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숨골과 인간 뇌의 연수, 그리고 제주 사회의 숨골

인간의 뇌에는 연수라는 기관이 있다. 의학용어로 ‘숨골’이라고도 한다. 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뇌간에 속한다. 이 숨골은 뒤통수 아래 푹 들어간 안쪽에 있다.

전체 뇌의 구조 속에서도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다. 척수와 곧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허파와 심장을 조절한다. 혈액 속에 산소를 공급하여 호흡을 조절하고 침 분비도 조절한다.

강(江)이 없는 제주에는 물이 귀해서 빗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구멍, 즉 풍혈을 제주 사람들은 숨골이라 부른다. 빗물이 암석을 타고 들어가면서 물은 정화되어 지하수가 되고 그 숨골을 타고 들어가면서 생기는 공간에서 다시 공기가 그 틈으로 올라온다. 그 공기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여름철에는 시원한 바람이 되고 겨울철에는 따스한 바람이 된다.

숨골은 동굴과 곶자왈 주변이나 오름 등지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 이 주변의 땅과 바위에는 언제나 습기를 유지하고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은 누적되면서 퇴화되고 거름이 되고 빗물을 더욱 머금게 되는 것이다.

제주 땅에서 풍혈의 역할이 우리 뇌의 연수(숨골)와 똑같아서 제주 사람들이 일찍이 풍혈을 숨골이라 부른 것 같다. 땅이 숨을 쉰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뇌 의학에도 일가견이 있었음이 틀림없다.

뇌의 연수(숨골)와 제주의 숨골은 자연과 더불어, 자연의 일부로 살아야 하는 인간의 생명유지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도 숨골은 반드시 필요하다. 건강한 민주사회는 반드시 호흡을 해야 한다. 숨골의 역할인 호흡은 상호간의 소통이다.

소통을 통해서 사회 구성원들이 숨이 가쁠 때 혈액에 산소를 공급해 호흡을 편하게 해주고, 입 안이 바짝 마를 때 침을 분비해줘서 입속을 여유롭게 해줘야 하는 연수(숨골)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다양한 여론들이 형성되고, 그 여론들이 가짜 뉴스나 잘못된 정보로 인하여 훼손되었을 때 사실에 근거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다양한 논쟁을 거쳐 형성되어지는 것이 공론이다. 

공론은 여론과 달리 국민의 적극적 의사 표현에 기초를 두고 있다. 공론화는 국민의 의사표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국민의 공동 성찰을 추구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숨골의 역할이고 이를 통해서 민주주의는 호흡하는 것이다.

자연에서의 숨골(풍혈)과 인간 뇌의 숨골(연수)처럼, 사회에서의 숨골(소통)역할은 민주주의를 질식 시키지 않게 하는 공론화의 과정인 것이다. 

"제2공항 예정지 내에서 동굴·숨골 조사를 실시한 결과, 69곳의 숨골을 찾았다"는 언론 기사들을 보면서 제주지역 현안인 제2공항 건설의 과정들이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다. 오랜 시간 스스로 정화하고 저장되어진 지하수를 한 순간에 오염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태풍이나 폭우 때에 오염 물질들을 숨골에 버리는 사람들이다.

문윤택 제주국제대학교 교수.

역사와 더불어 고난의 시기를 견디며 축적된, 제주도민들의 소통의지와 민주 의식들을 오염시키는 행위들을 하고 있는 이들은 누구인가를 묻고 싶다.   

지금 제주도정과 국토부의 일방향적이고 우격다짐식 문제 해결 방식이 우리 지역사회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숨골 역할을 하고 있는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제2공항 건설 과정이 과연 우리 지역사회의 생명 건강을 유지하기위한 숨골인지 그냥 밑으로 쑥 빠져 나가버리는 허망한 구멍인지 잘 살펴보아야 할 심각한 문제이다. / 문윤택 제주국제대학교 교수·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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