건, 사고 소식이 아니더라도 '청년 취업난', '독서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청년세대'. 이런 소식들은 우리를 조금도 쉴 수 없게 한다. 무언가라도 해야 한다. 그 무엇인가가 우리가 바라는 미래 모습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몰라도 우리는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

지난 주에는 제주대학교의 기말고사가 끝났다. 지난 6월 15일에는 지방 공무원 채용 시험이 있었다. 6월의 막바지로 들어서면 상반기 공개채용은 얼추 마무리가 되었다. 학점을 위해 3개월 간의 수업을 마친 대학생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3~4년씩 준비하는 공무원 시험. 바늘 구멍이라는 취업시장에 기적을 바라며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 그들은 학점 결과를 떠나 또 스펙을 쌓거나 아르바이트를 구한다. 또 합격 여부를 떠나 또 다른 기회를 찾아 쉬지 않고 찾아다니고, 준비한다.

비단 대학생, 취업준비생들의 문제는 아니다. 가족과 함께 식사 했던 적이 언제인지 모르는, 주변 지인과 밥 한 번 먹자던 약속이 언제인지 모르는, 내가 즐겼던 취미생활이 무엇인지 가물거리는 이 시대의 청년들.

청년이 아닌 사람들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입학부터 입시 걱정을 하거나 취업 고민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2~30년씩 일을 했지만 정년 퇴직하고, 노후 걱정을 해야 한다. 톱니바퀴처럼 우리는 돌아가고 있다. 우리 자녀들의 모습이고, 우리의 미래 모습이다.

"쉬어지크냐"(쉴 수 있게냐)

바쁜 일상을 보내며 지친 지인에게 휴식을 권했을 때 돌아온 답변이다. 당장 해야 할 일이 없어도 일을 만들어야 하고, 불안함에 무어라도 해야 안심이 되는 것일까? 분명 그는 그 누구보다 많은 일을 했고, 앞으로도 잘 해낼 사람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렇다.

학점이 떨어졌어도 우리는 많은 일을 했다. 3개월 간 학교를 다니며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수업을 제대로 못 들었어도 우리의 지식은 쌓였다. 시험을 못 봤어도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하며 지난 3개월의 마침표를 찍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학기를 준비함에 있어서, 사회로의 진입을 준비함에 있어서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합격여부를 떠나 지난 3개월 혹은 4년 간 우리는 그 누구보다 절실히 했다. 이 기억은 기억하기 싫을지언정 공부하던 습관은 몸에 베었을 것이다. 그리고 역사, 행정 등을 공부하며 우리가 사는 사회를 이해했기에 무엇을 하든 중요한 밑거름을 쌓은 것이다.

취업준비생도, 청소년들도, 직장인들도, 노후를 준비하는 분들도. 모두 하루하루 소중한 시간을 보내왔다. 그리고 그 시간은 우리 모습 어딘가에 쌓여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충분히 잘해 온 것이다. 그리고 그 쌓인 것들이 밑거름이 되어 앞으로 무엇을 해도 잘 해낼 것이다. 

'그댄 이미 너무나 잘 살아왔다고, 지금까지 이렇게 잘 살아 있다고'
'앞으로도 그대는 잘 해낼 것라고, 쓸데없는 걱정을 할 필욘 없다고'
'그러니 한숨 정돈 돌려도 된다고, 우리 잠깐 쉬어갈래요.'

노래에서 전하는 후렴구와 마지막 소절처럼 쉬어가길 바란다. 충분히 잘 해왔고, 잘 해낼 것이다. 그러니 우리 잠깐 쉬어갈래요?

박경호(34)는?

"제주 청년, 사람을 연결하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청년이다. 2015년 제주사람도서관, 제주청년협동조합을 함께 하면서 많은 사람들, 특히 청년들을 만나왔다. 그 과정에서 청년들과 함께 재미난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며 풀어갔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제주에서 재미난 작당을 고민 중이다. 그 안에는 개인의 자유가 존중되는 느슨한 커뮤니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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