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중앙선을 침범해야만, 첨단단지에 갈 수 있는 건가요?"

천단단지 일대 한 도로. 점선으로 표시돼 임시정차만 가능한 구역이지만, 대부분의 차량은 몇시간이 지나도록 주차돼 있었다.

‘대한민국의 실리콘 밸리’를 모토로 제주시 영평동에 조성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첨단단지)’ 불법 주·정차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로 인해 주행중인 차량들이 중앙선을 침범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제주시 영평동 109만8878㎡에 첨단단지를 조성했다. 투자 비용만 5800억원에 달한다.
 
첨단단지에는 우리나라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카카오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 등 IT와 BT 관련 기업, 공공·민간연구소 등이 위치했다.
 
하지만,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사이 첨단단지 일대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하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불법 주·정차 단속 강화와 일방통행화, 시설물 보완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첨단단지에 불법 주·정차 문제가 심각하다는 독자의 제보를 받은 [제주의소리]가 수차례 현장을 방문한 결과, 2차선 도로에 버젓이 불법 주차된 차량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불법 주정차된 차량으로 인해 마주 오는 차량은 간신히 서로를 비껴갔다. 버스 등 대형차의 경우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이 기다려주는 등 양보하지 않으면 지나갈 수조차 없었다.

첨단단지 일대 불법 주차된 차량들. 마주오는 차량이 지나가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중앙선을 침범할 수밖에 없다.

노란색 차선의 경우 일반적인 선과 점선으로 나뉘는데, 노란색 점선으로 그려진 차선은 임시 정차만 가능하다. 5분 이상 정차하면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주행중인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하는 사례도 흔했다.
 
특히 엠제이 벤처오름과 바이오스펙트럼 제주NPP센터가 위치한 삼거리 불법 주정차 문제가 심각했다.
 
첨단1교 동쪽에서 서쪽으로 달리면 삼거리를 마주하게 된다. 1차선이던 도로는 삼거리 앞에서 2차선으로 바뀐다. 1차선을 이용하면 좌회전해 5.16도로로 달릴 수 있고, 2차선을 이용하면 우회전해 영평초등학교 방향으로 달릴 수 있다.
 

반대로 첨단1교로 진입하는 길은 1차선뿐인데, 삼거리 주변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이 문제다.

첨단1교로 진입하는 삼거리 모습. 양쪽에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차량 진입이 어려워 보인다. 첨단로3길로 진입하던 차량(빨간 동그라미)이 불법 주차된 차량을 피해 중앙선을 침범하고 있다.
첨단1교로 진입하는 삼거리 모습. 양쪽에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차량 진입이 어려워 보인다. 첨단로3길로 진입하던 차량(빨간 동그라미)이 불법 주차된 차량을 피해 중앙선을 침범하고 있다.
평일 중앙선 침범 사례가 흔했던 삼거리의 한적한 모습.

좌회전을 위해 1차선에 신호를 대기 중인 차량과 불법 주·정차된 차량간 거리가 좁아 도로 진입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좌회전을 위해 1차선에 대기 중인 차량들이 차량 정지선은 물론, 중앙선까지 침범하면서 비켜줘야만 다른 차량의 진입이 가능했다.
 
제주시는 삼거리 일대 교통 혼잡이 심각하다는 민원이 잦아지자 올해 3월 15일부터 20일간 고시·공고해 첨단로 3길을 주·정차 단속구역으로 지정했다.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위해서는 행정절차법상 행정예고 등 절차를 반드시 밟아야 한다.
 
범칙금과 달리 과태료는 행정예고 등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도로교통법 제160조나 161조 등에 따라 불법 주·정차 차량을 단속하더라도 행정은 과태료 고지서 조차 보낼 수 없다. 현재 제주시에 단속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98개 구역, 85.95km다.
 
사진 왼쪽에 무려 6대의 차량이 불법 주차돼 있다. 삼거리에서 한 차량(빨간 동그라미)이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차량간의 거리가 좁아 첨단1교로의 차량 진입이 어려워 보인다.
사진 왼쪽에 무려 6대의 차량이 불법 주차돼 있다. 삼거리에서 한 차량(빨간 동그라미)이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차량간의 거리가 좁아 첨단1교로의 차량 진입이 어려워 보인다.

첨단단지 입주 기업에 종사하는 A씨는 “첨단단지 자체가 대중교통이 원활한 지역이 아니다보니 직원 대부분이 자가용을 이용한다. 업무적으로 첨단단지를 찾는 사람 대부분도 자가용을 이용하다보니 주차 공간이 부족해 도로 변에 주차하는 차량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상가쪽에는 임시 정차한 차량들까지 뒤섞이면서 더 복잡한 상황이 연출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시 관계자는 “시설 보완을 통해 주·정차 문제를 해결해보려 했지만, 시설물 설치가 어려운 것으로 판단돼 폐쇄회로(CC)TV 설치도 고려중이다. 첨단로 5길에 대한 민원도 잦아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첨단단지를 조성한 JDC 관계자는 “2010년 첨단단지 조성이 마무리됐고, 공공시설물 등은 지자체로 기능이 이관됐다”며 “다만, 첨단단지 입주기업들의 편의를 위해 내부적으로 주차공간 확보를 계획중이다. JDC는 자체적으로 출퇴근 버스를 투입해 직원들의 자가용 이용을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첨단단지 내 부지 3곳을 주차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조만간 사업을 발주할 계획이다. 빠르면 이달 안에 발주할 것”이라며 “첨단단지 입주 기업들의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 왼쪽에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2차선이 1차선으로 변했다. 또 첨단1교로 진입하는 차량 대부분이 중앙선을 침범해 주행하고 있다.
사진 왼쪽에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2차선이 1차선으로 변했다. 또 첨단1교로 진입하는 차량 대부분이 중앙선을 침범해 주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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