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키나와, 후쿠시마, 베트남 등 각국 역사 품은 첫 전시 ‘EAPAP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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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부터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의 첫 번째 전시 '섬의 노래'가 진행된다. ⓒ제주의소리

아픈 역사를 공유하는 제주·오키나와·대만, 세곳 섬의 연대를 추구하는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EAPAP, East Asia Peace Art Project)’의 첫 번째 전시가 한반도 남단, 동북아의 중심 ‘제주’에서 시작됐다. 

EAPAP는 12월 19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제주4.3평화기념관 전시실과 갤러리 포지션민제주(갤러리 대표 박경훈)에서 ‘EAPAP 2019 : 섬의 노래’를 개최한다.

2018년 세곳 섬의 예술인들이 모여 출범한 국제단체 EAPAP는 연대를 기반으로 동아시아 평화를 이야기하는 예술공론장을 표방한다. 이번 첫 전시에는 제주를 포함한 한국, 오키나와, 대만, 홍콩, 베트남 등 작가 86명이 작품을 출품했다.

‘섬의 노래’라는 전시 명칭은 오키나와 출신의 밴드 BOOM의 노래 ‘시마우타(島鳴)’를 참고했다. EAPAP 조직위원회는 “오키나와 서사를 가진 이 노래의 제목을 제주와 타이완과의 연대에 대입함으로써 동아시아 평화의 서사를 도출하는 실마리를 잡고자 한다”고 소개한다.

더불어 “이 전시의 출품 작가들은 각각의 체험과 사유를 바탕으로 자신이 마주하는 섬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주와 오키나와, 타이완 세 섬의 지리학적인 섬 이야기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세 섬의 항쟁과 학살은 물론 한반도와 홍콩, 베트남의 예술가들이 각각의 역사와 현실을 바탕으로 평화의 서사를 펼쳐 보일 것이다. 한국은 배나 비행기 없이는 타국으로 갈 수 없는 ‘완벽한 섬’이다. 최근의 홍콩은 민주주의 의제로 인해 고립무원의 섬과 같은 위치에 서있다. 베트남 예술가들 또한 표현의 자유라는 면에서 더 많은 자유와 연대를 원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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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천의 작품 '귀향준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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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범의 작품 '당일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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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의 작품 '새2-다랑쉬 풍경'. ⓒ제주의소리

현장에는 동아시아 각국의 근현대사 과정에서 벌어진 핏빛 어린 역사들이 다채로운 예술로 구현됐다. ▲일본군 위안부 ▲일본 천황제도 ▲강제 징용 ▲제주4.3 ▲대만2.28 ▲베트남전쟁 ▲미국 제국주의 ▲후쿠시마 사태 ▲여순 항쟁 ▲국내 극우 정치세력 ▲재일제주인 ▲인종차별 등 여러 가지 갈등과 아픔을 한데 모아 소개하면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평화의 소녀상으로 널리 알려진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다. 2015년 처음 시작한 표현의 부자유전은 올해 일본 아이치트리엔날레에 출품했는데,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평화의 소녀상’과 천황 비판 작품 같은 일본 극우세력이 민감해 하는 작품들이 포함하면서 전시가 일시 중단됐다.

사실상 ‘검열’ 논란이 불거지면서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는데 그 배경에는 일본 아베 정부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는 아이치트리엔날레 이후 첫 번째 해외 전시로 제주를 택했다. 16점 가운데 12점을 전시하고 있다.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큐레이터 가운데 하나인 히로유키 아라이는 18일 전시장에서 [제주의소리]와 만나 “현재 아베 정권에서는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같은 여러 검열이 전국에서 여러 차례 일어나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일본의 역사를 마주치지 않으려는 ‘역사 수정주의’를 꼽을 수 있으며, 이런 태도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제주는 일본의 군국주의, 미국의 제국주의의 공격을 받은 희생의 장이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땅에서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를 시작하는 건 너무나 감동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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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경, 김은성의 작품 '평화의 소녀상'을 배경으로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큐레이터 오카모토 유카(왼쪽)와 히로유키 아라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평화의 소녀상 작품. ⓒ제주의소리
평화의 소녀상 작품. ⓒ제주의소리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의 다른 큐레이터 오카모토 유카는 “일본은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를 거치면서, 다른 동아시아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연대하는 사회 비판적인 예술 활동이 약해졌다. 그래서 EAPAP 같은 동아시아 예술은 일본에게 많은 자극을 준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사회·정치적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예술 활동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연대를 만드는 건 더더욱 그렇다”고 EAPAP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

포지션민제주에서는 여수·순천 항쟁을 주목한 ‘2019여순평화예술제-손가락총’ 출품 작품들을 전시해 주목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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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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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저널리스트 토요다 나오미의 사진 작품. 맨 왼쪽 사진은 갑상선암 검사를 받는 후쿠시마 지역 아이와 어머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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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가키 카츠히사의 작품 '시대의 초상-일본 헌법의 개정 조항 9조에 따른 새로운 일본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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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수의 작품 '헛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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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시 아이의 작품 '내가 아르바이트 하는 홍콩식 중국집 일본인 사장은 주방에서 일하는 K가 준 과자를 받고 난 중국건 안 먹어라고 하며 내게 주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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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천황제를 비판한 오우라 노부유키의 작품 '원근을 감싸안고'.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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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에 떠밀려온 동아시아 쓰레기를 활용해 유리병으로 만든 작품.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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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담의 작품 '국쌍'.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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