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강성의 의원, ‘양성평등 기본조례’ 개정 밀어붙인 뚝심

하루 수백 통의 항의성 문자폭탄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자신이 다니는 교회 관계자들까지 의원사무실을 찾아와 회유했다. 의사당 앞에서는 대놓고 확성기를 통해 동성애를 조장하는 의원이라고 비난했다.

이러한 전방위 압박에도 ‘민의의 전당’에서 “저는 크리스찬이며 페미니스트다”라고 당당히 외친 이가 있다. 그 울림은 컸다.

‘제주도 양성평등 기본조례 전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본회의 통과까지 이끌어내 강성의 의원(화북동, 더불어민주당) 이야기다.

강 의원은 여성학을 전공했고, 여성긴급전화1366 제주센터 초대 대표를 지냈다. 강 의원이 대표발의한 ‘양성평등 기본조례 전부개정안’은 이러한 과거 이력이 말해주듯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성평등 정책에 대한 도지사의 책무를 분명하게 하는 한편 성평등정책 추진체계를 명확하게 했다. 또 기획조정실장을 양성평등책임관으로 지정, 성평등 정책의 컨토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했고, 양성평등교육센터를 설치해 상시적으로 성평등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조례개정에 대해 기독교계가 중심이 된 반대단체들은 “특정 페미니스트 단체를 위해 조례를 개정하고 남녀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에 강 의원이 자신도 크리스찬이자 페니시스트라고 당당히 맞선 것이다.

강 의원은 한국 기독교에 대해 “저도 교회를 다니지만, 지금의 한국교회는 너무도 국가정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합리적 사고와 판단, 논리를 가진 토론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오죽하면 국민들이 교회를 걱정하겠느냐”고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평등과 분배를 얘기하면 좌파 공산당이고 한다. 성평등과 인권을 이야기하면 동성애를 조장하고, 에이즈를 확산시키는 행동으로 폄하하고 모욕을 준다”며 “인권을 부인하거나 성평등을 폄하하고 왜곡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의 제주도의회 의원(화북동, 더불어민주당). ⓒ제주의소리
강성의 제주도의회 의원(화북동, 더불어민주당). ⓒ제주의소리

Q. 의원배지를 단 지도 벌써 1년 6개월이 다 되어간다. 그 동안의 의정활동을 간단하게 평가한다면.

생각보다 너무 바쁘고, 의회일정이나 행사참여, 검토해야 할 자료가 넘쳐서 시간이 부족하기 일쑤다. TV에는 많이 보이는데, 지역에서 얼굴 보기 힘들다는 뼈있는 농담도 듣곤 한다. 제주 현안문제들이 너무 복잡하고, 누적이 되면서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고 총체적인 난관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Q. 의원께서 대표발의한 ‘양성평등 기본조례 전부개정안’이 이슈의 중심에 섰다. 여성긴급전화1366제주센터 초대 대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처장 등 의원님이 걸어온 길을 보면 굉장히 공을 들인 조례안인 것 같다. 조례개정을 추진하게 된 이유가 뭔가.

2014년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근거법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나름대로 우리 사회의 성차별 문제에 대한 해소방안을 마련해왔다고 본다. 제주도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을 통해 제주사회의 다양한 불평등문제, 젠더문제를 다루고 있고, 도정에서도 성평등정책관 조직을 신설해 도정 전반에 대해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조례는 이런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자료를 준비했고, 전문가 간담회, 집행부 의견수렴 등 거의 1년을 준비해서 조례안을 발의하게 된 것이다.

Q. 개정조례안의 주요 내용을 간단하게 추린다면.

강성의 의원. ⓒ제주의소리
강성의 의원. ⓒ제주의소리

현행 조례는 총 20조인데, 전부개정조례안은 총 38조로 되었다. 성평등 정책에 대한 도지사의 책무를 분명하게 했고, 집행되는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는지 평가체계를 만들었다. 도정이 펼치는 정책 전반에 성인지적 감수성을 기반으로 하도록 양성평등책임관 지정, 도정참여 확대, 경제활동 참여 촉진, 일-가정 양립 지원, 평등한 가족생활, 성인지교육 강화, 양성평등 문화 조성, 여성인재 관리 육성, 양성평등교육센터 설치 등을 추가했다.

Q. 많은 내용이 추가됐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을 꼽는다면.

제11조 성평등정책의 추진체계를 분명하게 해 기조실장을 양성평등책임관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또 18조 공무원의 성인지교육과 관련해 2주 이상의 교육과정에 양성평등의식을 제고하는 교육내용이 포함되도록 구체화시켰다. 정책의 성공여부는 정책 수립단계에서 얼마나 세밀하게 필요성과 효과성을 만들어내는 컨텐츠를 담아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그 중심에 공직자의 역할이 크다.

Q. 그런데 개정조례안이 발의된 이후 반대 목소리가 유독 컸던 것 같다. 의원께서도 ‘문자폭탄’에 시달린 것으로 아는데, 그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뭔가.

저뿐만 아니라 공동발의한 의원들, 조례심사를 하는 보건복지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도 문자폭탄이 쏟아졌다. 저야 이미 오래 전부터 다양한 현장에서 겪어왔던 것이어서 괜찮지만 동료의원들에게 큰 불편을 주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다.

저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용어 문제다. 양성평등은 되지만 성평등은 안되고, 젠더 용어를 써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성차별도 남녀차별만으로 제한해서 사용하라고 하면서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 동성애를 부추기고 이상 성행동을 합법화한다고도 주장한다. 남녀평등을 위해 그 동안 활동해온 여성운동단체도 아닌데 남녀평등만이 옳고, 성평등은 안된다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

Q. 찬성, 반대 기자회견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와중에 조례안은 지난 19일 보건복지안전위에서 수정 가결됐다. 반대 목소리 때문에 내용이 많이 바뀐 건 아닌가.

그건 아니다. 개정조례안의 뼈대는 그대로다. 내용 중에 ‘도지사는 한부모가족, 장애인 가족 등 다양한 유형의 가족이~’라는 문장에서 ‘다양한 유형’ 문구를 삭제하거나 ‘가족생활’을 ‘가정생활’로 대체하는 등 일부 자구가 수정된 정도다. 내용적으로는 원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강성의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강성의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의소리

Q. 지난 15일이죠, 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 때 맨 마지막에 했던 ‘저는 크리스찬이며 페미니스트다’라는 말이 굉장히 강렬하더라. 두 단어에 하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이 응축되어 있다고 봤는데, 제 추측이 맞나.

맞다. 만나게 되는 분들이 성경에서 동성애는 죄라고 했다며 왜 성경을 부인하느냐라고 종교적 논리를 내세우는데, 저 역시 예수를 믿는 크리스찬이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한국교회가 너무 국가정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회의 목소리가 아닌 합리적 사고와 판단, 논리를 가지고 토론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니다. 결국 국민이 교회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힘들다.

Q. 조례개정은 성차별 없는 제주사회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규범을 정리한 것일뿐이고, 결국은 우리네 삶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차별을 없애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도 많을 것 같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어떤 모습이든 인간은 존중받아야 하는 인권존중 사상이 기본이 돼야 한다. 제주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매우 높다. 과거부터 쭉 그래왔다. 그런데 제주의 여성대표성은 마을이나 사회, 정치분야에서 평균 이하다. 그것이 성차별 문제에서 왔구나 하는 인식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지금은 21세기다. 사회의 발전은 인간의 무한한 성장에서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막는다면 그건 우리 사회에 엄청난 손실이다. 바로 이러한 것들에 대해 공감하는 것부터 필요하다.

Q. 조례안에는 도지사의 책무도 규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책당국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

성평등 정책에 있어 제주도정은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평가한다. 더 노력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평등한 제주가 되기 위한 다양한 컨텐츠를 발굴하고, 도민들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성평등정책들이 더 많이 생산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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