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간 포지션 민 제주 개관...“지리산, 서울, 오키나와 등으로 확산” 계획

26일 열린 포지션 민 제주 개관식 모습. ⓒ제주의소리
26일 열린 포지션 민 제주 개관식 모습. ⓒ제주의소리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먼저 웃는 들풀 같은 민심. 민(民)의 목소리를 예술로 알리는 공간이 출범했다. 제주에서 시작해 지리산, 서울, 오키나와 등으로 번져갈 ‘포지션 민(民) 제주’다.

26일 개관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예술 공간 포지션 민 제주는 ‘제주4.3민중항쟁의 정신을 기반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나아가 전 지구의 평화예술 운동을 매개하는 비영리 예술공간’을 표방한다. ‘포지션(Position) 민(民)’이라는 명칭에는 민중의 위치에서 민중의 입장을 지켜나가는 ‘민의 진지’라는 뜻이 담겨 있다.

개관과 함께 시작한 기념전은 ①민씨연대기 ②평화예술 ③제주작가 초대전까지 총 3부로 나눠 진행한다. <민씨연대기>는 민중미술 운동 1세대 작가 19명(김봉준, 김인순, 김정헌, 김준권, 노원희, 류연복, 민정기, 박진화, 성효숙, 손기환, 신학철, 이명복, 이종구, 임옥상, 정정엽, 최민화, 홍선웅, 홍성담, 황재형)의 작품을 초청했다.

1889년 동학농민전쟁에서 3.1운동과 독립운동, 4.3항쟁과 여순항쟁, 4.19의거와 5.18광주항쟁, 1987년 6월 민주화운동과 7~8월 노동자 대투쟁을 거쳐 2016년 촛불혁명에 이르기는 장대한 역사 속에서 민의 정신을 지켜온 대한민국 민중들의 위대함을 회화 작품으로 소개한다.

이날 오후 3시에는 개관 기념 세미나 ‘민의 서사와 감성, 그리고 예술’이 열렸다. 김준기 예술과학연구소장은 1980년대 활성화됐던 민중미술의 가치를 ‘민’의 관점에서 조명했다.

김 소장은 “정치 사회적으로 깜깜했던 1980년대, 민중미술은 민의 정체성을 찾아서 예술을 창작했다”면서 “민중미술 1세대들의 결과물은 민이라는 틀에서 노동자, 도시와 농촌, 세대 차이 등 여러 정체성을 가진다”고 밝혔다.

또 “민중미술은 일정 부분 새로운 미술운동이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아직 수명이 끝나지 않았다. 특히 동아시아로 시선을 넓힌다면 민족의 정체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민의 가치를 조명 가능하다. 남북한 화해 구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홍지석 단국대 교수는 월북 화가 ‘이쾌대’(1913~1965)를 중심으로 한 해방 이후 20세기 한국미술사에서 민의 위치를 살펴봤다.

홍 교수는 “이쾌대는 세부적으로 인물 하나하나는 잘 그렸는데 전체 군상을 어떻게 묶어낼지가 평생의 고민이었다. 처음부터 멀리 떨어져서 군상을 그린 김환기나 이응노와는 사뭇 다른 성격을 보인다”면서 “촛불혁명을 지난 오늘 날 미술에게 민의 성격은 무엇일까. 이쾌대, 김환기, 이응노를 비롯한 앞선 예술가들의 문제의식을 계승하던지, 극복하던지 고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포지션 민의 취지에 공감하는 국내외 예술인들은 '제2의 포지션 민 제주'를 순차적으로 선보이다는 계획이다.

빠르면 9월 안으로 ‘포지션 민 지리산’이 생겨나고 올해 안으로 ‘포지션 민 서울’도 기대하고 있다. ‘포지션 민 오키나와’도 내년 안에 발동될 계획인데 이는 지난해 제주에서 첫 발을 뗀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East Asia Peace Art Project, EAPAP)와 맥을 같이한다.

포지션 민 제주의 첫 번째 개관기념전은 7월 26일부터 8월 6일까지 열린다.

포지션 민 제주
제주시 관덕로 6길 17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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