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2공항을 반대한다] 우리 삶과 무관한 걸까? / 황규관 시인

국토부는 수조 원의 혈세를 들여 제주 제2공항의 건설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제2공항의 필요성이라든가 이에 관한 자료의 은폐와 조작, 도민공론화를 무시한 추진 과정 등은 지난 4대강 공사의 판박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 제2공항이 공군기지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시된 상태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 위기의식을 느낀 작가들이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련해서 작가들의 릴레이 기고를 [프레시안]과 제휴 기사로 싣는다. / 편집자

제주 제2공항 건설이 우리 사회의 크나큰 문제로 점점 부각되고 있다. 2015년 11월 10일, 박근혜 정권의 국토교통부는 포화 상태에 이른 현 제주국제공항의 수용능력을 해결한답시고 ‘제주 제2공항 건설안’을 발표하면서 그 예정지로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일대를 지목했었다.

이에 제주도지사 원희룡은 "제2공항은 제주도민의 오랜 숙원사업이자 도민 요구에 따라 추진된 국책사업"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제2공항 건설은 제주도민의 숙원사업이라기보다 1989년 노태우 대통령이 새로운 공항을 언급하면서부터 시작된 정치인들의 '필요'에 기인한 바가 크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제주신공항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당선되고 나서 없던 일이 되어버렸고, 2012년에는 박근혜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을 내걸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한 정부 검토에서는 2045년을 기점으로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 중 항공기 이용 인원이 45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공항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2012대선 당시, 제주도 제주시 이도1동 동문재래시장에서 시민과 인사하고 있는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 제주 제2공항 건설은 제주도민의 숙원사업이 아닌, 정치권의 표 계산과 맞물린 건설 사업일 따름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2대선 당시, 제주도 제주시 이도1동 동문재래시장에서 시민과 인사하고 있는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 제주 제2공항 건설은 제주도민의 숙원사업이 아닌, 정치권의 표 계산과 맞물린 건설 사업일 따름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여기까지만 봐도 제주 제2공항 건설은 제주도민의 숙원 사업이 아니라 정치권의 표 계산과 맞물린 일방적인 건설 사업이며, 그것에 대한 타당성은 나중에 끼워 맞춰진 것이다. 새만금 사업이나 4대강 사업 같은 대형 국책 사업뿐만이 아니라 지역의 중소 토목 건설 사업 들은 언제나 선거 기간에 툭 불거져 나와 결국 주민 간의 극한적인 갈등을 낳곤 했던 게 경험적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은 의외로 정치인들의 자기 이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의와 공정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에 와서도 이런 현상은 마찬가지이다. 2019년 들어 문재인 정부는 총 건설비 5조1278억 원이 들어가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은 그 타당성 조사조차 필요 없다고 발표해버렸다. 이른바 '예타면제'(예비타당성조사 면제)다. 박근혜 정부가 예측했던 2045년 기준 항공 이용객 4500만 명에 한참 못 미치는 1500만 명의 관광객에도 이미 제주도는 온갖 문제가 폭발하고 있는데, '촛불정부'라 자칭하는 문재인 정부는 그 타당성 조사 자체가 필요 없다고 한 것이다. 그것도 나랏돈 5조1278억 원을 쏟아 붓는 사업에 말이다.

이에 대해 이미 제주도민은 제2공항 건설 문제에 대해서 공론 조사를 벌이자고 했으나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그마저 거절했다. 그런데 제주도 공무원 중 공론화 조사를 찬성하는 비율은 52.2%이고 부정적 의견은 15.4%에 지나지 않는다.(<제주의 소리>, 2019.10.09.) 이는 거꾸로 말하면 제주 제2공항 건설은 제주도민의 숙원사업이 아니라 도리어 제주도민의 요구를 철저히 묵살한 채 벌어지는 정치가 계급 주도의 반민주적인 토목 사업에 지나지 않음을 드러내준다.

그렇다면 국토교통부는 얼마나 이 사업을 투명하고, 그야말로 요즘에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해마지 않는 '공정'에 합당하게 진행된 것일까. 국토교통부는 이미 2015년에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제주공항 단기 인프라확충방안을 용역 의뢰했는데, 그 답은 제2공항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 기관의 답은 한마디로, '기존 제주공항 활용으로 충분하다'였다. 그리고 그 방안으로 총 19개의 권고 사항을 제시했다. 덧붙여 ADPi는 자신들의 대안이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며 경제적으로도 저렴하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19개 권고안 중 하나라도 충족이 안 되면 전체가 불가능한 것처럼 억지를 부렸다. 우스운 것은 이 보고서의 존재를 국토교통부가 그동안 은폐하다 발각된 것인데, 이 보고서의 은폐와 예비타당성조사의 면제는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문제라고 한다.(<제2공항 너머, 시민의 대안>, 진인진) 즉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되면 이 보고서를 정식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렇게 되면 제2공항 건설 강행의 논리는 무너지게 된다.

여기서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을 강행 시 누가 가장 큰 수혜자인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참고로 지난 이명박 정부 때 22조2000억 원이 들어간 4대강 사업에 어떤 기업들이 참여했는지 되돌아보면 그 기업들은 우리나라의 대형 건설사들임이 드러난다. 즉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SK건설, 계룡건설산업, 코오롱글로벌, 한화건설, 경남기업, 삼환기업, 한라㈜,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쌍용건설 등등이다.

이 기업들이 4대강 사업에 담합한 사실은 2012년 8월에 적발되었고 그 중 7개 기업은 2014년에 정부 공사 입찰에 제재를 받았으나 2015년에 그 제재는 풀렸다. 그 뒤로 이들 업체들은 50조 원에 가까운 정부 공사를 수주했다.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삼성물산은 천혜의 자연 비경인 내성천의 모래를 황폐화시킨 주범인 영주댐의 시공사인데 사업비는 물경 1조1000억 원이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들어가는 5조1278억 원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혈세가 대형 건설사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는 것 사실에도 응당 분노를 터뜨려야 하는 일이지만, 제주도의 파괴는 뭍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일까.

2019년 10월 8일 영국의 <가디언>은 미국 연구기관인 ‘Climate Accountability Institute’의 보고서를 인용해 "1965년 이래 세계 탄소 배출량의 3분의 1은 20개 기업과 관련된 것"이라고 보도했다.(<UPI뉴스>, 2019.10.10.) 그런데 이 20개 기업의 주된 제품은 "석유, 항공유, 천연가스, 연료용 석탄 등"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언제나 써야 하고 쓸 수밖에 없는 에너지원들이다. 우리가 아무리 일상에서 에너지를 덜 소비하려고 해도 별 의미가 없는 것은, 이들 기업들이 강요하는 생활 방식을 개인 차원에서 거절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에너지 대량 소비 시스템은 우리가 기획하고 의도하지도 않았다. 달리 보면 저 20개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설계한 프로그램을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항공유 1갤런이 얼마의 탄소를 배출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타는 비행기와 자동차로 인해 인류의 절멸 사태를 부른다는 기후위기에 동참하고 있는 꼴이다. 제주 제2공항이 건설되면 여행사와 항공사는 우리에게 비행기를 더 타야 한다는 강박을 당연히 주입할 것이다. 왜냐면 기업의 이윤은 소비자들의 필요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생활에 필요한 상품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용가치가 없는 불필요한 상품에 대한 욕망도 함께 만들어내는 체제인 것은 이제 상식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중세의 성자처럼 살아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 뒤따를 수 있다. 아니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왜냐면 우리의 양심은 기후위기 문제로 분열되어 지금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이 움직일 때마다 우리는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는데, 이윤이 제1목적인 기업들은 부단히 탄소 배출을 늘리라고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게 인간다운 삶이고 그게 풍요로운 인생이라는 거짓말을 우리의 영혼에 흘려 넣으면서 말이다. 이 거짓말을 우리는 얼마간은 물리치고 견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종내에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으며 그것이 일상이 되는 순간 지구는 더 끔찍한 상태로 전락해 있을 것이다. 겨울의 강추위와 여름의 무더위는 예측 불가능하게 반복될 것이며 가뭄과 태풍은 번갈아가면서 혹독해질 것이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자연 재해를 덜 입을 곳으로 피하고, 냉방과 난방은 점점 강해질 것이다. 나는 이 악무한의 과정이 지옥 자체가 아닌가 생각해본 적이 있다. 왜냐하면 그런 속에서 자연 재해에 취약한 지역에 버려두고 와야 할 이웃이 있을 것이며, 냉방과 난방을 얻을 기회를 박탈당한 가난한 사람들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의 반복은 우리를 아마 악마로 만들 것이다. 그래서 제주 제2공항은 그런 악무한의 고리 중 하나라고 나는 본다.

여기서 제주 제2공항이 건설됨으로써 새로이 나타날 것들과 사라질 것들의 목록을 한번 간략히 떠올려 보면 왜 제주 제2공항이 우리를 악마로 만드는 고리 중 하나인지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편의상 나타날 것들과 사라질 것을 대비해 말해보겠다. 하늘에는 철새 대신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가 드나들 듯 비행기가 가득할 것이다. 그 비행기들이 내는 굉음이 성산 일출봉에 막 오른 당신을 괴롭힐 것이다. 3200미터에 달하는 활주로가 생겨날 것이고, 오름은 사라질 것이다. 거대한 비행기 동체가 남긴 그림자는 생겨날 것이고 활주로의 북쪽에 있는 수산초등학교 아이들은 사라질 것이다. 오폐수와 플라스틱 쓰레기는 더 늘어나 지하수를 더럽히고 해안가는 파도가 남긴 포말 대신 페트병이 쌓일 것이다. 재벌 건설사들의 부(富)는 늘어날 것이고 우리들의 세금은 사라질 것이다. 항공기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더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고 산소는 그만큼 사라질 것이다. 무더위와 강추위는 그 반복 주기가 짧아질 것이고, 꽃피는 봄과 낙엽 지는 가을은 그 기간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우리의 영혼에 이기심은 점점 비대해지고 이타심은 뼈만 앙상해질 것이다. / 황규관 시인

*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의 제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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