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위 "7개월간 입닫은 회동, 들통나자 말 바꿔"

지난 18일 제주도청 별관 4층 회의실에서 제주도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있는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지난 18일 제주도청 별관 4층 회의실에서 제주도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있는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제주동물테마파크 갈등을 빚고 있는 선흘2리장과 원희룡 제주지사 간 '비밀회동' 의혹이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제기한 이 같은 의혹에 제주도정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나섰다.

제주도는 24일 해명자료를 통해 "지난 6월 정현철 당시 이장과 원 지사가 단독 비밀회동을 가졌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지난 5월 29일 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자인 대명측의 요청으로 대명 관계자들과 제주도청 투자유치과장 및 팀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공식적 면담이 있었고, 이 자리에 당시 선흘2리장이 반대대책위원장 및 리장 자격으로 함께 참석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면담 내용과 관련해서는 "원 지사는 면담 자리에서 사업자로부터 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에 대한 설명을 15분간 경청했고, 이어 환경영향평가 대면검토 결과, 반대주민 및 람사르습지도시지역위원회와 협의해 상생방안 마련하라는 조건에 대해 잘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을이장의 입장 변경 과정 내지 해당 사업에 원 지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제주도는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 등이 제시한 주민과의 상생방안을 마련할 것을 사업자측에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최근 인터넷신문기자협회 출입기자단과 가진 신년대담 자리에서도 비밀회동 의혹과 관련 "당시 정 이장은 반대대책위 위원장이었다. 반대위 위원장과 사업자가 함께 만났는데 무슨 일이 있었겠나. 마을과 원만하게 잘 해야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오갔을 뿐이다. 밀담을 나누거나 머리를 맞대는 자리는 전혀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선흘2리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업 승인 단계에 있는 사업자의 요청으로 도민을 대신해 개발사업자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승인권자인 원희룡 도지사가 사업자를 만났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부적절하고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개발 사업자의 요청으로 원 지사와 담당공무원이 만났다는 것은 이 사업에 대한 제주도의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대위는 "지난 7개월 동안 당시 정현철 이장뿐만 아니라 제주도 투자유치과는 이러한 만남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부인해 왔었다. 그러다 최근 만남이 사실로 드러나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유치과 담당 주무관은 '만남은 알고 있었지만, 투자유치과가 주선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또 다시 거짓말을 했고, 당일 오후에는 '비밀회동'이 아니라 '공식적 면담'이었다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또 공식적 면담이라는 제주도의 주장에 대해 "지난 10일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에 사업자 대명이 제출한 조치계획서에는, 주민들과의 사소한 대화 하나까지 정리해 자신들의 협의 노력인 양 포장하고 있지만 공식적 면담이라던 5월 29일 도지사, 사업자, 공무원, 이장과의 만남 사실은 언급조차 돼있지 않았다"며 "이른바 '공식적 면담'이 단 한 줄도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만남이 부적절했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반증"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원 지사와 제주도는 비공개적인 만남에 대해 사과하고, 5월 29일 면담의 녹취록을 공개해 의혹을 해소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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