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주출신 부모님과 유년시절 미국 이민, 교수·선임연구원 활동 자매 아나타샤 김과 애니스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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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스 김(왼쪽)과 아나타샤 김. ⓒ제주의소리

"아버지 어머니가 제주 분이시니 저희가 아무리 멀리 살아도 당연히 제주가 저희 자매의 고향이지요"

제주를 뿌리로 삼고 제주의 혼을 마음으로 느끼며 머나먼 미국 땅에서 생활하다 고향을 찾아온 이들이 있다. 유년시절,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해 미국사회의 당당한 주류 구성원으로 성장한 그들의 성공스토리 뒤에는 '제주인'이라는 긍지와 도전정신이 DNA처럼 흐르고 있었다. 

제주출신인 부모님 밑에서 각각 만 8살, 7살 때인 1980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던 아나타샤 김(48)과 애니스 김(47)을 6일 저녁 제주시내 한 카페에서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캘리포니아 저소득층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아나타샤 김과 애니스 김은 각각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에 위치한 심리학 전문 라이트 대학원(Wright Institute)의 15년차 아동 가정 심리학 교수, 비영리기관 RTI(Research Triangle Institute)의 사회과학 선임 연구원으로, 미국 명문대학 UC 버클리를 졸업한 수재들이다.

제주 조천읍 선흘리가 고향인 아버지, 함덕리가 고향인 어머니 아래서 자란 자매는 서울에서 태어난 후, 유년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때문에 실제 제주에 대한 추억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고향인 제주를 내내 맘에 품고 자랐다. 아나타샤 김은 "미국에서 자랐지만 제주에 정이 많다. 부모님께 고향 제주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제주의 풍경이 담긴 꿈을 자주 꾸기도 했다. 동양인으로서의 뿌리를 찾기 위해 성장과정에서도 제주를 잊어본 적이 없다"며 제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자매는 모두 결혼해 각각 1남1녀를 두었다. 자녀들에게도 자신의 뿌리인 제주의 문화를 직접 접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 이번 제주방문에 자녀들을 모두 데리고 왔다.

애니스 김은 "오늘 낮 동안 어머니와 아버지가 뛰어 놀았던 함덕 바닷가에 발도 담가보고, 선흘리 동네를 거닐며 고향의 애틋함을 느꼈다. 부모님은 함덕초등학교 동창이셨다. 함덕초에도 가봤다. 아쉽게도 주차장이 돼 버린 어머니가 사시던 집터를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둘이 자랑스럽게 꺼내든 것은 '재외동포증'이었다. 애니스 김과 아나타샤 김은 "아버지가 아이들 이름을 지어줬다. 탐라(탐라도에서 따 온 이름), 선덕(아버지의 고향 선흘과 어머니의 고향 함덕을 한 글자씩 딴 이름), 단비와 우솔"이라고 자녀들을 소개했다. 제주에 대한 애정과 한국의 정서를 물씬 품고 있는 이름들이다. 몸은 미국에 있지만 재외동포라는 긍지를 단 한번도 잊은적이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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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단비, 탐라, 아나타샤 김, 우솔, 애니스 김, 선덕. ⓒ제주의소리

아나타샤 김은 "성공을 위해 기회의 땅인 미국으로 갔지만, 역시 어려움이 많았다. 여의치 않은 교육비와 여건, 처음에는 언어한계로 소통조차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부모님을 많이 원망키도 했다. 하지만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에 힘을 얻어 악착같이 공부했다. 그래서 시험에 합격하면 전액 학비를 면제 받을 수 있는 캘리포니아 최우수 고교 휘트니 고등학교(Whitney High School)로 진학했다"고 말했다.

이민자로서의 어려움, 학업과 소통 등의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천을 묻자 조금도 망설임 없이 "제주의 정신"이라도 답했다. 제주를 고향으로 여긴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셈이다. 

아나타샤 김은 "어머니는 특별히 강하시다"며 "이민생활에 고생을 참 많이 하셨다. 저도 장녀로서 어머니의 용기의 원천이 항상 궁금했다. 그럴 때 어머니가 하신 말씀은 '제주 여성은 강하다'였다"고 설명했다. 

자매 말고도 밑에 여동생 둘이 더 있다. 자매는 궁핍한 이민자 생활에서 딸 넷을 건강하고 슬기롭게 키워낸 어머니야말로 이민자로서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특히 아나타샤 김은 어머니와 본인의 경험을 녹여내 '제주여성'에 대한 에세이도 쓸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아나타샤 김은 이미 인종, 계급, 성 문제, 양성평등 등의 건설적인 토론에 대한 책 [It's Time To Talk]을 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양극화가 심해지는 사회적 상황들 속에서 실용적이고 단계적인 대화의 지침을 원하는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제주 청년들에게 "아무리 먼 타지에서 의지할 곳 없는 상황일지라도 제주인의 타고난 강인함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을 믿고 기회를 찾아 꼭 도전해보길 바란"다는 응원의 말을 전했다.

애니스 김은 "부모님이 살아오신 제주의 곳곳을 둘러봤다. 한라산과 오름, 바다, 아름다운 제주의 환경에서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다"며 "다음 방문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에 오고 싶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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