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공청회 ‘부실 평가’ 논란에 국토부 답변회피 급급

[기사보강=23일 오전 8시30분]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공청회에서 동굴과 숨골에 대한 조사 결과 등을 놓고 찬반측이 서로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았다. 급기야 제2공항 찬반 주민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특히 동굴과 숨골 조사 등과 관련,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심각한 부실 논란에 휩싸였지만, 정작 국토부는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라는 명목으로 민감한 답변을 회피하기 급급해 빈축을 샀다.

국토부는 22일 오후 2시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이상문 협성대학교 교수가 좌장으로 나선 가운데 국토교통부 전진 사무관과 용역 수행자인 정기면 포스코건설 그룹장, 김현수 선진엔지니어링 상무 등이 배석했다.

주민 토론자로는 제2공항성산읍추진위원회 오병관 위원장과 노현규 부위원장,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성산읍 주민 강석호씨, 용담동 주민 이성기씨 등이 참석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홍영철 대표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발견된 숨골이 8곳이라고 발표했지만,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제2공항 예정지 내에서 동굴·숨골 조사를 실시한 결과, 69곳의 숨골을 찾았다"며 "조사가 제대로 진행된 것인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22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공청회.  ⓒ제주의소리
22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공청회. ⓒ제주의소리

홍 대표는 "숨골은 동부지역에 엄청 많이 분포돼 있다. 비가 오면 이 숨골로 빗물이 스며들기 때문에 물난리가 나지 않고, 지하수도 고갈되지 않는다"며 "그런데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이 숨골을 다 막아버리겠다고 했다. 그러면 이 빗물이 역류해 일대 물난리가 나고 지하수가 고갈된다는 것은 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협의회에 '제주참여환경연대'에서 추천한 위원이 포함됐다고 했는데, 우리 단체는 추천한 바 없다. 추천도 안 받은 사람을 버젓이 올려놓은 것은 시행령 위반으로, 국토부가 범법을 저지른 것"이라며 "시정할 의향이 있는지 국토부는 명확한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영웅 사무처장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입지에 대한 비교-검토부터 상당히 미흡하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하기 위한 준비단계에서 구성된 환경영향평가협의회는 '여러가지 대안에 대해 검토한 후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최종적으로 선정한 대안과 그 사유를 명시하라'고 했지만, 정작 조사가 얼마나 날림으로 진행됐는지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사무처장은 "입지타당성 자연환경 평가는 제2공항 계획지구 경계로부터 300m까지의 범위로 식물상, 양서-파충류, 동물상, 육상곤충까지 진행됐다"며 "비슷한 예인 흑산공항, 울릉공항, 김해신공항 등의 경우 계획지구부터 2km까지 범위를 잡고있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해신공항은 12km 떨어진 낙동강 하구까지 조사범위에 포함했지만, 성산은 8km 정도 떨어져 있는 철새도래지도 제대로 점검하지 못했다"며 "이것만 보더라도 국토부가 얼마나 제2공항을 형식적으로 추진하는지,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의무적으로만 때우려 하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통해 평가항목과 범위, 방법 등을 정하게 되는데, 심의 전인 5월 7일 용역진은 이미 동물상-식물상 3차 조사까지 끝내놓은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협의회를 구성한 9명 중 공무원 5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4명 중 교통전문가 1명, 주민대표 1명, 환경전문가 2명이다. 그런데 협의회 당시 환경전문가 2명은 참석도 하지 않아 당시 환경분야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반면, 찬성측 토론자들은 제2공항 추진 당위성을 역설하며 숨골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찬성측 주민인 이성기씨는 “제주는 화산섬이기 때문에 숨골이 많다. 제주공항을 개발할 때도 숨골을 전부 막았다”면서 “하지만 공항 인근이 침수됐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오병관씨도 “숨골은 제주도 전역에 분포해 있는 것으로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해 거론할 가치가 없다”면서 “제2공항은 단군 이래 최대사업이다. 중단없이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2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공청회. 주민들이 환경영향평가와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패널들의 발언에 항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2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공청회. 주민들이 환경영향평가와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패널들의 발언에 항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전진 국토부 사무관은 "주민들의 의견을 다양한 방법으로 수렴하면서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만들어가겠다. 이런 공청회 뿐만 아니라 지역설명회나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방법으로 단계별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이 사무처장은 "환경영향평가서 심의의견을 보면 '제2공항 건설사업에 수용되는 마을을 직접 방문해 설명할 수 있도록 하라'고 명시돼 있다. 이는 법적인 효력을 지닌 의견으로, 국토부는 이 자리가 끝난 이후에도 각 마을을 방문해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전 사무관은 "심의서에 나온 의견수렴 같은 경우, 이미 7월초 공람 기간에 주민센터에 상주하면서 의견을 계속 수렴했고 인터넷으로 의견 수렴하는 과정도 있었다"고 즉답을 피했다.

수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참석한 이른바 '찬성측' 패널들은 제2공항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발언을 해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용역진이 찾은 8곳의 숨골조차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의혹을 표출했다.

이 주민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나온 숨골 사진을 봤다. 내가 잘 아는 곳인데, 그곳은 그냥 나무가 쌓여있을 뿐이지 숨골이 아니다"라며 "세금이 들어간 조사를 이런식으로 수행했다면 국토부가 고발조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 제기했다.

이와 관련 용역을 수행한 김현수 상무는 "여러 문제점을 지적해줬는데 감사하게 생각한다. 저희가 잘 검토하고 반영해서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에 잘 반영하겠다. 조사 결과가 주민 눈높이에 미흡하게 보인 점이 있다면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우리가 제시한 것은 초안"이라며 "관계기관과 주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계속 보완해서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수준의 답변만을 내놓았다.

토론회 말미에도 주민들과 제2공항 반대측 패널들은 지질 조사와 관련한 부실 의혹, 공항수요 조정 필요성에 대한 국토부의 입장, 추후 주민들과의 공식적인 만남 일정 등의 답변을 요구했지만, 명확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회자 역시 "공청회는 주민들의 주장과 요구사항을 충분히 듣는 시간이지 답변을 얻어야 하는 끝장토론이 아니다. 추궁할 수는 있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끝장 토론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청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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