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용역심의위, 격론끝에 무기명 투표로 '재심의'...원희룡 "의회가 겁박하면 안돼" 예산전쟁 재현될까?

제주도가 끝내 제주도의회 제2공항 갈등해소 특별위원회 활동 예산을 거부했다.

제주도 학술용역심의위원회는 9일 오후 4시부터 2시간 30분 동안 격론 끝에 '제2공항 갈등해소 용역비'를 3억원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 연구’란 명칭의 학술용역은 다시 심의를 신청할 수 없다.  

2020년 예산안 처리를 불과 7일 남겨 놓은 상태에서 '재검토' 결정은 제2공항 갈등해소 용역비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학술용역심의위원회에는 전체 위원 15명 중 13명이 참석했고, 당연직 도청 공무원과 도의회에는 현길호-강충룡 의원이 참석했다. 공무원과 도의원을 뺀 민간위원은 총 8명이 참석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11월1일 제주도의 2020년도 예산안을 확정하기 전 부기명 ‘제2공항 갈등해소 숙의형 공론화 용역비’로 3억원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숙의형 공론화에 대한 도민사회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는 이유로 보류되면서, 부기명을 '제2공항 갈등해소 용역비'로 변경해 예산을 요구했지만 11월28일 심사 보류됐다. 이유는 회의를 하루 앞두고 새롭게 신청됐기 때문이다.

용역비가 예산안에 반영되기 위해선 반드시 '학술용역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제2공항 갈등해소 용역비는 결국 이번이 3번째 도전이었던 셈이다. 

이날 용역심의위원회에서도 '국책사업인데 제주도의회에서 제2공항 갈등해소 용역을 할 수 있느냐'는 지적과 함께 '도의회가 집행기관도 아닌데 권한을 넘어선 용역'이라는 쟁점 속에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연직 공무원과 도의원을 빼고 민간위원의 무기명 투표 결과 '재심의' 5표, 조건부 통과 1표, 수용 2표가 나와 재심의가 결정됐다.

2020년 예산안 처리를 일주일 남겨 두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재심의' 결정이 사실상  예산안 반영을 거부한 것으로 읽히는 배경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심의에 앞서 인터넷기자협회와의 오찬간담회에서 제2공항 갈등해소 특위 예산과 관련해 "세미나나 토론회, 사무비 수준이라면 문제가 안되는 데 특정사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하겠다는 데 찬성해 줄 수 있겠느냐"며 일찌감치 불허를 예고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와 도의회가 합의가 되면 할 수 있지만 그게 안되는데 법을 어기면서까지 예산을 줄 수 없다"며 "예산편성 권한은 제주도가 갖고 있고, 삭감 권한은 의회가 있다. 의회에서 도 예산을 자른다고 제주도가 의회를 압박하지 않는다. 의회도 용역비 예산을 갖고 제주도를 겁박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원 지사의 발언은 용역비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을 두고 도의회가 예산삭감 권한을 무기(?)로 집행부를 압박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가 제2공항 갈등해소 용역비를 편성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제주도의회의 2020년 제주도 예산안 심사가 어떻게 결론이 날 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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