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주비건영화제 참가 이하루 감독...“부담 없이 축제장 방문 추천”

2017년 시작한 제주비건페스티벌이 3년 차를 맞아 ‘비건 위크’로 확대해 더 풍성한 내용을 담았다. 비건페스티벌, 비건 쿠킹 클래스, 비건 다이어트, 남방큰돌고래 바라보기 등 비건의 정신을 담은 다양한 행사로 10월 넷째 주를 채운다.

이 가운데 25~26일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메가박스 제주점 7관)에서 열리는 제주비건영화제는 올해 처음 시작한다. 

영화제는 이기주의와 경제 논리 속에서 동물, 인간 모두에게 해로운 육식의 문제를 고발하는 국내외 작품 8편을 소개한다. 이 가운데 비건의 삶을 몸소 실천하는 이하루 감독의 작품도 두 편 포함돼 있다.

25일 개막작인 ‘파랑새 방랑학교’(2019)는 이 감독이 고등학교 입학 예정인 친동생을 유럽으로 불러 6개월간 함께 세계 각국을 여행한 여정을 담았다.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스스로 선택하고 움직이는 삶을 동생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제작했다.

26일 오후 3시 ‘검은환영’(2019)은 제주 흑돼지를 찾아가는 생생한 과정을 담아내면서, 육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제주비건영화제 참석을 위해 최근 제주를 이하루 감독. 제공=사단법인 생명·환경권 행동 제주비건. ⓒ제주의소리
제주비건영화제 참석을 위해 최근 제주를 이하루 감독. 제공=사단법인 생명·환경권 행동 제주비건. ⓒ제주의소리

최근 [제주의소리]와 서면 인터뷰를 가진 이 감독은 “이제 개인의 이익이나 취향의 문제를 떠나 지구의 생명과 우리 자신의 공존을 위해 육류 섭취를 반드시 줄여야만 하는 시대가 왔다”며 도민들이 비건영화제와 비건페스티벌을 통해 비건 문화에 한 발짝 가까워지기를 당부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Q. 비건 영화제를 통해 도민들에게 소개할 ‘파랑새 방랑학교’는 6개월 동안 독일, 이스라엘, 폴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캐나다를 여행한 기록을 모았다. 친동생과 함께 떠났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제주 흑돼지의 흔적을 추적한 다른 출품작 ‘검은환영’도 마찬가지로 인상적이다. 이 영화들이 비건 영화제, 비건 위크와 어떤 점에서 통한다고 볼 수 있나.

A. 대학에 가고, 결혼을 하고, 고기를 먹는 것이 우리 욕망으로 선택한 게 아니라 사회에서 시민들이 따르도록 내려진 명령을 아무 성찰이나 의문 없이 따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대안이 눈앞에 보이지 않지 때문이다. ‘파랑새 방랑학교’에서 등장하는 여행은 이런 고민의 대안을 어느정도 제시한다. 나는 함께 여행했던 동생이 자신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길 기대했다. 동생이 스스로 비건을 선택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동생뿐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우리가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저와 동생이 배운 것은 축산업의 폐해나 육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 비건 관련 내용이 중심이라고 생각해 비건 영화제와 통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검은환영’도 마찬가지다. 흑돼지를 만나는 여정을 통해 청정 제주의 환경권과 구제역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하루 감독의 작품 '파랑새 상생학교' 가운데 한 장면. ⓒ제주의소리
이하루 감독의 작품 '파랑새 방랑학교' 가운데 한 장면. ⓒ제주의소리

Q. 국내에서 비건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확산되고 있지만,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릴 가능성이 남아있다. 현대사회에 왜 비건이 필요할까? 더불어 경제적, 영양불균형 등을 현실적인 이유를 들며 비건을 낯설어하는 사람들에게 비건의 가치에 대해 소개해 달라.

A. 현재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현대 사회를 사는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결해야 한다. 축산업은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전 세계 축산업계는 그 진실을 가리는 데만 급급하다. 이제는 개인의 이익이나 취향 문제를 떠나 지구의 생명과 우리 자신의 공존을 위해 육류 섭취를 반드시 줄여야만 하는 시대가 왔다. 비건 채식은 기후 변화뿐만 아니라 기아 문제, 빈부격차 등 사회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다. 채식이 비싸고 영양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완전한 오해이며, 축산업계에서 교육 과정에 로비를 해서 우리에게 세뇌해온 거짓된 정보라고 생각한다. 이번 비건 영화제는 그 이면의 진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도민들에게 제공할 것이다. 

이하루 감독의 작품 '검은환영' 가운데 한 장면. ⓒ제주의소리
이하루 감독의 작품 '검은환영' 가운데 한 장면. ⓒ제주의소리

Q. 비건 페스티벌이 올해부터 몸집을 키워 비건 위크로 치러진다. 제주에서 비건을 실천하고 관심 있어 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지난 2년 동안 열린 제주비건페스티벌은 단 하루 동안만의 프로그램이었기에 그동안 아쉬움이 많았다. 올해는 비건 요리, 요가와 명상, 환경·생태 분야, 문학, 공연 등 각자 관심이 있는 분야를 통해 ‘비건’을 더 쉽게 접하고 ’비건 문화’를 이해하실 수 있도록 준비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제주비건페스티벌에서 맛있는 음식과 공연을 즐기면서 다양한 ‘비건 문화’에 대한 경험을 쌓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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