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생존수형인 8명, 재심재판 청구서 제주지법 제출
일반재판 희생자 포함...변호사 "법리적 다퉈볼 여지 있어"

22일 제주지방법원에 불법재판에 대한 재심 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모인 4.3생존수형인과 가족들. ⓒ제주의소리
22일 제주지방법원에 불법재판에 대한 재심 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모인 4.3생존수형인과 가족들. ⓒ제주의소리

국가 공권력에 의해 무고한 옥살이를 해야했던 제주지역 4.3생존수형인들이 70여년만에 누명을 벗기 위한 재심을 청구했다. 지난 1월 '공소 기각' 판결을 받아낸 18명의 4.3생존수형인에 이은 두번째 도전이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22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3생존수형자 8명의 불법 재판 재심 청구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재심에 참여하는 4.3생존수형자는 송순희(94), 김묘생(91), 변연옥(90), 김영숙(89), 김정추(88) 할머니, 송석진(93), 김두황(91), 장병식(89) 할아버지 등 8명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두황 할아버지를 비롯해 청구인들의 자녀, 동생 등 대리인들이 참석했고, 직후 법원에 재심재판 청구서를 전달했다.

2차 재심 청구는 지난 2017년 4월 청구했던 1차 재심재판 이후 2년 6개월만이다. 그간 청구인들의 동의 의사 확인과 사전 조사, 검토 과정이 진행돼 왔다.

특히, 2차 청구자는 서울 1명, 인천 1명, 안양 1명, 부산 1명, 일본 동경 1명, 제주 3명 등 각지에 흩어져 있어 시일이 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제주지방법원에 4.3 당시 불법재판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는 4.3생존수형인 김두황 할아버지. ⓒ제주의소리
22일 제주지방법원에 4.3 당시 불법재판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는 4.3생존수형인 김두황 할아버지. ⓒ제주의소리
4.3생존수형인 제2차 재심으 변호를 맡은 임재성 변호사.
4.3생존수형인 제2차 재심으 변호를 맡은 임재성 변호사.

88세에서 94세에 이르는 청구인들은 제주에 4.3의 광풍이 불어닥친 1948년부터 1949년까지 불법 재판을 받아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은 이들이다. 이들에게는 모두 '내란죄'라는 올무가 씌여졌다.

청구인들은 "당시 군법회의는 기소장도, 공판조서도, 판결문도 전혀 작성하지 않았다. 심지어 죄명과 형량도 형무소에 수감돼서야 알 수 있었다"며 "결국 정당하게 재판받을 권리는 커녕 최소한의 재판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 감옥에 수감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형 이후 돌아온 고향에서도 수시로 경찰에 동향신고를 해야 하는 등 지속적인 감시와 통제에 시달렀다. 또 사회적 냉대를 참아내야 했고 자녀들 법적 압박과 차별 속에 살아야 했다"며 "4.3당시 군사재판과 일반재판은 법의 너울을 뒤집어쓴 야만적인 국가폭력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번 재심에는 '일반재판' 수형희생자가 포함됐다. 청구인 8명 중 7명이 군사재판에 연루됐던 것과는 달리 김두황 할아버지의 경우 유일하게 불법 일반재판에 의해 형무소에 갇힌 사례다. 

일반재판 수형 희생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김두황 할아버지는 "억울해도 너무 억울해서 이번 재판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번 재판을 통해 명예회복하고 71년동안 쌓인 응어리를 풀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1차 재심에 이어 2차 재심의 변호를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군법회의의 경우 공소제기 절차가 무효라고 해서 공소기각 판결이 났다. 1차 재심에서는 재판부의 고민도 많았고, 우리도 국가기관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이 있어서 시간이 걸렸지만, 실제 자료가 거의 없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자료 회신을 받아 곧바로 심문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일반재판 심사와 관련 "일반재판 재심이 최초이기도 하지만, 법리적으로도 재판부와 청구인 사이에서 다퉈볼만한 여지가 있다. 판결문이 남아있고, 어떤 사실로 기소됐는지 자료가 남아있는데 왜 유죄 판결이 난 것인지 다뤄질 것"이라고 했다.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는 "일반재판은 자료가 남아있다는게 역설적으로 재심을 청구할만한 충분한 자료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22일 제주지방법원에 4.3 당시 불법재판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는 4.3생존수형인 김두황 할아버지. ⓒ제주의소리
22일 제주지방법원에 4.3 당시 불법재판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는 4.3생존수형인 김두황 할아버지. ⓒ제주의소리
22일 제주지방법원에 4.3 당시 불법재판에 대한 재심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는 4.3생존수형인. ⓒ제주의소리
22일 제주지방법원에 4.3 당시 불법재판에 대한 재심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는 4.3생존수형인. ⓒ제주의소리

앞서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1월 17일 4.3생존수형인 18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재심 청구사건에 대해 검찰의 공소를 기각했다.

공소기각은 형사소송법 제327조에 따라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에 위반해 무효일 경우 재판을 끝내는 절차다. 70년 전 공소제기가 잘못됐다는 의미에서 사실상 무죄로 해석할 수 있다.

4.3 당시 이뤄진 군사재판 등이 불법임을 인정한 최초의 사법적 판단이다. 생존수형인들은 지난 2월 22일에는 형사보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8월 21일 53억4000여만원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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