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춘 칼럼] 제주 제2공항 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기라? 백성이 만만한가?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제주의 가장 큰 아픔은 4.3이다. 70주년이 지나면서 조금씩 치유된다고 하지만 아직 해원해야 할 일이 산적하다. 국가의 폭력을 반성해야 한다고 하면서 또 다시 국가 폭력이 벌어졌으니 그것은 바로 강정해군기지 사건이다. 

최근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에 대한 과잉진압과 인권탄압이 확인되었다. 2011~2012년 본격적인 공사가 전개되는 즈음에는 반대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육지 경찰을 파견하여 무차별 폭력을 행사한 점이 과거 4.3과 너무나 닮았다.

해군과 보수단체가 결탁하여 찬성 측 주민들에게는 향응을 제공하고, 반대 측 주민들에게는 비난을 퍼붓는 인터넷 댓글 조작도 서슴지 않았다. 정부의 추진과정에 불법이 자행되었음을 진상조사위원회가 적시하였다. 

그런데 그 추진 주체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이어서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하지만, 실상은 노무현 정권 때 해군기지 건설이 결정되고 강제 집행이 시작된 것이다. 그 비난받아야 할 주요 대상은 민주당 노무현 정권이다. 

해군기지 찬반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다시 제2공항 건설을 들고 나와 제주도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 제2공항 건설 문제도 강정해군기지 건설과 닮아 있다. 민주당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배경에 청와대가 있다. 

대한민국 전국 방방곳곳을 토건세력이 파헤치고 이제 더 이상 갈 곳을 잃자, 그 목표지가 제주도가 되었다. 우선 땅 위에는 공항을 세우고 바다에는 신항만을 건설하는 프로젝트가 암암리에 추진되고 있다. 이 토목건축의 배후가 결국 문재인 정권이고, 역설 같지만 그 하수인이 원희룡 도정인 셈이다.

원희룡 도정은 엊그제 발칙한 말을 전했다. ‘제2공항 건설문제는 공항 전문가에게 맡겨라.’ 토건세력과 개발독재의 폭력적인 추진 문제를 함께 논의하자고 하는데, 공항을 짓는 일을 공항 전문가에게 맡기자는 엉뚱한 말을 전하고 있으니 이런 코미디가 어디에 있는가. 

허남춘 교수, 제주대 국문학과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허남춘 교수, 제주대 국문학과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그렇다면 가뭄이 들면 가뭄 전문가에게 맡기고, 홍수가 나면 홍수 전문가에게 맡기면 그만인가. 가뭄과 홍수 때문에 백성이 어떻게 고통 받고 있는지 물어야 할 때 아닌가. 도정도 제주도민에게 아프냐고 묻고, 문재인 정권도 제주도민을 위무해야 할 때다. 

제2공항 찬반이 어려우면 10년 뒤로 미루자. 그동안 차분히 전문가의 의견과 도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그때 결정하자. 왜 그리 밀어붙이는가. 제주도민이 그렇게 만만한가. 백성이 그렇게 만만한가. / 허남춘 제주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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