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진기] (17) '불평등 간과하는 엘리트의 장' 멈춰야

'제주 청진기'는 제주에 사는 청년 논객들의 글이다. 제주 청년들의 솔한 이야를 담았다. 청년이 함께 하면 세상이 바뀐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 청년들의 삶,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서브컬쳐(Subculture)에 이르기까지 '막힘 없는' 주제를 다룬다. 전제는 '청년 의제'를 '청년의 소리'로 내는 것이다. 청진기를 대듯 청년들의 이야기를 격주마다 속 시원히 들어 볼 것이다. [편집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임시국회 회기결정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거절하자 자유한국당 소속 이주영 국회부의장과 심재철 원내대표, 김학용 의원이 의장석에 올라가 문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의장석 아래 강효상 의원 등도 문 의장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임시국회 회기결정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거절하자 자유한국당 소속 이주영 국회부의장과 심재철 원내대표, 김학용 의원이 의장석에 올라가 문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의장석 아래 강효상 의원 등도 문 의장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빈손 국회, 효율성 최하위 국회, 사상 최악의 국회.

19대 국회에 붙었던 수식어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약 2만3000건으로, 이중 처리된 법안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역대 최저다. 

법안처리 수만으로 국회를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를 끝내가는 와중에도 국회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엉망진창 그 자체다. 수 많은 민생법안들은 뒷전으로 밀려있고,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둘러싼 정당 간 셈법 나누기만 판치고 있다.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나, 그 외에 법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건만 도대체 이게 무슨 짓들이란 말인가.

현재 어린이생명안전법안 중 일부만 통과됐을 뿐만 아니라 포항 지진피해자들을 위한 특별법, 청년기본법 등 수많은 민생법안들은 각 정당에 볼모가 되버린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은 잘잘못의 크기가 다를 수 있다하더라도 어떤 정당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이 당론 1호로 채택했던 법안마저 필리버스터를 거는 자아분열을 일으켰고,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에 올렸던 선거법 내용을 자유한국당과 자신들의 당 내부를 설득해야한다는 명분으로 끊임없이 번복하며 스스로에게 유리한 구도로 바꿔갔다. 

다른 야당들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키겠다며 수많은 골든타임을 놓치고서야 '과연 뭘 지키겠다고 이리 싸웠나 싶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만'을 건진 채 합의를 내놓았다. 국회는 막장 그 자체였고, 어느 정당 하나할 것 없이 민생이 아닌 당리당략이 최우선이었다.

내년 4월, 곧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다가온다. 그런데 도대체 나는 무엇을 기대하며 투표를 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도 바라본다.

이번 총선에선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감각하고, 민생을 우선해 생각하는 후보가 많이 나오고, 그들이 당선되기를.

우리사회의 불평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과거와 같은 신분제는 아니더라도 점점 심화되는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어느 동네에 태어났는지, 집이 있는지, 부모가 누군지에 따라 삶이 결정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국회는 불평등을 감각하지 못했던 사람들만이 들어가는 엘리트들의 장이 되고 있다. 후보자에게 버스비가 얼마인지 물어봐야 하는 코미디는 이제 그만 멈춰야 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박힌 불평등을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감각이라도 하자.  

이번 총선에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감각하고, 그 변화에 발 맞춰가는 후보가 많이 나오고, 그들이 당선되기를.

점점 우리사회의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기술만이 아니라 사회, 경제적으로 새로운 의제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다. 하지만 국회는 이 변화에 긴밀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늦게 움직이고 있다.

법이라는 것이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고, 그로 인해 느리게 이뤄지는 부분이 있다지만 적어도 우리사회의 진전을 막지 않도록 사회변화에 조응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선제적으로 법을 도입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시대착오적인 말과 행동만이라도 하지말자.

다음세대에 부끄럽지 않게 내년 총선은 제발 잘 좀 해보자.

강보배는?

만 28세.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사무국장.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청소년교육, 청년정책, 사회적경제, 주민자치에 관심을 갖고 '더 나은 제주'를 꿈꾸며 활동해왔다.

지금은 노마드처럼 전국을 다니며 청년들을 연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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