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20)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에도 콘도 건물이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이호유원지 개발사업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호유원지 개발사업인 제주분마이호랜드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제주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제 제주도의회 본회의를 거치면 최종적으로 도지사의 승인만을 남겨놓게 된다. 

이호유원지는 지난 2002년 금광기업이 개발사업 시행예정자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인 유원지개발 절차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공유수면 8800㎡를 매립하는 계획과 이 지역의 발달된 해안사구가 훼손되는 문제로 환경단체의 반발이 일었다.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도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의견에서 대규모 해안매립으로 인한 해양환경 파괴를 지적하며 사업계획 중 매립계획은 제척하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에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개발사업을 추진해 온 제주시는 오히려 사업자보다 더 나서서 영산강유역환경청과 업무협의에 나섰다. 결국 대규모 공유수면을 매립하는 대신 인공간석지를 조성하는 대안으로 사업계획은 추진하게 된다. 

당시 사업자는 인공간석지 조성으로 기존 조간대의 기능을 발휘하고, 경관 개선의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매립된 이호유원지에 조성된 인공간석지는 애초 계획과 전혀 맞지 않을뿐더러 사석으로 제방을 쌓은 형국이어서 사실상 매립규모를 더 늘려버린 결과를 초래했다.

공유수면 매립공사와 관련해서도 불법공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개발사업 승인을 받기도 전에 사업자가 공유수면 매립공사를 진행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제주시와 사업자는 매립면허를 받았기 때문에 매립공사는 적법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매립계획도 이호유원지 개발사업에 포함된 것으로서 매립면허는 최종적인 개발사업 승인을 받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개발사업승인 전에 매립공사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주장이었다. 제주도 역시 ‘개발사업승인 등 모든 인허가 절차를 마친 뒤 공사를 착공하라’고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으나 공사는 그대로 강행되었고 이후 행정당국은 침묵하였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이호유원지 개발사업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호유원지 개발사업의 사업자가 바뀌고 중국자본이 참여하면서 논란은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제주도 최대 규모의 카지노 계획으로 이호유원지의 원래 계획은 온데간데없고 카지노 개발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또한 유원지 개발사업 부지에 이호해수욕장이 포함되면서 그동안 개발사업을 찬성해 왔던 지역주민들마저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결국 사유화 논란이 일었던 해수욕장은 사업부지에서 제외되기는 했지만 이후 사업추진과정에서 유사한 논란들의 예고편이라는 인상을 짙다.

제주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한 이호유원지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역시 문제가 많다.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사업부지 내에는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 54096㎡가 포함되어 있다. 생태자연도는 자연환경을 생태적 가치, 자연성, 경관적 가치 등에 따라 등급화하여 작성된 지도를 말한다. 

자연환경보전법 시행령에 따르면 생태자연도는 환경영향평가 시행 시 활용토록 하고 있으며, 생태자연도 등급권역별 기준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1등급 권역은 “자연환경의 보전 및 복원”, 2등급 권역은 “자연환경의 보전 및 개발·이용에 따른 훼손 최소화”, 3등급 권역은 “체계적인 개발 및 이용”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이호유원지 개발사업 부지 내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의 절반 이상이 콘도, 숙박시설 등 시설물 배치계획으로 되어 있다. 법에서 정한 고려사항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환경영향평가 심의과정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되었지만 심의위원회는 사업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썰물이면 조간대가 넓게 드러나 바릇잡이 하기 좋았던 이호해변은 이제 옛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그리고 조만간 해수욕장을 껴안은 너른 소나무 숲과 그 뒤로 보이는 한라산, 중산간의 풍경은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에 막혀 사라질 풍경이 되고 말았다. 수많은 차량이 오고가고 해수욕장을 가득 매운 피서객들은 이제 주민들의 손님이 아니라 개발사업자의 이윤창출을 위한 손님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렇게 제주의 소중한 풍경 하나가 더 사라져 간다. 주민의 삶이 더 삭막해져 간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