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마을이장 간 독단적 협약 체결 뒤늦게 드러나
선흘2리반대위 "공식절차 없는 협약서 원천무효...법적대응 불사" 성토
세계자연유산 마을인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일대에 추진되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과 관련, 사업반대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마을 이장이 사업자측과 거액의 마을발전기금을 주고받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주민들은 법적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선흘2리 대명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반대위)는 30일 성명을 내고 "개발위원회와 총회도 거치지 않은 이장과 대명의 상생방안 협약서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대위에 따르면 정 이장은 '주민과 반대위의 동의 없이 대명이나 제주도와 접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 이장이 사업자인 대명과 7억원의 마을발전기금을 지급받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생방안 협약서'를 체결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는 국내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과 제주의 허파라 불리는 선흘곶자왈 속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지난해에는 선흘2리가 위치한 조천읍 전체가 습지와 곶자왈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인정돼 세계 최초의 람사르습지도시로 지정된 마을이기도 하다.
논란이 된 이번 협약서에는 '사업자는 사업 조성과정 및 사업장 운영시 주민들의 고충과 민원이 발생할 경우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마을회는 동물테마파크의 지연된 사업의 신속한 재개를 위해 행정절차상의 인허가, 급수공급 관련 협의, 지역사회와의 협의 등 행정관청, 언론, 유관단체 등과의 실무진행 지원에 의무를 다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대내외 민원 및 이슈사항에 대한 지역민의 협조의견 전달 △지역 인력 및 개발 자원의 조성공사 및 운영참여 △공사 진행 및 운영 과정에서의 모니터링과 상생적 협업 △동물테마파크 사업장의 직원들을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 어울릴 수 있게 노력하는 일 등 구체적인 협조 의무조항을 명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반대위는 "정 이장은 마을의 공식절차인 개발위원회와 총회 의결 없이 지난 26일 비밀리에 대명과 접촉해 상생방안 협약서에 독단적으로 도장을 찍었다. 고작 7억원에 마을을 팔아먹은 것"이라며 "마을회의 공식절차 없이 이장이 독단적으로 체결한 협약서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대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과정이 정당하지 않은 결과는 정당성을 잃는다. 제주도는 마을의 공식절차를 통하지 않고 주민들에게 비밀로 한 채 기습적으로 체결한 상생방안 협약서를 반려하고 사업 승인을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반대위는 "이 상황은 주민 A씨가 개인적으로 만든 임의단체 '선흘2리 동물테마파크 찬성위원회'를 정 이장이 마을의 공식절차도 없이 독단적으로 승인하고, 이를 제주도에 알리면서 어느정도 예견됐다"며 "제주도 공무원 또한 그들 뒤에 숨어 시종일관 사업자를 도와 사업 유치를 위해 마을의 분열을 끊임없이 조장했다"고 성토했다.
협약서의 내용에 대해서도 마을이 사업자를 위해 지켜야 할 의무만 있고, 마을이 누려야 할 권리는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반대위는 "협약서에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으로 우리 마을에 일어날 우려가 있는 상황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과 책임에 대한 내용이 없을 뿐 아니라, 대명측이 언론에서 여러 차례 공언했던 맹수탈출 시 문을 닫겠다는 약속조차 협약서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특히 "조성공사에 마을이 참여해야 한다는 의무 사항은 건축업을 생업으로 하는 마을 이장과 일명 찬성위원회의 A씨 등 몇몇 사람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런 비상식적이고 굴욕적인 협약서는 원천무효"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대위는 "선흘2리 마을 주민들은 이장에게 마을회의 공식절차 없이 비밀리에 대명과 협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있는 법적 권리를 준 적이 없다"며 "선흘2리 주민들은 정 이장에게 민형사상 모든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 이장은 [제주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독단적이라면 독단적일 수는 있는데,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 사업은 마을 내에서도 찬반이 양론화 된 문제다. 이장으로서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 이장은 총회를 거치지 않은 협약이 무효라는 반대위의 주장에 대해서는 "법률적으로 자문을 받아서 결정한 일"이라며 "이장으로서의 권한으로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굳이 번복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동물테마파크는 대명그룹이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곶자왈 인근 58만㎡ 부지에 사자·호랑이·코끼리 등 20여종 500여 마리의 동물을 사육하고 관람하는 시설과 4층 규모의 호텔 120실(9413㎡), 글램핑장, 사육사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애초 사업자가 지난 2007년 조랑말 중심의 승마장, 전통 체험장 등이 들어오는 소규모 동물테마파크 사업으로 승인을 받았으나 재정난으로 추진하지 못하다 지난 2016년 대명그룹으로 넘어간 뒤 대규모 사파리 형태의 동물테마파크로 재추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사 중단 이후 7년이 경과하면 환경영향평가를 새롭게 받아야한다는 규정을 피해 6년 11개월만에 공사를 재개하는 등 꼼수 논란을 빚기도 했다.
특히 제주도가 지난 4월 12일 제주동물테마파크 환경영향평가 변경승인에 대한 심의를 강행해 사업을 '조건부 통과'시키면서 논란이 커졌다. 사실상 해당 사업은 제주도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최종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에서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전문]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성명 ‘개발위와 총회도 거치지 않은 이장과 대명의 상생방안 협약서는 원천 무효이다!’ 1. 마을회의 공식 절차 없이 비밀리에 체결한 상생 협약서는 원천무효이다! 2. 원희룡 도지사는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상생방안 협약서를 반려하라! 3. 정○○ 이장, 전 대책위원장 A씨, 제주도청은 공범이다! 4. 이장이 체결한 협약서는 상생이 아니라 권리포기 각서이다! 5. 선흘2리 주민들은 이장에게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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