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재계2위 1세대 기업인에서 대우 부실경영으로 구속 ‘파란만장 삶’
선친 우당(愚堂) 김용하 전 제주도지사 뜻 기려 우당도서관 제주에 기증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오후 11시5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김 전 회장이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부터 건강이 악화돼 1년여 간 투병 생활을 해왔다. '세계경영 신화'의 몰락 이후 주로 베트남에서 지내던 김 전 회장은 지난해 말 건강 악화로 귀국해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이 9일 밤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 사진 =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제공 ⓒ제주의소리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이 9일 밤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 사진 =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제공 ⓒ제주의소리

 

1936년 대구 출생인 김 전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이었지만 1990년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대우그룹 부도로 해체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2005년에는 대우그룹 분식회계 등 부실경영으로 구속되는 등 파란만장한 영욕의 삶을 살았다. 

그의 부친인 우당 김용하 씨는 제주 애월읍 하귀 출신으로 제4대 제주도지사를 역임했다. 고인이 남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저서에서도 스스로 “나의 뿌리는 제주도이다. 나의 아버지는 제주도지사를 지냈다. 그래서 나는 제주도 사람이다”라며 제주에 대한 특별한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대구사범학교 교장과 서울 용산중.고교의 초대 교장, 서울상대 교수 등을 역임하기도 했던 부친의 교육정신을 기리기 위해 김우중 전 회장은 1984년 당시 김관중 대창기업 회장 등 5형제의 뜻을 모아 제주시 사라봉에 선친의 호 ‘우당(愚堂)’을 딴 우당도서관을 짓고 제주시에 기증하기도 했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고(故) 김우중 회장은 1966년까지 섬유회사인 한성실업에서 일하다 만 30세인 1967년 자본금 500만원, 직원 5명으로 대우실업을 창업했다.

45세 때인 1981년에는 대우그룹 회장에 올라 '세계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지구촌 곳곳에서 광폭 행보를 하며 그룹을 확장했다.

우당도서관 전경.
김우중 전 회장은 지난 1984년 당시 김관중 대창기업 회장 등 5형제의 뜻을 모아 제주시 사라봉에 선친의 호 ‘우당(愚堂)’을 딴 우당도서관을 짓고 제주시에 기증했다. 우당도서관 전경.

1990년대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 '신흥국 출신 최대의 다국적기업'으로 대우를 성장시켰다. 해체 직전인 1998년 대우의 수출액은 186억 달러로 당시 한국 총 수출액(1323억 달러)의 14%를 차지하기도 했다.

1999년 그룹 해체 직전까지 자산규모 기준으로 대우그룹은 현대에 이어 국내 2위를 성장시킬 만큼 그는 우리나라 1세대 대표 기업인이기도 하다.
 
지난 2014년 10월 30일 제주대학교에서 '자신감으로 세계와 경쟁하자'란 주제의 특강을 위해 생전 마지막 제주를 찾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이 공개 석상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것은 2017년 3월 열린 대우 창업 50주년 기념행사가 끝이었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은 부인 정희자 전 힐튼호텔 회장, 장남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 차남 김선용 ㈜벤티지홀딩스 대표, 장녀 김선정 (재)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사위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등이 있다. 빈소는 아주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12일 오전 8시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에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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