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주민 김광종

국토교통부는 제주제2공항 확정고시를 서두르고 있고,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조치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필자는 제주제2공항 피해 예정지인 신산리에 거주하며 올 초부터 일부 지역 주민들과 함께 ‘환경을 지키는 성산주민모임’을 만들어 6월부터 가을까지 제2공항 예정부지 부근의 새와 양서류의 움직임을 관찰 해왔다. 형식적인 환경영향평가와 난개발에 맞서려면 우리 주민들이 먼저 지역의 소중한 환경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처음에는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기에 시작이 순탄치 않았다. 먼저 이를 제안하신 조류연구가 주용기 교수와 함께 성산읍 소재 대수산봉에 올라 새소리를 함께 녹음하며 교육을 받고 조언을 들었다.

6월 장마철 새와 맹꽁이들의 산란기에는 거의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제2공한 예정지인 난산리, 온평리 일대와 피해 예정지인 신산리, 수산리 등을 돌며 관찰한 결과 놀라운 발견을 할 수 있었다. 6~7월에는 나갈 때마다 천연기념물인 두견이의 울음소리를 녹음할 수 있었고 천연기념물이며 멸종위기종인 팔색조와 긴꼬리딱새의 존재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주민들이 발견한 두견이, 팔색조, 맹꽁이 환경영향평가에 반영 안돼

또한 장마철에는 온평리, 난산리 일대 습지마다 수십, 수백마리의 맹꽁이떼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희귀종인 맹꽁이떼가 어떻게 이곳에 다 모여 있을 수가 있을까?' 하고 탄성을 질렀다. 짝짓기하는 맹꽁이들과 맹꽁이알을 촬영하고 맹꽁이의 노랫소리를 녹음하며 우리 마을의 자연을 꼭 지켜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커져 갔다.

그러던 중 국토교통부가 2019년 7월 발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을 보고 너무 놀라 믿기지가 않았다. 우리가 어렵지 않게 발견하고 새소리까지 녹음했던 두견이, 팔색조, 긴꼬리딱새 등은 언급조차 없고 장마철 습지마다 가득했던 수많은 맹꽁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맹꽁이는 공항예정지로부터 2km 떨어진 해안지역에서 출연한 것으로만 되어 있었다.

의아했다. 왜 그랬을까? 전문가들이 조사했을텐데.

우리가 6월 27일 하루 조사만으로도 예정지 5~6곳에서 수백여마리의 맹꽁이 서식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그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형식적인 세차례의 조사로는 어림없다

조류 조사의 경우는 문헌조사와 3차례의 현지조사(1차 : 2017년 9월 18∽19일, 2차 : 2018년 1월 13∽15일, 3차 : 2018년 2월 6∽8일)를 실시한 결과를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 제시한 것을 확인하고 '아, 이분들이 제대로 조사할 생각이 전혀 없구나. 조사했다는 근거만 남기려 하는구나. 오히려 제2공항 강행에 장애가 되는 결과나 나올까봐 걱정했구나'하는 확신이 들었다.

겨울철인 1월, 2월에 2박 3일 조사했고 9월 하순에 1박2일 조사한 것이 전부였다. 실제로 새소리를 많이 확인할 수 있는 기간엔 한 번도 나가지 않았고 형식적인 구색맞추기에 급급한 흔적이 눈에 보인다. 한겨울엔 새도 추워서 활발히 활동하지 않는다.

1, 2월에는 추운 겨울이니 형식적으로 한번 둘러보고 왔을 테고 9월에 한번 조사한 것만으로 환경영향평가를 만들었으니 우리 주민들이 확인하고 녹음했던 두견이, 팔색조, 긴꼬리딱새, 맹꽁이등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

이렇게 허술한 환경영향평가가 아무 문제없이 환경부 심의를 통과하면 안된다는 생각에서 새벽마다 함께 조사했던 고성리 조찬묵씨가 환경부에 이제까지 조사했던 모든 자료와 새소리, 맹꽁이소리 녹음동영상, 주용기씨 보고서를 환경부에 보냈다. 그리고 환경부의 실무자인 오수미 주무관과 조찬묵씨의 통화에서 우리의 조사를 모두 확인했고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 허술한 조사 내역을 정확히 알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제는 이에 상응하는 환경부의 조치만 남았다. 

환경부가 문제점을 알면서도 묵과한다면 무능함을 넘어 성산의 환경을 망친 공범이라고 욕먹어도 할 말이 없다 며칠전 이런 간절한 마음을 담아 환경부장관에게도 청원서를 올렸는데 반영이 될지 걱정이 앞선다.

문제점 인지한 환경영향평가 부실 묵과한다면 환경부도 공범이다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신산리 주민 김광종 씨. ⓒ제주의소리

어려운 것을 부탁하는 것이 아니다.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원칙만 지켜 달라는 것이다. 환경부에서 제주제2공항을 당장 중단시키기는 어려워도 새와 맹꽁이들의 번식기인 늦봄까지 만이라도 보완조사를 요구해 달라는 것이다.

민주적인 도민 공론 절차와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수행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문재인정권이 지켜야 할 마지막 원칙이 아닌가?

정확한 조사 없이 아름다운 새소리와 맹꽁이의 합창대신 사나운 비행기 소리가 우리 마을을 뒤덮게 될까봐 너무 무섭다. 내가 믿고 있는 원칙과 상식이 무너질까봐 점점 두려워진다.

환경부의 냉철한 판단, 그리고 국토교통부와 원희룡 제주도정의 합리적인 선택을 재삼 요구한다. / 김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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