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학술용역심의위 재심의 결정 ‘유감’…“정치적 해석에 좌우된 검토의견 부적절”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 방안 연구조사’ 예산을 놓고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전면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제주도의회가 학술용역심의위원회의 ‘재심의’ 결정 이후 “정치적 해석에 좌우된 검토보고를 통해 심의결과에 영향을 끼쳤다”, “원희룡 지사가 의회가 겁박한 사실이 없음에도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주도의회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10일 오전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 방안 연구조사 학술용역심의 재심의 결정에 따른 입장문’을 통해 “위원회의 운영 목적을 고려할 때 민간위원들이 고뇌 끝에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심의 과정에서 나타난 별도의 문제에 대해서는 차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며 화살 끝을 원희룡 지사와 검토보고를 한 제주연구원에 겨눴다.

앞서 제주도 학술용역심의위원회는 지난 9일 오후 4시부터 2시간30분 동안 격론 끝에 제주도의회가 요구한 ‘제2공항 갈등해소 용역비’(3억원)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제주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 연구’란 명칭의 학술용역은 다시 심의를 신청할 수 없다.

이날 심의위에서는 당연직 공무원과 도의원을 빼고 민간위원 무기명투표 결과, 재심의 5표, 조건부 통과 1표, 수용 2표가 나와 ‘재심의’로 결정됐다.

갈등해소 특위는 먼저 학술용역의 타당성을 사전 검토한 제주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를 향해 “객관적 기준이 아닌 정무적․정치적 준거에 근거해 평가결과를 제시함으로써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공공투자관리센터는 9일 진행된 학술용역심위원회 실무검토의견서를 통해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 방안 연구조사’와 관련해 “초기 연구목적인 공론화 조사에 집중할 경우 찬반에 대한 논의를 강조함으로써 갈등을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국가사업을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가 수행할 수 있는지 추진주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갈등해소 특위는 “‘공론화조사’는 10월20일 제출한 요청서 상의 용역명이며, 특위 구성결의안 의결에 따라 11월1일에 ‘공론화 조사’를 제외한 변경심의 요청서를 제출했음에도 기존 용역명을 사용하고 있고, ‘찬반에 대한 논의 강조’ 등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과업 수행 과정과 내용을 가정해 검토의견을 냈다”고 비판했다.

또 “국책사업 추진에 따라 발생하는 갈등을 관리하고 해소하는 사무는 국가사무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며 “제2공항 건설이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갈등해소까지 국가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것은 센터의 학술용역 체크리스트의 범위를 벗어나 정치적 해석에 좌우된 검토”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지사가 사실상 심의결과에 영향을 끼쳤다고도 주장했다.

갈등해소 특위는 “센터가 독립적․객관적으로 용역 타당성을 검토해야 함에도 정치적․정무적 판단에 따른 편향된 검토의견을 제시한 이유는 원희룡 지사의 입장과 발언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 근거로 학술용역심의가 진행된 당일 오전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와의 간담회에서 원 지사가 한 “세미나나 토론회, 사무비 수준이라면 문제가 안되는데 특정사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하겠다는데 찬성해줄 수 있겠느냐”는 발언을 문제 삼았다.

갈등해소 특위는 이에 대해 “이는 엄연히 용역심의 결정에 대해 사전에 영향력을 미친 것”이라며 “또한 의회가 용역비 예산을 갖고 제주도를 겁박하면 안된다고 했는데, 언제 의회가 겁박을 했느냐. 겁박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특위는 “제주도는 지사의 입김에 좌우돼 정치적·정무적인 업무판단을 중단해야 한다”며 “원희룡 지사도 특위활동이 도민사회의 갈등해소에 목적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 발언에 신중을 기해달다”고 요구했다.

이날 오전 의회기자실을 방문한 갈등해소 특위 소속 홍명환 의원은 “심의위원회의 재심의 결정은 존중한다. 그렇지만 이것이 제2공항 문제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만큼 관련 예산은 어떤 방식으로든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제주도도 이 같은 취지를 감안해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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