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前 전문위원 등 새 연구 발표 “피해자들, 보상과 군법회의 무효화 갈망”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 제주4.3특별법, 진상조사보고서 확정이 4.3피해자들의 심적 회복에 가장 큰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조사가 나왔다.

이 같은 내용은 제주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62번째 제주학연구 보고서 ‘4.3피해자 회복탄력성 연구’에 실렸다. 해당 보고서는 김종민 전 국무총리소속 4.3위원회 전문위원, 한상희 서귀포시교육지원청 장학사, 강남규 제주민주화운동사료연구소 이사장이 작성했다.

특히, 책임연구원을 맡은 김종민 전 전문위원이 기자 시절 ‘4.3은 말한다’를 연재하기 위해 만났던 4.3피해자들을 다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는 지난해 제주 전 지역을 대상으로 4.3피해자 11명을 선정해 5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6개월간 심층면접으로 진행했다. 조사 대상자는 ‘극한의 상황’에 몰렸는지 여부에 따라 정해졌다. 할아버지나 큰아버지 같은 가족보다는 아버지, 형 같은 집안의 노동력이 상실돼 생존 자체가 어려웠던 경우다. 나이는 1929년생부터 1947년까지 4.3을 몸소 겪은 세대다. 

면담 질문지 내용은 ▲4.3당시 상황 ▲민주화운동 이전 의식 변화 ▲민주화운동 이후 의식 변화 ▲정치 변화 ▲앞으로의 삶 등이다.

연구 속 ‘회복탄력성’은 인생의 심각한 시련과 곤란, 어려움을 극복하고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인간의 능력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회복탄력성은 사회 환경, 사회 제도와 공동체 그리고 개인의 다변적 상호작용 관점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심층면접 결과, 4.3피해자들은 민주화운동 이전까지 주로 일본 밀항, 모친과 절약, 본적 이동(연좌제), 진로개척, 결혼, 일가친척 등을 통해 능동적인 회복탄력성을 이뤄냈다.

민주화 운동 이후는 크게 볼 때 공동체, 사회제도, 정치 변화가 피해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4.3에 대한 주민-도민들의 인식 변화, 유족회 활동, 4.3평화공원 조성, 4.3추모제 등은 피해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안겨줬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00년 1월11일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제주4.3유족대표와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을 초청한 가운데 4.3특별법에 직접 서명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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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10월 31일 제주도를 찾아 도민과 4.3유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무엇보다 정치 변화는 4.3피해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중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는 유족들이 가장 크게 기억하는 순간으로 꼽혔다.

“제주4.3특별법이 제정되고 노무현 대통령이 희생자와 유족에게 사과한 것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 조사 대상자 김o녀 

“진상보고서 작성, 노무현 대통령 사과 같은 정치적 변화가 마음을 누그러뜨리는데 기여했다.” 
- 양o천

“완전히 풀리지 못했지만, 노무현 대통령도 사과, 문재인 대통령도 사과, 대통령들이 고맙다.”
- 문o선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는 4.3에 관심을 안 가져서 섭섭했다. 문재인 대통령 사과, 재심 결정, 추미애 의원께 감사하다.”
- 부o휴

4.3피해자들은 4.3특별법 개정, 군법회의 무효화, 배·보상, 청소년 대상 4.3교육 강화, 미국 책임 공개 같은 다양한 과제를 꼽았다.

연구진들은 “4.3피해자는 4.3특별법 개정을 현재 제주사회에서 풀어야할 숙제로 지적했다. 특별법 개정으로 피해 배상은 물론, 군법회의 무효화를 통해 전과자 낙인이 지워지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4.3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남겨둬야 하고 후세대에 대한 4.3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함을 지적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정치의 변화는 공동체 의식과 사회제도의 변화에 영향을 주고 이를 통해 개인의 회복탄력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면서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4.3피해자 회복탄력성 연구' 보고서는 조사 결과 뿐만 아니라 1945년 8월 15일 해방부터 2019년 군법회의 공소기각 판결까지 길고 긴 역사의 흐름을 요약 서술하면서 4.3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더불어 11명의 상세한 구술 녹취록도 부록으로 수록해 소장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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