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나지 않는 로맨틱코미디 연극
웃음이 나지 않는 로맨틱코미디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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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극단 배우세상 연극 ‘내가 사랑한다니까!’
24일 공연 '내가 사랑한다니까!'를 마친 배우들이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4일 공연 '내가 사랑한다니까!'를 마친 배우들이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 극단 ‘배우세상’이 24일부터 26일까지 제주시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내가 사랑한다니까!>는 젊은 남녀의 애정전선을 그리는 로맨틱코미디 장르다. 극본, 연출 모두 ‘이화’이다.

남녀 한 쌍이 우연, 다툼 등으로 인연을 맺기 시작해 행복한 사랑으로 끝맺는 이야기는 연극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자주 접한다. 대표적인 해외 영화는 <로마의 휴일>(1953)과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 국내에서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와 <미술관 옆 동물원>(1998) 등 국내외 가릴 것 없이 무수한 작품이 발표됐고 지금도 스크린에 오르내린다. 연극도 마찬가지. 스테디셀러 <그 남자 그 여자>, <김종욱찾기>를 비롯해 여러 작품은 현재 대학로에서 오픈런(종료 시점을 정하지 않고 계속 공연하는 방식)으로 관객과 꾸준히 만나고 있다. 그만큼 인기가 높고, 다른 말로 익숙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로맨틱코미디는 제주 관객들에게 자주 만나기 어려운 장르다. 최근작이라면 지난해 11월 예술공간 오이의 <우연가동> 정도가 손에 꼽겠다. 그렇기에 <내가 사랑한다니까!>는 달달한 이야기를 기다린 지역 연극 팬들에게 모처럼 만나는 로맨틱코미디 작품이겠다.

하지만 <내가 사랑한다니까!>는 반갑게 무대를 즐기기에 아쉬움이 많았다.

줄거리는 '19금' 성인 소설을 쓰는 소설가 이대로(배우 김동현), 걸그룹 지망생 정지선(이지선)이 우연한 계기로 한 집에서 동거하기 시작한다. 특별한 연애 경험이 없는 이대로, 하지만 글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은 있다.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거나, 아니면 소개해주는 여자를 만나라’는 아버지 통보가 끝나자마자 정지선은 당돌하게 이대로의 집으로 찾아온다. 비록 지식이 많진 않아도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여자, 사랑을 이론으로만 알고 있다가 자기도 모르는 순간 가슴이 뛰기 시작하는 남자. 우연과 실수가 겹치면서 두 사람은 진한 입맞춤으로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작품은 젊은 남녀 배우의 활기 넘치는 에너지가 장점이다. 다소 서투른 연기에도 20대 나이가 뿜어내는 기운은 작은 소극장 무대를 이끌어 간다. 관객과 함께 맥주캔을 따고, ‘뿅망치’ 게임을 하는 소통 노력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을 묻히게 만드는 크고 작은 문제들로 인해, 관객은 어디서 웃어야 할지 곤란한 상황에 놓인다. 

영화, 연극 포함 많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미묘한 감정 변화를 가장 큰 무기로 삼기 마련이다. 서로 다른 남녀가 하나씩 교집합을 만들어가는 사연을 통해 관객은 울고 웃으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내가 사랑한다니까!> 역시 큰 틀에서는 이런 과정을 따라간다. 하지만 치약을 가운데 짜는지 끝을 짜는 지로 다투고, 화장실에서 휴지를 빼놓는 복수처럼 진부한 장면·전개가 흐르고, 정교한 극본이나 연출 대신 거친 욕설과 툭툭 던지는 짧은 대사의 연속으로 웃음을 만들겠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솔직한 로맨스를 그린다고 해도 “머리가 텅 빈 년”, “낙태도 했을” 같은 직설적인 대사들은 극에 녹아든다고 보기 힘들었다. 특히 “머리가 텅 빈 년” 등의 원색적인 비난조 대사를 배우 입에서 수 차례 되풀이 하면서 각본의 부실함을 몸소 증명했다.

여기에 배우 연기와 엇박자를 내면서 의도를 알기 힘든 음향·조명 작동, 배우들의 동선과 대기 장면이 객석에 그대로 노출되는 양쪽 끝 무대, 마치 억지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효과음, 이런 분위기 속에 여러번 할수록 점점 어색해지는 관객 참여까지 겹치며 관객은 큰 부담을 느낀다. 배우들의 연기는 세밀한 감정 표현 대신 소리치고 화내는 감정을 반복했고, 특정 행동(팔짱, 허리에 손 얹음, 물 마심) 역시 반복하면서 보는 이를 지치게 만들었다. 공연 시작과 함께 송대관·전영랑의 노래 <약손>을 부르면서 ‘장가 좀 가라’고 외치는 정체 불명 여성부터 여자 주인공 첫 등장에 함께 나와 섹시한 춤을 추는 여성 두 명은 과연 의도가 효과적이었는지 한참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주인공들의 다툼을 칼싸움과 총싸움으로 표현하는 장면은 상징을 입힌 영화적인 연출로서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짧은 웃음으로 그칠 뿐이다. 24일 첫 공연의 객석 분위기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소개가 무색하게 웃음보다 침묵이 훨씬 지배적이었다. 폭소도 간혹 있었지만 냉정하게 실소가 상당수를 이뤘다.

남자 주인공 이대로는 공연 중에 “악수를 한 번 해도 이유가 필요한 법”이라고 여자 주인공에게 소리친다. 대사를 들으면서 ‘무대 위에서 작은 조명, 음악, 소품, 몸동작에도 관객이 납득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배우세상은 2009년, 2012년에도 청주와 제주에서 이번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공연에 대한 인터넷 상의 평을 보면 기자와 비슷하게 느낀 관객을 발견할 수 있다. 작품이 이전보다 발전하지 않은 것인지 씁쓸한 마음이 든다. 애초 배우세상은 <내가 사랑한다니까!> 대신 <서툰사람들>을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사정이 생겨 작품을 교체했다. 이런 이유로 준비가 부족하지 않았나 상상하면서 보다 나아진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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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2
2019-07-25 19:16:19
서툰 사람들’을 어떻게 하지?? 안될텐데 그 작품...
그게 공연계의 기본 상식처럼 되어 있고.
작품 변경하면서... 등의 이유가 아닌
배우세상의 작품들은 항상 터무니 없었다 내가 보기엔
알만한 사람들은 믿고 건너뛰는 배우세상 공연 ... 뭐 이런

한형진 기자에게 당부한다.
무턱대고 기사써주고 리뷰써주고 그러지 말길 바란다.
제주인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언론에 노출시켜선 안되는 예술단체들이 있다.
최소한 어떤 단체인지는 알아보고 기사 작성 여부를 판단하길 바란다.
223.***.***.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