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밭담의 비밀] ② 김구 판관의 밭담 네트워크 / 밭담구조의 역학적 분석

흔히 '흑룡만리(黑龍萬里)'로 표현되는 제주밭담은 장구한 세월동안 제주선인들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대표적 농업유산이자 생활유산이다. 바람을 걸러내고 토양유실을 막으며 우마(牛馬)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한다. 농지의 경계표시 기능도 한다. 밭담의 과학성과 창의성, 역사성을 인정받아 2014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제주 출신인 이문호 전북대학교 교수가 제주밭담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논문을 보내와 네차례로 나눠 소개한다. 이 논문은 올해 러시아 ACCT coding 세계학술대회(10월2~3일)와 한국인터넷방송통신학회지(10월호), 김구학술대회(전북대 개최, 12월6~8일)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편집자 글]

# 글 싣는 순서
① -Ⅰ. 서론
② -Ⅱ. 김구 판관의 밭담 네트워크 / Ⅲ. 밭담구조의 역학적 분석
③ -Ⅳ. 밭담은 가로세로 모서리 안에 큰 돌 작은 돌을 수직으로 붙인다 / Ⅴ. 유전자 '64 Trigram Nirenberg Codon'에 기반한 'Euler' 정리에 의한 밭담 및 스마트폰 코드
④ -Ⅵ. 결론

Ⅱ. 김구(金坵) 판관의 밭담 네트워크

다음 글은 저자의 <밭담 김구(金坵)> 미발표 논고 중 일부이다. 필자의 상상력으로 김구 판관의 입장을 구현해봤다.

김구는 눈사람을 돌사람으로 만들고 사람 인(人)자를 땅 평면위에 설계했다. 사람 인자는 좌우 대칭(對稱, Symmetry)으로 한 몸이 된다. 한 몸은 내 자신이 소유하는 내가 아닌가? 사람 인자의 꼭지 세부분에 돌(石)을 놓고 돌끼리 연결하면 세모꼴이 밭이 되고, 모서리에 돌덩이를 쌓아 연결하면 세모꼴 밭담이 될 터.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이 밭담으로 제주 농민들의 소유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

그래서 오늘. 1234년 사월 초하루에 답을 주기로 한 것 이다. 김구가 제주 부임 후 한 달 만이다.

“여러분, 지금 집에 돌아가시면, 밭담을 외담으로 쌓고, 쉬돌림(休耕)한 분들은 원래 농사지은 사람이 임자이오. 그리고 땅을 뺏은 토호들은 원래 임자에게 돌려주시오.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엄히 군령으로 다스리겠소,”

쩌렁쩌렁하게 소리치는 24살의 기골이 장대한 김구 판관 한마디로 청내는 조용해졌다.

“밭에 겹담은 무사 안 되어 마씸.” 턱수염 하르방이 질문했다.

“좋은 질문이오. 외담을 뺑 둘러 연결하면 태풍 바람이 불어도 밭담 돌구멍으로 바람이 빠져 나가고 숭숭 구멍 난 돌구멍이 파풍(破風)효과를 내오, 그러면 밭담이 한 몸이 되어 바람에 흔들 걸이 들 에도 끄떡없소. 겹담은 바람에 경직(硬直)되어 밭담으로는 맞지 않소이다.”
 
김구는 대답을 마치고 포졸들에게 마당구석에 있는 돌 아홉 덩어리를 갖다가 두덩어리를 괸돌(굽돌)로 붙여 그 위에 한 덩어리를 올려붙여 일열 횡대로 놓으라고 했다. 돌 아홉 덩어리가 세 돌이 한 그룹이 되면서 세 그룹 돌담이 보기 좋게 일렬 횡대로 정렬이 됐다.

“자, 보면서 들으시오, 이게 밭담 사회관계망(Social Relation Networks)이오,”

김구는 침을 꼴깍 삼기면서 밤에 창호지에 붓으로 그린 그림도 보이며, 힘을 주고 말을 계속한다.

“돌은 사람이오, 앞에 눈사람처럼 놓인 돌들 모양이 바로 사람 인 자로 좌우 대칭,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소. 비바리 처녀들보다도 아름다운 모양이오. 두 번째 돌들도 사람 인, 세 번째 돌들도 사람인 자 모양, 3(1+1+1)=9 이니 돌 아홉 덩어리가 맞소. 이게 앞으로 제주 1000년 후, 아니 오는 1000년까지도 먹여 살리는 밭담 기술 아이디어요. 돌 사이 구멍은 잔돌로 막지 말면 바람이 들락거리는 바람 창(Wind Window)이요. 바람 창을 막으면 밭담은 무너지오.”

김구가 먹물 붓으로 스케치한 그림을 잘 들어 보였다. 

그림1. 각종 밭담 형태. 제공=이문호. ⓒ제주의소리
왼쪽부터 (a) 돌사람 , (b) 3+3+3 石 Networks, (c) 삼각밭돌담 , (d)사각밭돌담. 그림 1. 각종 밭담 형태. 제공=이문호. ⓒ제주의소리
그림1. 각종 밭담 형태. 제공=이문호. ⓒ제주의소리
왼쪽부터 (e)사다리꼴 밭담 , (f)사다리꼴 밭담 '캐', (g)원추형밭담 '캐', (h)원형밭담 '캐'  *캐는 제주사투리로 여러 밭들을 포함한다는 말. 그림1. 각종 밭담 형태. 제공=이문호. ⓒ제주의소리

 

모든 사람이 눈을 둥그레 해가지고 귀를 쫑긋 세워 듣는다.

“내 고향 전주 부안에 돌은 화강으로 돌 한 덩어리가 집채만 하고 돌구멍이 안 났는데, 제주 현무암 돌은 구멍이 숭숭 나고 고구마나 감자처럼 둥글고 납작하여 돌담 쌓기가 좋소이다. 육지에 있는 탱자 울타리나무를 밭담으로 생각했지만 밭 가운데에 있는 ‘머들돌’을 사용하여 외담으로 쌓으시오. 밭담높이는 제주 남자 평균 키 높이면 소나 말이 밭에 들어가 곡식을 못 먹을 것이요. 한라산 바람과 산불도 막고, 이웃간 밭 경계도 될 것 아니겠소. 중국만리장성은 군주를 지키는 장성이지만, 제주 밭담은 농민여러분들이 밭을 가늠하고 우마나, 불, 바람에서 자유로워질 것이요. ‘Fence for King’과 ‘Fence for Peoples’이란 말씀이요, 3(1+1+1)=9=사람인(人+人+人)은 돌담을 마주하는 사람이 연결되는 네트워크이고, 돌끼리는 서로 서로 수눌어져(石積) 태풍이 와도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오. 밭담은 밭 한판이, 한판이 등을 돌담이 둘러싸는 망(loop)인데 망(網)은 연결됐으니 1(한일:一)이오. 1002년과 1007년에 한라산이 화산폭발하면서 뛰쳐나온 현무암 돌과 화산회토가 하늘을 나는 화룡(火龍)이라면, 새카맣게 된 현무암 돌 하나하나를 연결하고 쌓아 돌을 붙여나가면 돌담이 되오. 밭에 쌓으면 밭담, 올레에 쌓아 돌끼리 붙이면 올렛 담이 되오. 그러니, 밭에 쌓은 밭담이 꾸불꾸불 연결되오, 흑룡(黑龍) 같지 않소? 밭도(Field Gate) 밭담 위로 넘고 다니면 되오. 나중에는 밭담 입구 쪽에 무너뜨렸다 쌓으시든지 큰 통나무를 잘라 걸치시오. 소위 정낭이란 것이오. 올레 담에 정낭 세 개를 수직으로 꼽으면 주인이 외출이고, 정낭 셋을 다 열면 집에 주인이 있는 게요. 밭담은 돌 세 덩어리 중 둘은 밑돌을 수평으로, 그 위에 돌 하나를 수직으로 붙였다면, 정낭은 수직으로 만 정낭을 정주목에 삽입하는 것이오. 그 잠자는 흑룡을 깨울 서생(書生)이 언젠가 나올 것이오. 이 밭담과 정낭이 내가 제주에 남기고 갈 혼(魂)이오. 먼 훗날 내 혼을 읽은 서생(書生)이 전주 부안 내 무덤에 술을 한잔 올릴 것이오.” 

농민들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아우성이다.

“너무 어려워 모르쿠다.”

김구가 말 한마디 더한다.

“여담이지만 내가 한마디 더 하겠소, 내 이름이 구(坵)로 흙토 변(土)에 언덕 구(丘)자니, 흙은 ‘밭’이고 언덕은 ‘밭담’이오. 내 이름이 바로 제주‘밭담(田墻:Field Wall)이란 뜻이오. 밭담은 돌끼리 수눌어(石積:Stones Cooperation)지면서 바람(Wind)과도 친구가 되오. 우리 주변에 언덕은 우리들이 언제나 오를 수 있는 친구이고 든든한 동반자이오. 나는 여러분들이 친구이고 동반자로 천년, 아니 제주가 다 할 때가지 영원히 남을 언덕(坵)이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 속담이 있듯, 밭담을 쌓고 나면 밭담근처가 바람 막는 언덕이 생겨 그쪽에 앉아 쉬기도 하고 동그랑 점심을 먹을 수 있소. 밭담은 여러분들이 비빌 ‘언덕’이 되오. 내 고장 전주 부안은 농촌이 논밭인데 바람이 없고 땅은 기름져 논밭 사이 경계는 물길 따라 두렁을 만들 뿐이오. 김제 만경 평야로 이어지는 곳이 부안이오. 제주에서는 산디로 지은 밥이 고운 밥인데 우린 흰 쌀밥이라 하오. 중국에 공자(孔子, Confucius 기원전 551-479, 노나라) 이름도 구(丘)인데 흙토(土)변이 없소. ‘Humanist’이지요. 그는 농민의 밭을 생각 못했소, 그래서 흙토 변이 이름 자에 없는 것 같소. 나는 사람이 어진 인 (仁)보다 사람 인(人)을 먼저 주장하는 것이오. 사람 본성과 본체가 더 중요하오. 다음은 공자(논어 술이편)가 한 말이오. ‘仁이 멀리 있는 줄로 아느냐? 내가 바란다면야, 이리로 인이 오느니라!’”

중국 노나라 공자는 동아시아적 휴머니즘이라고 할 수 있는 ‘인’(仁), 즉 도덕적, 인본주의적, 인문주의적인 의미의 '사람다움'을 최초로 제시하고, 이에 입각한 효제자(孝悌慈), 서(恕), 경(敬)의 윤리관, 예치(禮治), 덕치(德治)의 정치관을 제시한 인물이다. 그는 세상이 혼란한 연유를 인(仁)의 부재와 예악(禮樂)의 상실에서 찾고, 예악을 따르는 인군(仁君)을 일으켜 주(周)나라 초기와 같은 성세(聖世)를 회복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다. 정치는 인(仁)을 갖추고 예(禮)에 밝은 군자(君子)가 주도해야 한다고 보았고, 이 군자를 양성함에 신분을 가리지 않고 보편적 교육을 베풀었다. 그가 정립(正立)한 사상, 그리고 그의 사후 후대 학자들이 그 사상을 골자(骨子)로 하고 여러 사상을 곁들여 발전, 또는 변질시켜 체계화한 일련의 사상계(思想界)를 우리는 유학(儒學), 또는 유교(儒敎)라고 부른다.

이 부분은 인터넷에 떠있는 글이다. 김구는 공자를 얼마나 존경해야 이름도 공자와 같이 언덕 ‘구’(丘)로 썼는데, 다른 것은 ‘구(坵)’ 자에 흙토(土) 변이 있는 것이다. 이 글자, 꼭 같은 언덕 ‘구’(坵)에 반해, 서생(書生)은 넋을 잃었다. 일평생 밭담을 연구하게 된 동기다. 서생은 밭담과 정낭에 관련 SCI논문 250여 편(특허 110여건) 을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미국전기전자학회지등에 발표했다. 

밭담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왔는가?

서생(書生)이 답을 한다.

공자는 내면적인 인(仁)의 회복을 통한 예(禮)의 회복을 주장했다. 하지만 김구는 이를 역발상의 방법을 통해 제주도의 들판이 밭 경계분쟁과 우마의 밭에 침법 및 바람에 대한 방풍, 방화방지 등을 밭담 설치도록 함으로서 단번에 단칼로 해결했다. 일거다득(一擧多得)이다. 

사회적 기반인 토지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분쟁 상황에서 내면적 규범인 인(仁)을 먼저 해결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인(仁)보다는 인(人)에 중점을 뒀다.

따라서 먼저 외면적 규범인 예(禮), 즉 사회질서(Protocol)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밭담을 쌓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이는 과거의 공자의 예(禮)의 개념에서 예법을 찾아 결국에는 법가의 사상의 기반이 된 것과 매우 유사하다. 

수학적인 개념에서 보면, 대수기하학(Algebraic Geometry)에서 출발한다. 김구는 그림에서처럼 돌을 사람(人)으로 보았다. 이를 먼저 3개씩 연결 하여 ‘삼각 밭담’으로 기초를 만들어 간다. 즉 우리들이 잘 알고 있듯이 구(句)는 지름이 1인 원둘레를 3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고(股)는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둘레로 4를 나타낸다. 또한 수의 순서로 보아 현(弦)은 5로 표현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신라의 천문학 교재로 쓰였던 주비산경(周髀算經)에 그대로 기록되어 있는 내용이다. 따라서 ‘구(句)’는 직각삼각형에서 직각을 이루는 두 변 중 짧은 변을 뜻하며, ‘고(股)’는 긴 변, ‘현(弦)’은 빗변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구’와 ‘고’의 제곱의 합은 ‘현’의 제곱과 같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피타고라스 정리(a2+b2=c2)를 말하는 것이다. 

직각삼각형 둘 가운데를 중심축 대칭적으로 붙이면 이등변 삼각형이 되어 공간에 안정하게 설 수 있다. 이를 연결하다보면 그림1(C)와 같이 어느 순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후 결과적으로 그림 (d)처럼 밭담 ‘캐’(밭이 여러 개 있는 것)를 형성하고 제주도의 거친 바람을 막아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생은 제주밭담 캐의 수학적 뿌리를 캐고자 지난 2014년 9월 8일부터 15일 까지 러시아 Konisberg에서 열린 ‘ACCT coding 세계학술대회’ 초청 논문을 통해 제주밭담의 태풍에 왜 안 무너지는지에 대한 ‘Jacket행렬 고속구조’를 발표했고 오일러가 제안한 ‘Konisberg 다리(Bridge)문제’의 현장 다리를 확인해 제주밭담 캐의 문제를 풀었다. 

두 눈이 멀 정도로 수학에 몰입한 스위스 천재 수학자 오일러(Euler, 1707-1783)의 ‘오일러 정리’는 밭담 같은 평면에서 밭의 모서리 꼭짓점 노드의 수(Number of Nodes)-밭담 변의 수(Number of Edges) + 밭담 둘레 안 망의 수(Number of Loop)는 1이라는 정리이다. 즉, 그림 1(b)에서 보면 삼각밭담 꼭지 노드가 3개, 변이 3개 그리고 면 1로, 3빼기 3, 더하기 1은 1이다. (3-3+1=1) 면이 하나라는 말은 땅을 하나 소유 한다는 의미이다. 

즉, 두 사람이 겸하여 소유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림1(d)의 밭담 캐, 즉 밭담의 소유가 여럿이 되어있는 그룹의 경우이다. 즉 7빼기 10, 더하기 4 은 1이다. (7-10+4=1.) 소유자는 네 명이지만 결과적으로 면은 하나이다. 이러한 것은 서양의 수학자 오일러가 발견한 법칙보다 약 549년이나 먼저 발견한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일러는 단순히 학술적인 부분에서 다가갔다고 본다면 김구의 생각은 보다 실용적이고 인문학적 그리고 창의적임을 볼 수 있다. 현대적으로 조명해 보았을 때 이것을 연결해주는 네트워크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밭담 네트워크이다. 다소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에는 밭담을 연결하고 사회의 혼란을 잠재우는 역할을 연결(Connecting)하여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그림1(c)의 모습이다.

결과적으로는 외면을 분리시키는 예로 소유를 구분해 놓았지만 나중에는 하나가 되는, 즉 공자의 인(仁)을 인(人)으로 실현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것이 바로 김구가 소망하고 그리고자 했던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공자처럼 예만 실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외면적 규범으로 사회를 다소 경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설치하려고 했던 것을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보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을 가져왔음을 김구가 증명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김구의 사상이자 공자를 닮고자 했던 그의 휴머니티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와 더불어 그는 자신의 이름인 김구(金坵)와 같은 삶을 살고자 했고 그의 자를 차산(次山)했으며 결과적으로 밭담인 언덕(坵)을 만들어 낸 것이다. 결과적으로 공자를 닮고자 했고 버금가고자 노력했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언덕처럼 든든한 밭담친구가 되어주고 한편으로 벗이 되고자 노력했던 이름대로 살아간 김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 밭담 김구(先生). 그는 1239년 봄에 조천포구에서 제주를 떠나면서 이런 혼잣말을 하지 않았을까. 

‘한라산 신령이 세명주-설맹디(雪明紬, White Silk Road)인데, 나는 검은 밭담(Black Silk Road)를 남기고 떠나는 군.’

소생이 김구에게 한마디를 더해본다. ‘밭담 김구가 살아있다면 소생에게 차 한잔 대접해 줄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1000년이 지나도 혼(魂)이 연결 됐음을 느낀다. 소생은 ‘괸당’이란 시를 남긴다.

괸 돌 하나
살(肉)을 
붙여 가면
수눌어진
괸 담(墻) 
      
한라산(山) 바람이 
괸 담 돌 트멍 숨구멍을 
넘어서면
괸당

* 괸담(礎墻)은 제주인의 관습상 발음 변화인 구어체(口語體)가 되면, 할아버지가 하르방이 되 듯 괸당이 된다. 괸당은 제주인이 돌담문화에서 꽃핀 제주 특유의 ‘수눌음’ 문화의 ‘Social Networks’다. 즉, 제주 밭담 사상이 제주사람 친족연결체로 옷을 갈아입고 나타난 것이다. 서귀포와 남원 지역에서는 궨당(돌아보는 무리의 뜻으로 眷黨, 1995년 현평효 교수의 제주어 사전)으로도 사용됐는데, 지금은 괸당으로 보편타당하게 쓰이고 있다. 김구의 목민(牧民) 휴머니즘이 산물이다. 트멍은 틈새의 제주사투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아, 밭담 김구(先生). 그는 1239년 봄에 조천포구에서 제주를 떠나면서 이런 혼잣말을 하지 않았을까. ‘한라산 신령이 세명주-설맹디(雪明紬, White Silk Road)인데, 나는 검은 밭담(Black Silk Road)를 남기고 떠나는 군.’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Ⅲ. 밭담구조의 역학적 분석

제주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제주사람, 밭담-괸당과 함수 관계가 있다.(부록1, 바람의 언어) 바람은 한반도의 동해나 서해와 같은 내해에서 부는 바람과는 강도와 빈도에서 그 규모가 다르다. 초속 10m 이상 바림이 부는 날도 많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풍속이 6m이면 농작물 생육에 적당하고 7~8m 이상이면 저해요인이 된다. 겨울철에 부는 하니 바람 북풍은 심한 편이고 8~9월 집중되는 수차례의 태풍 25~35m로 농작물 재해가 빈번히 발생한다. 그 무서운 태풍에도 안 무너지는 외담 밭담의 숨겨진 비밀은 무엇인가? 지난 9월 8일 몰아친 50m/s의 링링 태풍에도 밭담은 끄덕없다.

첫째, 밭담은 대칭이다. 왜냐하면 밭에 있는 돌담을 쌓으면 밭담이 되고 위치에너지를 갖는 등속 관성 정지 상태가 된다. 관성(A)의 원리는 대칭(B)이다. 대칭이란 사물간의 등가성이다. 모든 등속도 운동 상태들의 등가를 의미한다. 곧 모든 물체의 등속도 운동은 무언가가 그 운동 상태를 방해하지 않는(어떤 힘이 물체에 작용하지 않는) 이상 그대로 유지된다. 

수학행렬식으로 쓰면 A=B, B=A 따라서 AB=Identity이다. 역행렬은 원행렬인자의 ‘Element-wise Inverse’로 필자의 Jacket 행렬 정의를 만족하고 독일의 여성수학자 에미 뇌터(Emmy Noether, 1882-1936, 아인슈타인이 최대로 칭찬한 학자)의 에너지 보존 정리에도 충족한다. 

그 예가 뒤에 언급하는 ‘Center Weighted Hadamad’ 행렬이다. 2의 역행렬은 1/2이고 1의 역행렬 역시 1/1이다. 이 내용은 10월 3일부터 4일까지 최근 러시아 모스코바 국제학술대회 ‘AISME’에서 선보일 초청 논문으로 자세히 발표할 예정이다. 

둘째, 현무암 돌들이 많은 기공(氣空, Air Pocket)을 갖고 있어 바람과 부딪칠 때 마찰력을 분산(分散, Variation)시키는 완충작용(Buffer Action)과 파풍효과(破風效果, Effect of Divide Wind)를 낸다. 현무암 비정형 돌들은 대부분 감자 모양으로 가로세로비가 3:4 정도이고 기공은 대개 원추형모양이다. 밭담 돌과 돌의 기공은 R-L 전자회로와 같아 돌은 저항, 기공은 L(coil)과 같다. 

셋째, 밭담 틈새(Wind Window, 돌담 트멍)를 지나는 바람은 주위 공기에 비해 큰 속력으로 지나므로 밭담 틈새 구멍은 주위보다 압력이 낮아진다. 그 압력 차가 바람을 틈새로 이동하도록 함으로써 밭담이 견뎌내야 할 압력을 줄여준다. 밭담 사이에 바람구멍은 유입풍도(流入風道)와 배출풍도(排出風道)로 삼각형, 사각형, 사다리꼴 패턴이다.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동역학적으로 층류와 난류(Laminar & Turbulent Flow) 해석을 한다. 

넷째, 밭담은 밑돌인 괸돌 두 개 위에 윗돌 둘을 올려놓는데, 윗돌 하나와 다른 하나는 서로 상보적(相補的, Reciprocal)으로 올려 논다. 그러면 '2×2 Hadamard' 행렬 조건을 만족한다. 또한, 밭담 상부 돌이 수직항력(垂直抗力)을 줄여준다. 

다섯째, 밭담은 큰 괸돌을 밑에 두고 작은(조금 큰) 돌을 가운데 쌓는다. 밭담을 붙여 나갈 때, 괸돌을 밑돌로 하고 그 위에 괸돌보다 작은 돌로 쌓아 밭 경계에 따라 사각형이나, 직사각형, 타원 등으로 밭평면에 입체로 세워 펼친다. 마무리 시에는 옆면은 처음 세로 면처럼 마감한다. 밭담 사각형은 ‘Center Weighted Hadamard’대칭 행렬을 만족한다.

여섯째, 밭담의 길(道)는 바람이 진입 시 좁은 입구로 들어와서 공간에 ‘Diversity 분산효과’를 준다, 또 밭이 이랑과 고랑이 있는데, 고랑은 물길과 바람 길을 제공하여 불어오는 바람을 달래 준다. 

제공=이문호. ⓒ제주의소리
그림 2. 돌 사이에 지나는 바람의 유속. 제공=이문호. ⓒ제주의소리

# 이문호 교수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으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RMIT대학, 독일 뮌헨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기술부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 공학부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에 선정됐다.

현재 감귤과 커피나무 유전자 DNA 결합을 후성유전자 현상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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