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어멍 동물愛談] 31. 서식지 쫒겨간 돌고래들, 해상풍력발전 종합 검토해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 앞바다, 남방큰돌고래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제주 ‘바당’이다. 연중수온이 최저 12℃ 이상을 유지하는 제주도의 전 연안 모든 곳이 그들의 서식처였다. 현재의 동일리 바다만이 아니라 한림, 구좌, 성산 등 빈번하게 관찰되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한림읍 일대에서는 돌고래 무리가 발견되고 있지 않다. 그들은 한경면에서 2016년 이후에는 대정읍, 그리고 남쪽으로 남쪽으로 향하며 서식처를 좁혀가고 있다.

불법포획되었다가 야생으로 방류된 제돌이. 대정 바다를 누비고 있다. 아직도 38마리의 제돌이가 여전히 좁은 수족관 콘크리트에 갇혀있다. 사진출처 : 핫핑크돌핀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의 ‘고래류 자원 및 생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 이전의 남방큰돌고래의 개체 수 감소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볼 수 있다. 혼획에 의한 폐사와 개체가 살아있을 경우 방류하지 않고 생포해 수족관 전시 및 공연용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2012년 이후 개체 수 감소와 주요 서식지 이동은 수중 소음 유발 요인이 꾸준히 늘어나는 환경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바로 수중 구조물 설치가 대표적이다.

2012년 이후 물동량 급증에 따른 한림항 선박 입ㆍ출항 실적은 매년 100만톤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그에 발맞춰 선박 엔진과 프로펠러 소음도 점차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 돌고래는 수중에서 음파를 이용해 사물을 구별하거나 의사소통을 한다. 그래서 선박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부터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소음은 돌고래가 주로 이용하는 음역대와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돌고래의 서식지 포기나 섭이 교란을 야기할 뿐 아니라 만성적인 스트레스 증가요인이 되기도 한다.

대정읍 근해에 18기의 대규모 해상풍력발전을 추진 중이다. 공사 중 그리고 완공 후 소음으로 소리의 세상을 살아가는 남방큰돌고래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우리의 고향이 제주 섬이듯, 그들의 고향은 제주 바다이다. 사진출처 : 핫핑크돌핀스 

돌고래는 매우 정교한 방식으로 소통한다. 인간은 시각과 빛이 중심이지만 그들의 주요 감각은 음파로 소리다. 돌고래는 소리의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제주도의 남방큰돌고래는 연안 정착성이며 이동범위가 크지 않아 외부 환경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현재 주요 서식처로 동일리 앞바다를 선택한 이유는 그러한 그들의 특성에 가장 잘 맞기 때문이다. 

동일리 연안은 남방큰돌고래의 현재이자 제주의 미래이기도 하다. 아낌없이 주는 제주 바다를 꼭 닮은 남방큰돌고래. 온순하고 장엄하고 경이롭고 아름다운 그들이 지금 위험에 처해있다. 

대정읍 근해에 18기의 대규모 해상풍력발전을 추진 중이다. 제주도는 지난 8월 23일 풍력발전 심의위원회를 열어 대정해상풍력 시범지구 지정계획을 통과시켰다. 대정지역의 반대대책위는 심의위원회가 열리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여 그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못한 실정이다. 

해양생태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6조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회유성해양동물 및 해양포유동물의 서식지·산란지·회유경로 등을 보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찬성 측의 의견에 다수의 결정이니 괜찮다는 주장은 우리가 지켜야할 생태계 보호 의무를 저버리는 것은 아닐까? 

동일리 앞바다를 지나는 사람은 바다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여행자의 시간을 잠시 내려놓고 돌고래 공동체에 빠져든다. 그 순간만큼은 그들처럼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그리고 사진 속 돌고래의 모습에 다시 한 번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사진 : 김란영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원들은 해안에서 불과 약 2km 떨어진 지점에 해상 구조물 설치하기 위한 말뚝 박기 작업 시 발생하는 소음은 40km 밖에서도 감지되며 이는 돌고래의 서식처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라 한다. 특히 말뚝 박기 작업에서 발생하는 10kHz 이하의 저주파는 돌고래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음역대이다. 

완공 후에도 발전기 터빈에서 발생하는 저주파음이 주변 수역에 서식하는 해양포유류의 행동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대정지역 근해에 해상풍력단지가 들어서게 되면 남방큰돌고래 뿐만 아니라 해양생태에 위기가 올 것을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다. 그러므로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기 전에 해양생태계와의 상호작용에 대한 충분한 사전평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제주도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를 대상으로 한 음향학적 연구는 몇 차례의 기회적인 수중명음을 녹음하고 그 특성을 파악 한 정도다. 서식지의 수중소음에 대한 주기적인 측정과 함께 제주도 계군의 수중명음 특성을 분석하는 음향연구와 행동 연구 등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한 종합적 검토 후에도 늦지 않다. 

제주 사람이 머쓱할 정도로 제주의 아름다움을 늘어놓은 진짜 제주 사람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 남방큰돌고래의 모습에 연신 감탄하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김란영

대정해상풍력사업이 지난 4월에 열린 제주도의 경관심의위원회에서 ‘재검토’가 의결되더니, 한 달이 지난 동일한 회의에서 갑작스럽게 ‘통과’를 결정하는 실소를 자아내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은 한번이면 되지 않을까? 더구나 제주 전역을 짧게는 60km, 길게는 100km 이상을 거침없이 자유로이 유영했던 그 많던 남방큰돌고래가 멸종위기에 처한 현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대 문명에서 수백 년에 불과하고, 인류의 역사를 보면 우리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 자신도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 인류의 장기적 생존을 위한 비밀을 풀거나 방안을 찾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돌고래는 훨씬 더 오랜 기간을 살아왔다. 고래와 돌고래의 공통된 조상은 5000~6000만 년을 살아왔고 현대의 돌고래는 1500만년을 살아왔다. 인간인 우리는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정지역 연안에서 자유로이 유영하는 남방큰돌고래 공동체. 멀리 보이는 오름과 장관을 이룬다. 사진출처 : 고래연구소

 

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짝 친구인 반려 강아지 코코를 만나 인생관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동물의 삶을 통해 늦게나마 성장을 하고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웃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호, 소리, 지구, 사랑, 평화, 하늘, 별 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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