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152. 피붙이는 못 속인다

* 우던 : 족속, 피붙이, 종내기(種落)
* 덥덜 : ‘우던’과 유사한 말

‘우던(덥덜)’은 한 핏줄을 이어 받은 피붙이 곧 한 족속을 뜻한다. 그러니까 같은 유전자를 지닌 혈통임을 말한다. 좋은 뜻보다는 나쁜 측면에서 나무라거나 비아냥거리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어느 집안의 한 사람이 비리를 저지르면 그 집안 내력을 아는 사람이면 으레 대놓고 하는 말이 ‘우던(덥덜)은 못 속이는 법’이라 말한다. 

조상의 허물을 그 후손에게 덮씌우는 격이다. 큰 흠을 잡혔다가는 그게 자손대대로 불명예가 이어질 수 있다. 혈통은 필히 유전하기 때문이다. 선업을 지어야지 악행을 일삼아선 안된다는 교훈을 일깨워 주고 있다.

피는 못 속인다 한다. 혈통을 물려받는다 함은 유전자가 같다는 말이다.

유전자란 부모가 자식에게 특성을 물려주는 현상인 유전을 일으키는 단위다. 즉, 자식으로 물려지는 특징으로 형질을 만들어 내는 인자, 유전정보의 단위를 말한다. 건물을 짓기 위해 설계도가 필요하듯 생명체가 몸을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설계도가 유전자다.

유전자의 실체는 생물 세포의 염색체를 구성하는 DNA가 배열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소프트웨어적인 개념으로, 예를 들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들어 있는 프로그램과 같은 것이라 보면 된다. 유전자는 DNA를 복제함으로써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DNA는 이중나선(二重螺線)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이 이중나선이 풀린 후 각각의 사슬이 연쇄적으로 다시 이중나선으로 합성됨으로써 DNA가 복제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떤 범인이 치밀한 계획을 세워 범행을 저질렀는데도 사건 현장에 담배꽁초를 버린 것이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다. 담배꽁초에 묻은 침으로 유전자 검사를 했더니 범인의 DNA가 나온 것이다. 곧바로 사건이 해결된다. 속일 수 없는 필연성을 지닌 게 유전자다.

이렇게 유전자는 DNA가 갖고 있는 정보다. 부모의 유전자를 그 자녀가 물려받는다.

모든 생물체는 세포라는 작은 단위로 이뤄져 있고, 이 세포의 중앙에 핵이 있으며, 그 핵 안에 염색체라는 것이 들어 있는데, 이 염색체가 바로 유전자의 비밀을 담고 있는 열쇠다.

어머니의 난자와 아버지의 정자가 만나 수정란이 되고, 그것이 태내에서 자라 태아가 되는데 그 난자와 정자의 염색체에 유전가가 들어 있다가 자녀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전범기를 보면 소름이 끼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일본 등 전범국들 군대가 사용했던 상징기. 당시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와 일본의 욱일기(旭日旗)가 대표적인 것이다.

지난날 이들 국가들의 식민 통치나 침략‧학살로 큰 피해를 입었던 국가들의 경우, 전범기 사용을 금기시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하켄크로이츠는 법률로써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일본 욱일기는 일본 국기인 일장기의 태양 문양이 주위로 퍼져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한 것으로 현재 일본 자위대의 깃발로 사용되고 있다. 독일이 하켄크르이츠 문양 사용이 법률로써 엄격히 금지되는 있음에 반해 일본은 버젓이 그 깃발을 휘날리고 있으니 참 볼썽사나운 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일본 등 전범국들 군대가 사용했던 상징기. 당시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와 일본의 욱일기(旭日旗)가 대표적인 것이다. 출처=유튜브.

특히 해상 자위대는 16줄기 햇살이 그려진 욱일기를, 육상 자위대는 8줄기 햇살이 그려진 욱일기를 활용해 공식 군기로 채택해 사용 중이다.

지난해 10월 제주국제관함식에 참석하는 일본 해상자위대가 자위함에 욱일기를 게양한다 해 논란이 일었다. 우리 정부의 “욱일기 대신 일장기를 게양해 달라”는 요청에 일본이 자위함 불참을 통보해 와 갈등은 일단 봉합됐지만, 앞으로도 전범기는 ‘군기일 뿐’이라는 일본의 인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논란이 지속될 것이다.

독일은 피해국에게 전범국으로서 과거를 엄숙히 반성하고 사과했음에도 일본은 어물어물 얼버무려 온 낯 두꺼운 나라다. 그게 일본의 DNA다. 아직도 침략의 근성을 버리지 못한 것은 아닌가. 
  
아베 내각의 장기 집권이 제국 시절의 재림을 연상케 하고 있지 않은가. 전쟁 가능한 국가를 만들기 위한 헌법 개정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 사회 곳곳애서 우경화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으니 말이다.

일본은 믿을 수 없는 나라, 침략자의 DNA를 가진 위험한 국가다. 신뢰할 수 없는, 영원히 가깝고도 먼 이웃이다.
  
개인이나 한 집안만이 아니다. 국가도 매한가지다. 일본이란 나라는 침략자의 DNA의 핏줄을 타고나 그 본성을 버리지 못한다. 그리고 저지른 과거의 죄업에 인도적으로 반성하는 기본적 양심을 갖지 못한다. 경계심을 풀어선 안 될 나라다. 일본이란 나라, ‘우던(덥덜)은 못 속인다.’ / 김길웅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자리>, 시집 <텅 빈 부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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