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제주 동화초 옆 공원 고사 지적에 제주도 "평평하게 잠시 타설, 곧 철거" 황당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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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화북동에 위치한 어린이 공원의 공사 과정에서 나무가 시멘트에 덮여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제주의소리

제주도가 나이와 장애 유무에 관계 없이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유니버설 디자인’ 시범사업을 하면서 공원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온 소나무 숲 일부를 고사시키려는 듯한 공사로 빈축을 사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독자 제보로 1일 오후 현장을 찾은 제주시 화북동 동화초등학교 인근 화북 제2어린이공원. 수령이 족히 수십년은 되어 보이는 소나무 숲 바닥에 시멘트가 평평하게 타설돼 있었다. 현장을 찾은 기자의 눈에 단단하게 굳은 회색 시멘트가 밑동까지 완전히 덮어버린 소나무 세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시멘트는 제법 단단하게 굳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나무 밑동 쪽은 거의 빈틈없이 시멘트가 발라져 있어 사실상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 중 한그루는 밑동 부위가 심하게 훼손된채로 방치된 것도 확인됐다. 

유니버설 공사를 한다면서 멀쩡한 소나무 숲을 훼손시킨 것에 다름 아니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8월12일부터 9월 30일까지 제주시 화북동 제2어린이공원을 대상으로 ‘유니버설 디자인 활성화구역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무칩포장, 판석, 경계석 등을 철거하고 안전 난간 84개 등을 새로 추가하는 내용이다. 시공사는 D조경이 맡았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성별과 연령은 물론 국적 또는 문화적 배경 외에도 장애의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말한다.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범용(汎用) 디자인’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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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밑동까지 시멘트가 완전히 뒤덮여 소나무들이 정상적인 생육이 어려운 상태다.  제주도는 유니버설디자인 사업을 진행하면서 평탄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이고 소나무 주변 시멘트를 다시 잘라낼 것이란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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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동이 심하게 훼손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소나무도 상처 부위에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된 채로 단단하게 굳은 시멘트에 고립돼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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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밑동까지 완전히 시멘트로 발라진 모습. 빗물이 들어갈 공간조차 없어 정상적인 생육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라도 당장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제주의소리

시민들은 최근 행정에서 공원 유니버설 디자인 공사를 하면서 되레 소나무를 고사시키는 게 아니냐는 눈총을 보내고 있다.

인근 주민 K씨는 “눈 뜨고 보는 내가 아프다. 살아있는 소나무를 질식시켜 고사시킬 작정을 했는지...(궁금하다)”고 무지한 행정과 공사 관계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공원을 지나던 인근 동화마을 주민 박민순(55) 씨도 “어떤 공사를 하더라도 나무는 (숨을 쉴 수 있게) 여유 공간을 마련해주는데 왜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다”며 “이 공원은 동화마을, 화북주공아파트 뿐만 아니라 바로 옆 삼화지구 주민들도 즐겨찾는 공원이다. 심심치않은 공사도 그렇지만 이렇게 공사하는 것은 지켜보는 마음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공사 발주처인 제주도는 “작업 과정 상 잠시 타설했을 뿐, 곧 철거할 예정”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해명으로 내놓았다.

제주도 관계자는 “시멘트는 평평하게 경사를 맞추기 위해 타설했다. 시멘트를 중간에(소나무 주변에) 비워두면 경사를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일단 한 번 (시멘트로) 덮고 비가 그치면 나무 주변을 잘라낼 예정이다. 나무를 고사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도정이 지향하고 있는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한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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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로 덮인 나무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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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정보가 담긴 현수막.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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