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피해주민 "비가 오면 지대가 높은 제주공항에서 빗물 넘쳐 흘러 침수"

지난 22일 침수된 제주시 용담2동 김씨 건물 주변.

비만 내리면 침수 걱정을 해야 하는 제주도민이 있다. 그는 제주국제공항에서 흘러나온 빗물이 주변으로 넘치면서 인근 지역에 침수피해를 입힌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지난 22일 새벽, 제주에 예고에 없던 국지성 호우가 쏟아졌다.
 
오전 7시8분 기준 제주시에 시간당 66.0mm의 비가 내리면서 7월 시간당 강수량 역대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전까지는 1979년 7월1일 내린 시간당 62.7mm였다.
 
비가 내리자 제주시 용담2동 제주공항 인근에 4층 건물을 소유한 김모(53)씨는 어김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큰 비가 오는 날이면 건물 주변이 자주 침수됐기 때문이다. 
 
이날도 빗물이 넘치면서 인근 도로와 건물 주변 모두 침수됐다. 김씨는 이번에 내린 비로 자신의 건물 배수관로가 침하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2일 도로가 침수된 제주시 용담2동. 제주공항 철조망 사이(빨간 네모)에서 빗물이 흐르고 있다.

김씨는 잦은 침수 원인으로 제주공항을 언급했다. 지대가 높은 공항에서 빗물이 흘러 도로가 침수된다는 주장이다.

김씨는 23일 [제주의소리]에 “제주공항 인근에 밭이 있지만, 몇 년째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다. 비가 오면 밭이 침수돼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공항 지대가 높아 비가 오면 빗물이 흘러 도로로 넘친다. 철조망 안 공항 부지에 배수로가 없으니 물이 넘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냐. 공항 측에 항의했지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시나 제주도에 항의하니 공항과의 문제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배수로만 설치해도 주변 침수 피해가 줄어들텐데 정말 답답한 심정"이라고 억울한 심정을 밝혔다.

제주공항 경계에 설치된 철조망 2개. 철조망 사이 공간을 활용해 배수로를 설치하면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철조망과 철조망 사이에는 잡초가 무성히 자라 있다. 해당 공간에 배수로를 설치해 침수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철조망 안쪽(오른쪽)에는 언덕처럼 형성돼 있다. 언덕 너머에는 공항 배수로가 설치돼 있다.

제주공항 경계에는 철조망이 이중으로 설치돼 외부 침입 등을 막고 있다. 2개의 철조망 사이 폭은 2m 정도다.

김씨의 건물은 공항 부지보다 지대가 낮으며, 철조망과 붙어있는 도로는 제주시가 관리하고 있다.

철조망 안쪽 공항 부지에는 공항 배수로가 설치돼 있다. 배수로가 언덕처럼 형성돼 있고, 언덕을 내려와 철조망 2개가 설치된 형태다. 

 
김씨가 [제주의소리]에 제공한 동영상을 보면 철조망 사이로 물이 흐르다 도로로 넘쳐흘렀다. 공항공사와 제주시가 협조해 배수로만 설치하면 침수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침수피해 주민의 주장이 일리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비가 오면 공항에서 흐르는 빗물이 많아 넘치는 지역이 종종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공무원들 상당수가 공항 주변에서 비상 대기할 정도”라며 “침수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공항에서 흘러 내려온 빗물로 파악된다. 자세한 원인을 찾기 위해 공항공사 측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 내 배수로가 설치됐다. 행정에서 설치한 배수로의 용량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행정에서 원인을 찾아 협조를 요청하면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멀리서 바라본 침수현장. 철조망과 붙어있는 도로는 제주시에서 관리한다.
멀리서 바라본 침수현장. 철조망과 붙어있는 도로는 제주시에서 관리한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제주공항. 철조망 안쪽 어두운 부분(빨간 네모)이 공항공사가 설치한 제주공항 배수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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