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회 대상 미술 최창훈, 서예 양문중...경쟁 높이고 창작 지원 등 성과 주목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주도미술대전이 올해로 45회를 맞았다. 강민석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제주미협) 회장이 취임하면서 의욕적으로 내건 ‘혁신안’이 3년째를 맞아 점차 효과를 발휘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올해 미술대전 대상은 최창훈(36), 서예문인화대전 대상은 양문중(57) 씨가 수상했다. 

최창훈 씨는 제주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홍익대학교 회화과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5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대상 작품은 액자·화폭을 조각으로 이어 붙여 만든 <HUMAN>이다. 최창훈에게는 24일 제주문예회관 전시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상금 1000만원과 상패가 주어졌다.

양문중 씨는 제주공항에서 근무하면서 틈틈이 서예의 길을 걸어왔다. 본격적으로 입문한 지는 올해로 15년 째. 한글사랑서예대전, 한국미술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 받아왔다. 대상 작품은 신승행 작가의 시 <일백호의 영광>을 한글 서예로 썼다. 양문중은 상금 500만원과 상패를 받았다.

ⓒ제주의소리
올해 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한 양문중(서예-문인화, 왼쪽), 최창훈 작가가 24일 시상식에 참여했다. ⓒ제주의소리

미술대전 주요 입상자는 이호철, 김현수(이상 우수작가 상), 고윤식, 고혜령, 신윤화, 윤석민, 이가희, 이서윤, 이수진, 주현이, 최미선, 최소희, 강혜지, 김송(선정작가)이다.

서예문인화대전 주요 입상자는 김남규, 문원일, 김미영(우수상), 강병상, 김효은, 양은열, 김양선, 강순여, 현미영, 서민정, 홍임희, 이교후, 이목기, 정순임, 양원석, 강정자(특선)이다.

# 입상 상한선, 대상 인큐베이팅...3년차 혁신안 성과는?

제주도미술대전은 2016년부터 매해 변화 속에 치러지고 있다. 2016년은 주최 기관이 제주예총에서 제주미협으로 바뀌었고, 2017년 처음으로 미술과 서예·문인화를 분리했다. 지난해부터 미술과 서예·문인화는 사실상 별개로 진행 중이다. 

2017년 1월 취임한 강민석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혁신’을 강조했다. 주요 혁신 대상은 제주미협의 핵심 사업인 제주미술제와 제주도미술대전이다. 

제주도미술대전 혁신안은 ▲심사제도 강화 ▲입상자 비율 30% 제한 ▲대상 수상자 인큐베이팅(incubating) 등이 대표적이다.

심사는 포트폴리오 심사를 도입하면서 1차, 2차로 구분·강화했다. 서예·문인화에서 특선 이상은 현장 휘호를 통해 재차 확인한다. 입상자 비율 제한은 ‘상 나눠먹기’ 비판을 불식시키면서 참여 작품의 질적인 향상을 기대하는 조치다. 요약하면 들어가고 나가는 문 모두 좁아진 셈이다.

인큐베이팅은 대상 수상자가 입상 다음해 개인전을 열면서, 전문 기획자와 1대 1로 연결시켜 작업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수개월에 걸쳐 이뤄지는 만큼, 보다 깊은 차원에서 작가의 질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취지다. 

2016년 미술대전 전체 출품작 수는 409점이다. 2017년은 334점, 2018년은 237점, 올해는 242점(서예·문인화 184, 미술 58)이다. 심사부터 수상까지 전 과정이 비교적 까다로워진 영향인지, 지난해까지 참가 수는 계속 줄어들었지만 올해 들어 반등했다. 이는 달라진 미술대전의 분위기가 이제 정착 단계에 접어드는 것으로 읽혀진다.

제공=제주미협.
올해 제주도미술대전 대상 수상작 최창훈의 'HUMAN'. 제공=제주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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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서예-문인화대전 수상작 양문중의 '일백호의 영광'. 제공=제주미협.

인큐베이팅은 미술대전의 질적 향상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지금까지 인큐베이팅에 참여한 작가는 2017년 대상 김진수, 지난해 김현성 작가다. 김진수는 지난해 대상 작가 초대전에서 “6개월 간 제주미협이 지원해준 이나연 미술평론가와 많은 논의를 하는 등 지난 1년 동안 지속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작가로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낸 바 있다.

마찬가지로 올해 전시를 연 김현성도 24일 문예회관 전시장에서 <제주의소리>와 만나 “올해 3월부터 지금까지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선생님과 한 달에 두 번 정도 만나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돌이켜보니 인큐베이팅 과정이 대학 입시를 새로 치르는 느낌이었다”고 흥미로운 소감을 밝혔다.

김현성은 “작품 활동을 하면서 내 생각을 많이 가다듬을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자칫하면 산으로 갈 수 있었는데 인큐베이팅 덕분에 막을 수 있었다. 작가들은 가장 큰 단점이 제3자 입장에서 잡아주지 않으면 자기가 잘하는 지 못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스토리텔링도 부족하다. 나를 비롯해 젊은 작가들 대부분이 해당되리라 본다”면서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진 전문가가 짜임새 있게 조언해줘서 오직 한 주제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김연주 기획자님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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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술대전 대상 작가 김현성은 29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전시실에서 개인전을 진행한다. 사진은 전시장 전경. ⓒ제주의소리

김현성은 올 한 해 동안 오롯이 이번 초대전 <결>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1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결>은 물결의 파동을 목재로 표현했다. 다양한 수면 위 떨림은 정적이면서 때로는 동적이다. 목재를 수 백 겹을 쌓은 작품은 꿈틀대는 에너지를 내포한 반면, 반대편에는 은은하게 떠밀리는 차분한 물결을 연상케 한다. 좌우 2m가 넘는 역동적인 목조 작품부터 세밀한 묘사에 집중한 작품까지. 나무로 ‘물의 파형’을 구현해낸 김현성의 상상력은 놀랍기만 하다.

그는 “지난해 대상을 타고 전시하는 순간까지 오직 <결> 하나만 생각했다. 작품 하나를 만드는데 3개월이 걸리기도 했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면서 “전통가구 방식으로 물의 파형을 비춘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몇 년은 더 매진해야 할 것 같다. <결>을 마무리할 때까지 다른 작품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욕적인 소감을 밝혔다.

김현성 작가의 작품 '결'. ⓒ제주의소리
김현성 작가의 작품 '결'. ⓒ제주의소리

김연주 기획자는 “어느 누구나 그렇지만 열심히 하다보면 자기 시야에 빠져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그때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며 조언해주는 역할이 있다면, 생각과 상상이 자기 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 원래 김현성 작가가 좋은 작업을 하는 분이라, 나는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열정을 균형 있게 맞추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인큐베이팅 과정을 설명했다.

또 “기획하는 사람과 창작하는 작가의 만남 자체는 좋은 일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계속 지속된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미술대전을 마친 강민석 회장은 “미술대전의 혁신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김현성 작가에 대해 “미술 제도권 안에서 배출하기 힘든 유형의 작가다. 그를 발굴하고 한 단계 성장하는 과정은 혁신안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작가 역시 미술대전 인큐베이팅에 상당한 만족감을 느끼면서 작업에 집중했다”면서 “가구를 통해 구현한 독특한 조형성은 주목할 만 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더불어 “최근 제주에 공모전, 공모 레지던시(residency)가 크게 늘어났다. 기관에서 하는 문화예술진흥원, 미술대전, 이중섭미술관과 예술공간 이아뿐만 아니라 대기업 같은 민간에서도 늘어나면서 선택이 가능해졌다”면서 “결국 전통적인 미술대전의 권위나 영향력은 쇠퇴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수도권에서 몇 년 전부터 일어난 현상이며, 제주는 이제야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미술대전은 45년 역사와 전통, 무게감이라는 장점이 있다. 미술계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면서, 구태의연한 방식을 타파하고 작가 역량을 키우는 미술대전이 혁신의 핵심”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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