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45. 양하 (Zingiber mioga [Thunb.] Roscoe) -생강과- 

제주는 이미 벌초를 끝내고 각 가정마다 한 해 풍년을 기원하고 조상의 은덕에 감사하는 추석 명절을 맞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추석 즈음 수확하는 ‘양하’라는 식물을 소개해 드립니다. 양하의 수확 시기도 추석 때와 맞물려 있어 제주에서는 자연스레 차례상에 단골로 오르는 나물의 재료로 쓰이기도 합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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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제주 사람들은 양하꽃 새순을 데쳐 먹고 제사상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추석 전후로 새순을 따고 특이한 꽃이 피는 식물입니다. 일본에서는 ‘みょうが(묘가)’라고 부르는데, 일본에서도 오래 전부터 음식의 재료로 사용했습니다. 한자로는 들에서 자라는 생강이라고 해서 ‘야강(野薑)’이라고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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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하는 여름의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9월 초순부터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남해안 지역과 제주도에서 많이 자생합니다. 동남아시아가 원산으로 숲 속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마치 작은 조릿대나 생강을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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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별로 부르는 이름도 다양해서 제주에서는 보통 ‘양애’라고 부릅니다. 양애끈, 양아, 양아간, 양횟간, 양깔, 양애갈 등 여러 이름이 있습니다. 추석이 다가오면 제주에서는 많이 채취할 수 있는 양하를 제사상에 올렸습니다. 한 교양 프로그램에 소개했는데, 김제에서는 상어 고기를 넣은 양하 산적을 만들어 제사상에 올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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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하 새순은 무침이나 절임 등의 다양한 식재료로 사용하지만 양하 꽃을 본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양하꽃은 아침에 피어 당일 쓰러져 버리기 때문에 활짝 핀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땅에서 비죽 솟아나듯이 5~7cm 길이의 꽃줄기가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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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하의 꽃말은 무엇일까요? 바로 ‘건망증’입니다. 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석가모니 제자 중에 ‘반특’이라는 제자가 있었는데, 실천하고 잘 수행하는 제자로 유명했습니다. 무슨 일인지 잘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어쩌다 이름조차 잊어버리는 건망증 때문에 패까지 만들어 목에 걸어줄 정도였다고 하네요. 나중에는 이름패까지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반특이 죽고 나서 그 위에 핀 풀이 바로 양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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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하는 꽃도 아주 특이하지만 열매 또한 참 볼수록 신기한 식물입니다. 늦여름에서 초가을까지 꽃이 피고, 11월 중순 이후면 제주에서 드물게 열매가 달린 양하를 만날 수 있습니다. 흰 ‘헛종피’에 쌓인 구형의 검은 것이 바로 양하 종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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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가까워진 제주에는 고향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집니다. 양하 이야기를 전해 드리면서 <제주의소리> 독자 분들에게도 보름달처럼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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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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