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라운딩 발언 여성 B씨 일관된 진술 신빙성 인정...문대림 법정 진술 ‘허위’로 의심

6.13지방선거에서 문대림 전 제주도지사 후보의 ‘경선 직후 골프 라운딩’ 의혹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히면서 위증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제주도 공보관 강모(55)씨와 언론비서관 고모(41)씨에 4일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이들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문 전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이긴 직후, 타미우스 골프장을 찾아 골프를 쳤다는 논평을 원희룡 후보 캠프에서 2018년 5월25일 언론에 배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강씨는 원희룡 무소속 도지사 후보 캠프의 공보단장, 고씨는 대변인을 맡고 있었다. 논평 발표 직후 문 전 후보 측은 경선 이후 골프를 친 사실이 없다며 두 사람을 검찰에 고발했다.

1심 재판부는 당내 경선일인 2018년 4월15일 직후 문 전 후보가 문제의 타미우스 골프장에 출입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허위사실공표와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인사를 통해 매우 구체적인 제보를 들었다며 오히려 문 전 후보가 골프를 쳤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그 중심에는 건설업자인 A씨가 등장한다. A씨는 2018년 5월 중순 골프모임에서 알게 된 여성 B씨와 자신의 차량에서 대화도중 문 전 후보의 경선 직후 라운딩 발언을 처음 한 것으로 의심받는 인물이다.

대화 내용은 ‘문 전 후보가 경선 직후 머리도 식힐 겸 새벽에 골프장을 다녀왔다. 샤워도 하지 않고 바로 나왔다. 이런 시국에는 원래 다른 사람 이름으로 골프를 친다’는 내용이었다.

문 전 후보와 골프 함께 친 것으로 의심 받는 인사는 모두 4명이다. 제주도의원 출신과 도내 모 유명 관광지 대표가 포함돼 있다. A씨도 그 중 한명이다.

B씨는 며칠 후 제주시내 한 식당에서 C조합장을 만나 경선 라운딩 이야기를 꺼냈다. C조합장이 2018년 5월20일 원 캠프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내용을 전달하면서 문제의 논평이 만들어졌다.

재판과정에서 핵심 증인인 A씨는 골프를 친 사실이 없고 B씨에게 이를 언급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수사기관에서 법정까지 일관되게 경선 라운딩 발언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둘 중 한명은 법정에서 거짓말을 한 꼴이 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두 사람 중 B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내용이 구체적이고 굳이 허위진술을 할 개연성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B씨는 문 전 후보와 함께 골프를 쳤다는 인사들의 이름과 경력을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문 전 후보를 비방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지어낼 특별한 이유도 없었다. 

반면 A씨는 문 전 후보와 함께 골프 친 것으로 의심받는 관광지 대표와 친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당내 경선이 한창이던 2018년 4월7일부터 22일까지 9차례에 걸쳐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 전 후보도 법정에 증인으로 참석해 “고발 당시 대변인과 상의한 적이 없고 A씨와 B씨의 대화가 사건의 발단이 된지도 몰랐다”며 마치 남의 일을 대하듯 진술해 재판부의 의심을 키웠다.

재판부는 “선거 당시 타미우스 골프장 논란이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점에 비춰 문 전 후보가 골프모임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로 허위 진술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골프 논란 보도로 B씨가 문 전 후보측으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는 강한 의심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도 입증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경찰은 골프장 프런트에 설치된 CCTV만 확인하고 현관과 주차장에 있는 CCTV는 조사하지 않았다. 출입 동선에 대한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확보된 CCTV 영상도 방문객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재판부는 이같이 제한된 CCTV 영상만으로 출입 여부를 단정지을 수 없고 오히려 프런트를 거치지 않고 충분히 골프장 출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 전 후보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사실은 검찰이 증명해야 한다”며 “결국 이 사건 논평은 신빙성이 매우 높은 B씨의 진술에 근거해 작성된 것으로 그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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