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12) 최적 대안검토 아닌 제2공항 적정성 포장 형식적 평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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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최적의 대안검토가 아니라 제2공항 계획의 적정성을 포장하기 위한 형식적인 대안검토에 그쳤다. 사진은 2017년 11월 제2공항반대온평리비상대책위원회의 집회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이하 평가서) 초안이 나왔다. 사전타당성 용역의 부실·조작 의혹 등 제2공항 논란이 여전한데도 올 10월 기본계획 고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국토교통부가 서둘러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마무리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초안이라고는 하지만 자연환경, 수환경, 지형·지질 등 현지조사가 필요한 조사일정은 대부분 끝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올 하반기에 평가서 본안을 제출하여 환경부와 협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서두르다 보니 평가서의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사전타당성 용역 보고서에 이어 또 다시 부실 평가서의 오명을 쓰게 되었다.

예고된 졸속·부실 전략환경영향평가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환경영향평가와 구별되는 절차이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발계획이 확정된 후 사업실시단계에서 주로 환경 훼손 및 오염의 저감방안을 검토한다. 이에 반해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개발계획의 계획 초기단계에서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 주변 환경과의 조화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다. 계획이 확정된 후 사업실시단계에서 환경영향평가 시 사업의 지연, 취소 등으로 인한 사회문제와 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절차이기도 하다. 따라서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계획이 적정하지 못하거나 입지가 타당하지 않으면 계획은 취소되거나 변경되게 된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환경영향평가협의회(이하 협의회)를 구성하여 평가항목·범위·방법 등을 결정한다.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매뉴얼에 따르면 협의회 구성기준은 관계행정기관 공무원 2∼3인, 협의기관 공무원 1∼2인, 자연·생활환경, 환경계획, 토지이용계획, 도시계획 등 환경평가관련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6인 내외로 구성하도록 했다. 또한 법 시행령에는 주민대표와 시민단체 추천 인사가 참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협의회 구성단계부터 근본적인 문제를 낳고 있다. 지난 5월 7일 열린 제2공항 협의회 심의회의에는 국토부가 구성한 총 9명 중에 6명이 참여했다. 이 중에 공무원이 4명, 교통관련 정부출연연구기관 1명, 제주도가 추천한 주민대표 1명이었다. 협의회 대면심의 당시 환경관련 전문가는 없었던 셈이다. 흑산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회 심의에 환경평가관련 전문가가 5명이 참여한 것과도 대조를 보인다. 결국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시작부터 허술하고 부실한 조건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 보고서의 협의회 참여 위원 명단. 빨간 선 안의 제주참여환경연대가 해당 협의회에 참여한 바가 없다는 점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 보고서의 협의회 참여 위원 명단. 빨간 선 안의 제주참여환경연대가 해당 협의회에 참여한 바가 없다는 점을 밝혀 논란이 일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국토부, 최적의 대안 선정 의지 없어

먼저 계획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대안검토에서 입지에 대한 비교·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 협의회 심의의견에서 환경부 등은 여러 가지 대안에 대하여 비교·검토한 후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최종적으로 선정한 대안과 그 선정사유를 명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평가서는 기존 부실·조작의 오명을 쓴 사전타당성 용역의 후보지 비교·검토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권고안을 포함한 제주공항 용량증대를 위한 여러 대안들은 평가서의 대안검토에서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ADPi는 제주공항의 보조활주로를 교차활주로로 활용하는 대안이 국토부가 제시한 장기수요 4560만명을 충족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이고 현실적이며 실용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사전타당성 검토 당시 장기수요 예측결과인 연간 이용객 4560만 명, 운항횟수 29.9만회에 비해 현재 수요예측 자체가 현저하게 축소된 점을 평가서의 대안검토에서 고려했어야 했다. 제2공항 기본계획에서는 2055년 기준 장기 수요를 연간 이용객 4108만 명, 운항횟수 25.7만회로 예측하였다. 이는 사전타당성 용역 당시 제2공항을 건설하기 전에 단기 확충방안으로 2025년까지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제주공항 용량증대 방안에서 설정한 연간 운항횟수 25.9만 회보다도 적다. 결국 제2공항을 건설하지 않더라도 기존 제주공항 용량증대로도 충분하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대안검토에서 제주공항 활용을 통해 장기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대안이 반드시 비교·검토되었어야 했다.

제2공항 입지 환경적으로 타당하지 않아

둘째, 입지의 타당성 검토에서 자연환경분야 평가 대상지역의 공간적·시간적 범위의 부실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평가서는 동·식물상의 평가범위를 계획지구로부터 300m까지 조사하고, 조류의 경우는 경계로부터 1km 및 주변 철새도래지를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시행한 유사 사업을 보면 흑산공항, 울릉공항, 김해신공항 건설사업 모두 계획지구 경계로부터 2km까지 동·식물상 조사범위로 설정을 했다. 김해신공항의 경우 조류 조사는 12km 떨어진 낙동강 하구까지 조사범위로 포함했다. 자연환경분야뿐만 아니라 대기질, 소음·진동 분야도 영향범위를 축소하여 낮은 기준으로 현지조사를 진행했다. 

조시시기와 횟수 등 시간적 범위의 문제도 크다. 4차례의 현지조사를 했지만 동물상 조사는 조류를 제외하면 1차례 가을철 조사에 그쳤고, 식물상 조사는 2차례에 불과했다. 동·식물상의 분포가 가장 활발한 여름철 조사는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국토부는 협의회 개최 전에 이미 자연환경분야의 계획된 총 4회의 현지조사 중 이미 3회를 진행한 상태였다. 협의회 위원들이 이를 인지하고 인정했는지 모르지만 국토부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매우 낮은 기준으로 조사범위와 방법을 적용한 현지조사였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 환경청은 협의회 심의의견으로 평가범위를 환경영향이 예상되는 지역으로 최대한 확대 설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미 자기들 판단으로 현장조사를 끝마친 상황으로 환경부 등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그 결과 평가서의 철새도래지 조사결과는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조사한 결과보다 종수는 절반에 그쳤고, 법정보호종 관찰 결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또한 해안가 철새도래지를 중심으로 조사를 하다 보니 정작 문헌조사에서 육상에 서식하는 법정보호종 10여 종 가운데 현지조사에서 확인된 종은 황조롱이 1종에 불과했다.

양서·파충류 조사도 9월 조사 한차례에 불과해 현지조사에서 육안으로 확인된 것은 총 4종뿐이었다. 계획지구 인근에서 문헌조사로 서식이 확인된 법정보호종인 비바리뱀의 경우 관찰빈도가 가장 높은 5월∼7월 초순경에 조사가 이뤄져야 했다. 맹꽁이는 번식기인 장마철에 현지조사를 해야 하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곤충의 경우도 활동이 가장 왕성한 봄, 여름은 제외하고 가을조사 1회에 그쳤다. 그러면서 동물상의 법정보호종은 확인되지 않았고, 개발로 인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형식적인 결론을 도출할 뿐이다.

셋째, 조류충돌가능성(Bird Strike) 분석의 문제이다. 평가서는 철새의 이동 고도를 일률적으로 100m 미만으로 두어 항공기와 충돌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철새의 종류에 따라 이동 고도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텃새와 고도 비행을 하는 맹금류 등의 비행행태 등도 간과한 판단이다. 한마디로 비상식적인 논리로 조류충돌가능성의 문제를 덮어버리려는 것이다. 

또한 평가서는 조류충돌가능성이 있는 대상지를 장애물제한표면구역 내에 위치한 하도리 철새도래지에 한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새들은 도래지 외에도 먹이활동, 휴식 등을 위해 광범위하게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계획지구 주변의 철새도래지를 모두 분석대상지역으로 설정해야 했다. 특히 국토부가 고시한 ‘조류 및 야생동물 충돌위협 감소에 관한 기준’에는 공항주변 반경 13km 내에 조류와 야생동물을 유인하는 시설을 규제하는 규정이 있다. 이를 근거로 한다면 적어도 계획지구 반경 13km 내의 현황 조사를 했어야 했다. 

지난 5월 국토부가 공개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내용. ⓒ제주의소리
지난 5월 국토부가 공개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내용.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넷째, 동굴 및 지형지질의 부실 조사이다. 평가서의 동굴조사는 문헌자료, 주민 인터뷰 및 제보, 현장 육안조사 등을 통해 이뤄졌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동굴 위주의 재조사에 그친 것으로 신규 동굴 분포 가능성에 대한 지질조사는 없었다. 계획지구에서는 용암동굴을 만드는 용암의 특징인 튜뮬러스, 숨골, 함몰지 등이 109곳이나 대량 발견되었다. 이는 해당지역이 용암동굴이 분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지조사에서는 신규 동굴의 분포 가능성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했지만 수행되지 않았다.

특히 계획지구를 비롯해 주변지역은 하천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이지만 투수성이 좋기 때문에 큰 비가 오더라도 홍수피해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150만평 규모의 계획지구 지반공사 과정에 109곳의 투수성 지질구조는 대부분 매몰될 수밖에 없어 빗물 흐름이 차단되어 심각한 물난리가 우려된다.

다섯째, 하수처리계획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계획지구에서 발생하는 하수는 4069㎥/일로 계획지구 내 4100㎥/일 규모의 하수처리시설을 통해 지하침투 방식의 자체처리 계획을 제시한다. 이 처리계획은 포화용량을 거의 100%로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하수 발생량이 최대수치를 보이는 시간대에는 하수처리가 불가능하게 된다. 평가서에도 시간최대 계획하수량은 5911㎥/일으로 제시하면서도 처리시설은 이보다 낮은 규모를 계획하고 있다.

제대로 평가하면 계획 적정성, 입지 타당성 ‘모두 탈락’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절차와 그 결과물로 제출된 평가서를 보면 국토부가 이번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대하는 자세를 알 수 있을 듯하다. 조사내용을 보더라도 환경부 협의만 통과하면 그만이라는 입장이 역력하다. 환경부도 현장실사보다는 국토부가 제출한 평가서에 의존해 협의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부실 평가서에 면죄부를 주게 되는 꼴이다. 

더욱이 제주 공항시설의 확충 대안과 관련해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평가서는 제대로 된 대안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현 제주공항의 활용방안 대안도 완전히 배제되었다. 최적의 대안검토가 아니라 제2공항 계획의 적정성을 포장하기 위한 형식적인 대안검토에 그쳤다. 

입지의 타당성 평가도 매한가지다. 계획지구의 자연환경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조사범위와 부실한 내용의 현지조사를 진행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고의적인 부실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계획지구 및 주변 자연환경과 지질현황을 볼 때 공항 입지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이지만 이를 감추려는 의도도 다분하다. 

정리하면 이번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총제적인 부실로 일관했다. 계획의 적정성이나 입지의 타당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검토된 것이 없다. 최적의 대안은 감추고, 입지의 높은 환경성은 무시되었다. 국책사업이라는 명분 하나만으로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며 계획을 강행하더니 환경성 조사마저 형식적인 절차로 넘어가려는 국토부이다. 도대체 국토부의 막장 개발은 어디까지 갈까.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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