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극단 파노가리 연극 ‘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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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한 극단 파노가리의 연극 '동업' 무대 인사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 극단 파노가리는 11월 13일부터 14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연극 ‘동업’을 공연했다. 파노가리를 이끄는 문무환 대표가 극본을 쓰고 연출하고 출연까지 도맡았다. 제주연극협회가 주최하는 ‘제28회 소극장 연극 축제’의 일환으로 열렸다.

문 대표는 자료집에서 이 작품이 1988년에 처음 선보였다고 밝힌다. 시대 배경에 충실하듯 무대는 영화 ‘1987’ 포스터, 1988년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 만국기 등으로 옛 풍경을 소박하게 재현하고자 애쓴다.

작품은 특별한 소품이나 장치 없이 아버지 거지(배우 문무환), 아들 거지(문재용) 두 명의 연기로 무대를 채운다. 제주시 사라봉 동굴에 거주하는 부자 거지는 함께 생활하지만 서로 목표는 다르다. 술 한 잔이면 일상에 만족하는 아버지와 달리, 독학으로 조금씩 지식을 쌓은 아들은 더 많은 배움과 글에 대한 갈증이 있다. 부자의 불완전한 동거 혹은 동업은 ‘나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아들의 호소와 두 사람의 훈훈한 화해로 마무리 한다.

거지 혹은 각설이(장타령꾼)는 해학과 풍자, 신랄한 비판으로 유용하게 사용 가능한 소재다. 세상 누구도 두렵지 않고 잃을 것이 없는 처지이기에 권력과 부조리를 향해 거침없이 쏟아낼 수 있다. 

‘동업’은 환경에 굴하지 않고 변화를 꿈꾸는 한 인간의 고민을 보여주고자 한다. 

“아버지는 왜 살아요?”, “지금 살아있는데 왜라는 질문이 필요하냐.”

자본주의, 노동의 원리를 술술 풀어내는 아들과 '거지' 본연의 모습에 충실한 아버지의 대비는 볼거리 가운데 하나다. 극 말미 ‘누가 나를 만들었소, 누가 세상을 만들었소’라고 울부짖는 아들은 억압 받는 모든 존재에 대한 위로로 다가온다. 혹은 원작자의 설명처럼 표현의 자유가 없던 시절, “잘리지 않고 극을 올려야 하는 단순한 끼 발산의 욕망”과도 맞물린다. 실제 부자 관계이자 두 사람 모두 연극계에서 활동하는 공통점도 겹쳐보여 흥미로웠다.

다만, 아들이 아버지를 떠나지 않고 달구지를 끌고 와서 ‘진정한 효’를 이야기하는 마무리 전개는 관객 입장에서 다소 진부하게 다가온 면이 없지 않다. 웃음이라면 웃음, 풍자라면 풍자, 진지한 전달이라면 전달. 어느 것 하나 또렷하지 않고 애매하게 느껴져 아쉬웠다. 

극단 대표인 문무환은 능청스러운 아버지 거지 연기를 보여준다. 털털함 속에서 정교한 연기까지 느끼긴 어려웠지만 큰 무리 없이 무대에 녹아든다. 아들 거지인 문재용은 주어진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내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연극 ‘하얀 초상화’, 연극 ‘풀빵괴담’, 가족뮤지컬 ‘별이 아빨 찾아라!’까지.

파노가리가 올해 공연한 작품을 보면 관객 입장에서 쉽게 공감하기 어렵거나 난해한 경우가 많았다. 이번 ‘동업’은 비교적 무게를 덜어냈는데 오히려 배우들의 목소리가 더욱 또렷하게 다가왔다. 특히 앞선 작품들에서 이런 저런 치장에 가려 보이지 않던 배우 문재용의 준수한 역량을 새삼 느낄 수 있어 반가웠다.

운동이나 무도에서 흔히 쓰는 말 가운데 ‘힘을 빼라’가 있다. 담백하게 관객과 소통하는 파노가리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올해 소극장 연극 축제는 12월까지 이어진다. ▲극단 이어도의 '몽골 익스프레스'(11월 30일, 12월 1일) ▲퍼포먼스단 몸짓의 '그게 뭐라고'(12월 7일)가 남아있다. 공연 장소는 모두 제주시 중앙로에 있는 미예랑 소극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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