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에서 본 제주농업의 미래] (4) 로컬푸드 거점으로 재탄생한 미치노에키

최근 로컬푸드에 쏟아지는 관심은 안전한 먹거리를 넘어 ‘농민이 행복한 농업’, ‘지속가능한 농촌의 미래’와 연결돼 있다. 수십년 전부터 로컬푸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는 일본의 현실 모델들은 좋은 참고서가 된다. 다섯 차례에 걸쳐 일본 규슈에서 만난 농가들의 이야기를 싣는다. 제주농업의 미래를 내다 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편집자 주] 

우키하 국도변의 미치노에키. ⓒ제주의소리
우키하 국도변의 미치노에키. ⓒ제주의소리

‘고속도로 휴게소는 음식 맛도 떨어지고 지역경제에도 별 도움이 안된다’

이 문제의식은 일본 국도변에 미치노에키(Michinoeki, 道の駅)라는 독특한 형태의 휴게소가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미치노에키에는 그 지역의 특산물을 판매하는 직매장과 싱싱한 식재료로 만든 지역색을 담은 식당이 핵심이다. 

매일매일 농가가 생산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 지역 화훼농장에서 자란 꽃과 나무, 쌀로 만든 빵, 지역 과실로 만든 아이스크림 등을 만날 수 있다.

차를 타고 가다 쉬면서 해당 지역의 핵심 아이템들을 구입할 수 있는 직거래 장터 역할을 한다. 건물 등 시설은 지자체에서 조성하지만 농민들이 직접 출하품의 가격을 매기고, 내부 콘셉트를 정한다. 일본 전역에 1160여곳이 조성돼 있고 규슈에는 146곳이 있다.

규슈 최대의 도시 후쿠오카 시에서 온천 명소 벳부로 가는 국도에서 우키하의 미치노에키를 만날 수 있다.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인근에서 생산한 옥수수, 각종 과일을 만날 수 있다. 700명의 농가가 출하하는 이 곳은 2000년 오픈 당시 30억원대 연매출을 기록했고, 2015년에는 매출 규모가 3배 이상 성장했다.

우키하의 국도변에 있는 미치노에키. ⓒ제주의소리
우키하의 국도변에 있는 미치노에키. ⓒ제주의소리
무나가타 미츠노에키의 전경. ⓒ제주의소리
무나가타 미츠노에키의 전경. ⓒ제주의소리

2007년 조성된 무나가타의 미치노에키는  1시간 거리의 인구 150만명의 도시 후쿠오카시의 시민들이 주 소비자다. 이 지역에서 생산된 쌀로 만든 빵이 히트상품이다. 직매장과 푸드코드 등 총매출이 1년에 210억원이 넘은 적도 있었다. 

1990년대 말 로컬푸드 직매장 모델은 일본 전역에 보편화됐지만 이를 휴게소로 접목시킨 것은 신선한 반향이었다. 잠시 쉬러 들렀다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매장 속에서 싱싱한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이 공간은 인근 도시 거주자들에게, 여행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여겨졌다.

관광객과 인근 지역민의 소비패턴을 지역 농가들과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다. 규슈의 미치노에키에서는 1시간 거리의 도시에서 온 방문객들을 위해 농민들의 상상력으로 만든 가공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미치노에키를 구상했던 건 쿠마모토대학의 도쿠노 사다오 교수다. 그는 ‘고속도로 이용객을 국도로 끌어들여, 지역 농산물도 판매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 운동의 동맥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이 판을 깔고 뒤로 빠진다’는 미치노에키의 기본 원리는 지자체의 역할에 대한 시사점이 분명하다.

무나가타 미치노에키 내부. 이 지역에서 생산된 쌀로 만든 빵이 인기 메뉴다. ⓒ제주의소리
무나가타 미치노에키 내부. 이 지역에서 생산된 쌀로 만든 빵이 인기 메뉴다. ⓒ제주의소리
우키하의 미치노에키에서 구입한 아이스크림. 이 지역에서 생산된 우유가 함유돼있다. ⓒ제주의소리
우키하의 미치노에키에서 구입한 아이스크림. 이 지역에서 생산된 우유가 함유돼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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