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청소업체 상생 수범사례 꼽아..."비정규직-계약직 양산 불과" 반발

원희룡 제주도정이 '제주 제2공항 연계 상생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국내 유일의 내국인 전용 카지노시설인 강원도 정선군 강원랜드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구설수에 올랐다. 

지역상생 수범사례로 꼽은 것이 주민들에게 강원랜드의 경비·청소용역을 맡기는 업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이는 반면, 제주도 측은 "사전조사 차원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제주도의 이번 강원랜드 방문은 '제2공항 연계 도민이익 및 상생발전 기본계획' 용역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제주도가 지난 6월 착수한 해당 용역은 5억8000만원을 투입해 제2공항 개발에 따른 공항주변지역의 발전방안과 지역주민이 공감·공존하는 지역발전계획 수립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주)KG와 (주)성광이 수행해 오는 2020년 9월23일까지 1년 4개월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입수한 관련 문서에 따르면 지난 14일과 15일 1박2일에 걸쳐 진행된 '지역주민 상생발전 선진사례 조사 주요기관 방문'은 용역진을 비롯해 상생전략 자문위원, 제주도 관계자 등 7명이 동행했다. 첫날은 강원도 정선군의 강원랜드와 강원남부주민(주) 등을 방문하고, 둘째날에는 경기도 파주시의 헤이리예술마을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이뤄졌다.

△마을기업 설립운영 배경과 목적 △마을 운영을 위한 협의체 운영 방안 △지역주민 지원, 세금혜택 등 주민지원사업 연계방안 △지역주민 직접고용 및 소득창출을 위한 상가시설 등 입점 △지역기업과 연계한 일자리 창출 방안 등을 조사하는게 주 내용이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의 경제 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된 내국인 전용 카지노이고, 주된 선진사례로 꼽힌 강원남부주민(주)의 경우 폐광지역 4개 시군, 5개 지역의 주민들이 출자해 설립한 주식회사다. 

강원랜드는 운영상 필요로 하는 미화관리, 경비보안 업무 등을 강원남부주민(주) 측에 수의계약으로 맡겨 일자리를 창출하고, 발생하는 이익금을 주주로 참여한 주민들에게 배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성산읍 지역 주민들이 국토교통부에 제2공항이 들어선 이후의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지역주민 지원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를 했었고, 국토부 기본계획 과업지시서 상에도 명시가 됐기 때문에, 선진지 견학 차원에서 강원랜드를 다녀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선진사례로 일자리를 주는 강원랜드와 일자리를 받는 강원남부주민 등을 방문해 애로사항 등을 전해들은 것"이라며 "(성산읍)주민들이 원치 않는데 도입할 수는 없다. 그저 주민들과 대화하기 이전에 사례를 우선 발굴하고 조사하는 차원에서 갔다온 것으로 보면 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반면, 제2공항 반대측에서는 제주도가 제시하는 제2공항 상생발전 방안이 결국 경비·청소 등 단순 업무를 맡는 비정규직 양산에 그칠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한 관계자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땅을 빼앗기는 주민들은 결국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취업 가능한 것만 찾다보면 비정규직, 단기계약직 등 일자리의 질이 낮은 것을 우선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타 지역의 경우도 수범사례라 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 강원랜드와 같이 거대한 시설에 의지해서 단순노동 일자리들을 선심을 베풀듯 주민들에게 쥐어주는 구조를 '선진사례'랍시고 견학한 것이 그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제2공항에 반대하는 성산읍의 한 주민도 "평생 자신의 농지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을 쫓아내고 보상 명목으로 현금을 쥐어주게 되면 뭘 선택할 수 있겠나. 결국은 자영업이나 선택해야 하는데 특별한 기술이 있기를 하나, 수완이 있기를 하나"라며 "젊은이들이건 노인들이건 결국은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등 당장 눈에 보이는 일을 찾게될 것이 슬프다"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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