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2공항을 반대한다] 신공항 건설, 주민 삶 위협한다 / 임성용 시인

국토부는 수조 원의 혈세를 들여 제주 제2공항의 건설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제2공항의 필요성이라든가 이에 관한 자료의 은폐와 조작, 도민공론화를 무시한 추진 과정 등은 지난 4대강 공사의 판박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 제2공항이 공군기지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시된 상태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 위기의식을 느낀 작가들이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련해서 작가들의 릴레이 기고를 [프레시안] 제휴 기사로 싣는다. / 편집자

11월 3일, 세종시 환경부와 국토부 건물 앞에서 제주2공항 건설을 막기 위해 단식농성 중이던 제주 청년 노민규 씨가 응급실로 실려갔다. 천막 농성 20일, 단식 17일째 되는 날이었다. 혈당이 57까지 떨어져 쓰러졌고,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광화문 세종로공원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천막농성장에서는 박찬식 상황실장이 지난 1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다. 비상도민회의를 비롯한 사회시민단체는 제주 제2공항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도민공론화를 요구하고 있다. 단식에 돌입한 박찬식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반대와 공항 연계도로인 비자림로 확장공사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광주에서도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시민이 있고, 서울은 물론 제주도청 앞에서는 천막촌 사람들이 300여 일이 넘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천주교 제주교구와 천주교 인권위원회 등 ‘생명, 평화의 섬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3일부터 11일까지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제주 2공항 건설 계획 전면 취소’ 9일 기도회에 나선다.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제주 2공항은 강정마을에 들어선 제주해군기지처럼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추진되고 있다.”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는 천주교에서 진행하는 기도회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따라서 주민들의 동의 없는 제주 2공항 건설은 또 다시 제주 주민들의 공동체를 파괴하고 아름다운 섬 제주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라는 점을 우려케 한다. 즉 제주 주민들의 입장에서 제2공항 건설은 민주주의와 공정성이 없는 밀어붙이기식 토목공사이며, 그것은 4대강 사업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공항을 더 지어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제주도와 국토부의 발상 자체가 매우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제주 청년이 들고 있는 ‘4대강은 녹조라떼 제2공항 쓰레기섬’이라고 적힌 녹색의 피켓이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사람들의 의사결정 과정이 ‘도덕적인 어리석음’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우리가 결론부터 내리고 이유는 그저 가져다 붙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국토부가 강행하려는 제주 제2공항 역시 결론부터 내려놓고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붙이려는 ‘어리석음’이다. 도덕적이라는 기준은 항시 이성보다는 감성, 또는 낭만에 치우쳐 직관을 상실하는 결과를 낳는다. 흔히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정부는 인간의 삶을 이루는 공동체 복원에는 관심이 없다. 제주 희귀종인 비바리뱀의 서식지나 멸종과 같은 생명의 문제를 우선시하지도 않는다. 이미 도덕성을 상실한 자들의 어리석음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분별력을 잃은 지 오래다. 화산섬 제주도의 환경수용능력이나 제주도의 인구 대비에 따른 발전의 지속가능성 따위는 그들이 지닌 개발이라는 명목의 ‘어리석은 이유’ 중에 어느 것 하나 들지 못한다.  

그들에게 제주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 것은 어떤 확신이다. '인간의 삶과 자연, 생명의 가치'는 그들의 확신을 바꾸도록 설득하는 과정에서 당연한 논리가 아닌 사소한 갈등쯤으로 여긴다. 그들은 그 가치를 따르지도 않을 뿐더러 가치를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인간의 이기심을 억제하고 상생의 가치를 이해해야만 협동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쉽게 간과해버린다. 

이를테면 그들은 백년대계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항공수요가 늘어남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공항을 지어야 한다는 것뿐이다. 단지 제주에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기에 공항 건설은 불가피하다면, 과연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게 맞는 일인지를 근본적으로 물어야 한다. 정말로 제주의 관광객이 이대로 괜찮은가. 

제주공항에는 하루 476회 꼴로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는데, 10년 전에 비해 1.7배나 늘었다고 한다. 공항 이용객은 2018년 한 해, 무려 2946만 명에 달했다. 관광객만 보면 1431만 명이 다녀갔다. 국토부는 2030년의 이용객 수요를 3569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와이나 오키나와가 연 900만 명 수준이고 발리가 1500만 명이라고 하니, 제주의 관광객 숫자는 발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하와이도 그렇고 오키나와와 발리는 제주도보다 훨씬 큰 섬이다. 관광객으로만 놓고 보면 단연 제주도가 최고 수준이다.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를 주장하며 단식하던 노민규 씨가 17일째 되던 11월 3일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그럼에도 제주도는 현재 제주 면적의 30%가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개발은 모두 제주도와 제주 주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고 개발업자와 부동산 자본을 위한 것이다. 예컨대 오라관광지구 같은 경우, 5만 원 남짓 하던 땅값이 1000만 원 대까지 치솟을 거라는데, 200배가 넘게 오르는 땅값 상승의 개발이익은 전부 투기자본의 손아귀로 들어간다. 하물며 중국 자본만 해도 제주 부동산의 거의 1%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제 경관 좋은 요지는 어느 곳이나 휘황한 카페촌으로 변했고, 해변에 줄지어 늘어선 콘도는 중국인들의 휴양지로 전락했다. 어딜 가나 제주도는 무분별한 공사판이 되고 말았다. 포클레인 삽날이 개발 가능한 땅을 모조리 파헤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개발위주의 관광산업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제주 도내에서 처리할 수 없는 쓰레기 문제, 오폐수, 지하수 고갈은 한계에 이르렀고, 이대로 계속되는 개발은 곧 제주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끝내 관광객도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눈앞의 이익은 결코 제주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으므로 항공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늘릴 게 아니라 오히려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정책이 미래의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며, 기존의 제주공항을 확장해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항공수요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제주 주민들에게는 과잉관광(over tourism) 문제가 생존의 화두가 되었다. 제주 인구는 올해 말이면 65만 명을 넘을 거라고 한다. 제주 지역 물가상승률은 최근 5년간 전국 1위였다. 쓰레기 배출량(1인당)도 전국 1위이다. 제주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는 매년 20% 이상이 올라 전국 최고의 상승률을 보인다. 이주자들이 급증하기 시작한 이후, 제주 토착민들에게 삼다도라는 제주도의 이름은 잊혀졌다.  

“우리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

관광지가 되어 지역 원주민들이 밀려나고 관광객 유입으로 지역의 구성원이 변화하여 주민들이 떠나는 현상을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라고 한다. 베니스에서는 과도한 관광객 때문에 삶이 질이 나빠진 주민들이 ‘관광객들은 꺼져라’고 시위를 벌였다. 이런 현상이 제주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제주도 인구의 23배나 되는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아오는 것은 분명 제주 주민의 주거환경은 물론이고, 기반시설 부족으로 주민들의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부탄은 연간 10만 명으로 관광객 수를 제한하고 있다. 무조건 관광객을 많이 유치한다고 해서 경제적 이익이 생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관광객을 규제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지혜이다.  

대다수 제주 주민들은 신공항 건설이 주민들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민 행복’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제주2공항 설러불라(‘그만 두라’는 뜻의 제주 방언)”고 간절히 외치고 있다. / 임성용 시인

*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의 제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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