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 인간] 29. 봉오동 전투(The Battle: Roar to Victory), 원신연, 2019.

영화 ‘봉오동 전투’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지슬>(오멸, 2012)의 배우 몰다리 홍상표가 영화 <봉오동 전투>에서는 제주도 출신의 독립군으로 나온다. 그의 현란한 제주어 대사가 반가웠다. 그리고 이내 서글퍼졌다. 어쩌다 제주도에서 머나먼 만주 봉오동까지 가게 된 걸까.

제주도는 늘 변방이었다. 현기영의 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는 방성칠란과 이재수란을 다룬 소설이다. 변방에서 사람들의 삶은 더욱 힘들었다. 영화 <봉오동 전투>에서 홍상표의 극중 이름은 ‘재수’이다. 감독의 의도가 보인다. 팔도에서 모인 독립군 중에서 제주도 사람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부정한 시대에 반기를 드는 그 정신이 독립 운동으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높다.

영화 <봉오동 전투>에서는 홍상표 대신 배우 류준열(독립군 분대장 이장하 역)이 몰다리로 활약한다. 영화 <지슬>에서 ‘상표’가 토벌대의 사격 세례를 피해 달렸다면, 영화 <봉오동 전투>에서는 ‘이장하’가 일본군의 빗발치는 총탄을 피해 달린다. 달린다는 것은 무기 없이 피해 다녀야하는 초식동물의 슬픈 모습과 같다. 맹수를 피해 살아남기 위해서 초원을 달리는 누처럼 ‘이장하’는 달렸다.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대첩은 승리의 전투였지만, 그것은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 것과 같다. 멈춰 있으면 죽게 되는 운명. 우리나라는 계속 달려왔다. 살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렸다. 그래서 이제 일본 경제를 대상으로 승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본은 우리가 이렇게 성장한 것은 달리게 해준 일본 덕분이라며 진로를 방해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장하’처럼 미끄러지면서도 계속 달릴 것이다. 일본이 총을 내려놓고 용서를 구한다면 달리는 것을 멈추고 아름다운 계곡에서 한 숨 늘어지게 잘 수 있겠지.

우리는 전투를 시작하지 않았다. 우리는 살기 위해 달릴 뿐이다. 달리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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