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시선] 마침표 찍을 때...제주 국회의원 사활 걸어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해마다 연말이 다가올 때면 이듬해 제주도 예산과 관련해 어김없이 펼쳐지는 장면이 있다. 일정한 텀을 두고 희비쌍곡선이 그려진다. 감정(?)을 드러내는 주체는 제주도 뿐만이 아니다. 제주 출신 국회의원과 지역 언론도 마찬가지다. <제주의소리>도 예외는 아니다. ‘모처럼’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 주요 현안 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 여부가 문제인데, 그 중심에 도서지역 농산물 해상운송비가 있다.    

매년 비슷한 흐름이 유지된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일단 제주도에 대한 지원 액수를 자체 예산안에 반영한다. 그 규모는 40억원 안팎이다. 2016년 한해 제주 농민이 부담한 농산물 해상운송비가 740억원이라고 하니,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금액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주 현실에 어느정도 공감했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데도 제주도와 지역 국회의원들의 노력은 적지않다. 이 단계에서 언론들은 제주도의 숙원 해결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보도한다.

하지만 상황은 곧바로 반전된다. 허무하게 지는 목련꽃처럼, 기획재정부에 의해 한푼도 남김 없이 싹둑 잘려나간다. 기재부는 매번 지역 형평성을 거론한다. 이때부터 지역 국회의원들은 다시 바빠지기 시작한다. 도지사도 기재부와 국회 문턱을 닳도록 드나든다.     

근데, 기재부는 난공불락이다. 국회에서 장관, 아니 경제부총리를 불러 어르고 달래 보지만 요지부동이다. 절대 안된다고는 하지 않는다. 늘 “면밀히 검토하겠다”(올해 9월2일 홍남기 부총리)거나 “충분히 고민하겠다”(2017년 8월22일 김동연 부총리)고 대답한다. 그 뿐이다. 제주도는 닭 쫓다가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되고 만다. 

화급해진 지역 국회의원들은 제주도와 공조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부활’을 시도해보지만, 결국 실패한다. 이 때 지역사회의 기조는 분기탱천으로 바뀐다. 기재부가 끝내 제주도의 특수성을 외면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내년 예산과 관련해서도 조짐은 좋지 않다. 우선 정부 예산안에 도서지역 농산물 해상운송비가 반영되지 않았다. 

여느해처럼 지역 국회의원들은 국회 예산심의를 기약하고 있다. 올해는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제주시 을)이 총대를 멘 모양새다. 20대 국회 후반기 예결특위 위원이기도 한 오 의원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소속이다. 전반기에는 같은당 위성곤 의원(서귀포시)이 농해수위 위원으로 그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 15일, 5년만에 제주에서 열린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농산물 해상운송비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농해수위는 물론 예결위 통과도 책임지겠다”는 오 의원에게선 비장함까지 엿보였다. 그러나 이미 기재부라는 '견고한 벽'을 학습한 탓인지 희망적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올해도 변죽만 울리는 건 아닌지 조바심이 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누구보다 제주 출신 국회의원들이 사활을 걸어야 한다. 농산물 해상운송비를 놓고 울고웃는 모습은 올해가 마지막이었으면 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농산물 해상운송비는 제주도를 비롯한 도서지역 농산물은 육지부와 달리 해상운송이라는 물류기능이 추가됨으로써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문 대통령도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걸었다. 3년째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이유다. 

‘대통령의 약속’은 일시적인 압박용으로 통할지 모르나,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  

법규 개정은 선결과제로 꼽힌다. 

도서개발촉진법 상 제주도는 도서지역에서 제외되어 있다. 4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데도 말이다. 이에따라 도서지역 농수산물의 해상 운임 지원 근거를 담은 ‘농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에서도 제주도는 적용대상이 아니다. 제주도를 ‘부속도서’로 분류한 헌법과의 상충 문제가 발생한다. 

2017년 12월6일, 제주산 농산물의 해상운송비 국비 지원이 무산된 직후 제주도 고위관계자의 소회성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정부가 제주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제주도의 설득논리도 부족했음을 고백했다. 가령 제주산 월동채소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점을 적극 어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제주산 월동채소의 물류비 증가가 국내시장 수급 및 가격 안정을 해쳐 궁극적으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가뜩이나 전국에서 가장 많은 농가부채로 시름하고 있는 도내 농가는 설상가상 올해 유례없는 가을장마와 3번의 태풍, 돌풍, 우박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농해수위 국감에 맞춰 건의문을 전달한 농민단체는 절박한 어조로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라고 했다. 더는 정부에 기댈 수 없고, 믿을 건 국회 밖에 없음을 토로한 셈이다. 누구보다 제주 출신 국회의원들이 사활을 걸었으면 한다. 농산물 해상운송비를 놓고 울고웃는 모습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논설주간/상임이사>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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