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14) 환경영향평가 편법 회피에 주민의견 왜곡까지…마을 갈등의 도가니

조천읍 선흘2리 일대에 추진되고 있는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마을총회를 열고 개발사업 반대 입장을 확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제주도와 사업자가 이를 무시하고 계획을 추진하면서 논란은 주민간의 찬·반 갈등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공유지 제3자 매각으로 끝난 개발사업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은 지난 2004년 (주)탐라사료와 영농조합법인 탐라유통 등 관련 계열사가 (주)제주동물테마파크(JAF)를 설립하여 추진하였다. 당시에는 제주의 토착기업이 직접 투자를 하는 사업으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애초 사업자가 제시한 사업의 기본 방향과 개념은 제주목축문화를 기반으로 정체성이 발현되는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제주의 토종동물과 향토식물이 중심이 되는 공원으로 저밀도 방식으로 개발을 하고, 기존 자연환경을 활용한 생태형 단지계획을 사업의 기본개념으로 내세웠다.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은 제주투자진흥지구 1호로 지정된 사업으로도 유명하다. 이 사업은 2005년 7월 제주특별법에 근거하여 각종 세금 및 부담금을 면제해 주는 제주투자진흥지구의 첫 대상이 된다. 2007년에는 옛 북제주군으로부터 사업부지에 포함된 공유지를 매입한다. 전체 사업부지 58만 1050㎡ 중 43%에 달하는 24만7800㎡가 공유지였는데 이를 22억여 원에 매입하였다.

하지만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은 2007년 1월 개발사업시행 승인을 받은 후 3년 간 몇 차례의 개발사업 계획변경을 하고는 지난 2011년 1월 공사가 중지된다. 이후 사업자의 자금난 등으로 공사는 재개되지 못했고, 결국 다른 업체에 매각절차를 밟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개발사업의 모기업인 탐라사료는 공사가 중지된 해인 2011년 5월 제주동물테마파크 회사 주식 전체를 24억원을 받고 다른 업체에 넘기게 된다. 그리고 회사 주식을 사들인 업체는 공유지가 포함된 사업부지 전체를 또 다른 업체에 210억원 상당의 가격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탐라사료 경영진이 동물테마파크의 주식을 헐값에 매각해 주주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며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하지만 사법당국은 증거를 찾지 못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결국 수십만 평의 공유지는 목적대로 개발되기는커녕 사적으로 거래되어 시세차익을 얻는데 이용되고 말았다.

환경영향평가 편법 회피

사업자가 바뀐 후 공사를 재개하는 과정에서는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여부와 관련하여 논란이 불거졌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공사 중단 후 7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 2011년 1월 공사가 중지된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은 2017년 12월 재착공 통보가 이뤄졌다.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대상 기간에서 한 달을 남겨둔 6년 11개월 시점에 이뤄져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의무를 피해간 것이다. 

제주도가 환경영향평가 재협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충분히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관철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제주도는 사실상 편법적인 환경영향평가 면제가 뻔했지만 이를 묵인하고 말았다. 이 사업이 최초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한 2006년으로 보면 11년이 지난 후였다. 그 과정에 사업부지의 환경은 크게 변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 당시에는 지정되지 않았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지구가 사업부지와 인접하여 지정되었다.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할 경우 중점적인 영향검토가 이뤄질 수 있는 사항이었다. 

또한 이 사업이 처음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서의 관리보전지구 등급 현황을 보면 사업지구 내에는 지하수자원 2등급 지역이 14만7549㎡에 달한다. 전체 사업부지의 25%에 해당하는 면적으로 투수성이 높은 곶자왈 지역이다. 이 곳은 사업지구 서쪽 교래곶자왈과 이어져 생태축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환경영향평가 재협의를 통해 곶자왈 지역의 시설물 배치를 최소화 하고 보전방안을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의 내용과 계획 자체가 크게 바뀐다는 점도 전반적인 환경영향 검토가 다시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었다. 현재 사업계획 변경 중인 내용을 보면 기존의 마(馬)산업 중심의 테마에서 사자, 호랑이, 곰 등 야생동물 20여종 500여 마리의 관람시설로 크게 바뀌고 있다. 사업부지만 같을 뿐 내용을 보면 거의 신규 사업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의 우려와 반발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개발사업이 시행될 경우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주민설명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주민들이 가진 법적인 권한이다. 하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바로 눈앞에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과거 훨씬 전에 절차를 이행했다는 이유로 주민의견 제대로 낼 수 없다는 게 억울할 따름이다. 

주민의견 왜곡하는 제주도와 사업자

그나마 주민들은 마을총회를 통해 개발사업 반대라는 단일한 입장을 결정했음에도 제주도와 사업자는 이를 무시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최근 제주도의회는 행정사무조사의 하나로 제주동물테마파크 현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제주도 관광국장은 마을회의 공식 입장은 찬성이라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다. 이 사업을 반대하기로 결정한 마을주민들이 반발한 것이 당연했다. 이처럼 제주도는 개발사업으로 인한 논란을 주민 간 갈등으로 몰아가면서 문제의 핵심은 덮은 채 사업승인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

개발사업자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개발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의 해결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주민들을 대하는 태도 역시 찬성 주민과 반대 주민으로 구분하여 접근한다. 제주도의회가 현장 방문할 당시에도 찬성 주민들만 불러 모은 채 여론을 조작하는 치졸함도 보였다. 최근에는 마을이장이 독단적으로 사업자와 체결한 협약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 역시 사업자가 마을총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벌인 일이다. 마을 내 주민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는 행태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업자는 마을 반대대책위에 보낸 내용증명을 통해 개발위원회의 결정을 마을회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마을총회의 결정을 수용하지 안하겠다는 통보인 셈이다. 그리고 지난 5일 선흘2리 개발위원회 회의가 소집되었다. 안건은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와의 협약체결 건으로 알려졌다. 반대 주민들의 반발로 회의는 무산되었지만 이 역시 앞뒤 정황을 볼 때 사업자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다.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이 평온했던 작은 마을을 순식간에 갈등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다.

개발정책, 동물테마파크 논란 거울삼아야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으로 인한 논란과 갈등의 양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도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개발사업들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투자유치만을 목표로 앞뒤 가리지 않고 강행하는 제주도의 개발정책이 초래한 결과이다. 환경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이지만 투자의향만 있으면 허가해 주고, 공유지는 헐값에 팔아넘겨 사유지가 되어 이를 되팔아 시세차익을 남기더라도 행정은 눈뜨고 지켜볼 뿐이다. 주민들의 우려와 반대 목소리보다 개발사업자의 편의와 사업추진이 우선인 개발행정이다. 

제주도의 개발정책은 환경보전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 및 공동체의 보호가 전제되어야 한다. 개발로 인한 편익이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환경적으로도 생태계의 보전과 복원이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개발사업의 추진과정은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전제가 무너졌을 때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과 같은 논란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진정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개발정책이라면 선인분교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피켓을 들고 마을을 지켜달라는 호소를 외면해선 안된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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