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72주년 기획] 4.3피해 회복탄력성 (1) 서론

제주4.3은 현재 진행형인가? 아니면 70여년이 지난 이미 끝난 일인가? 최근 법원의 군법회의 공소기각 판결을 보더라도 4.3이란 족쇄를 풀지 못한 억울한 시민들이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 긴 시간이 흐르면서 4.3을 겪은 피해자들의 마음은 어느 정도 나아졌을까. 전 국무총리소속 4.3위원회 전문위원 김종민은 최근 제주학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4.3피해자 회복탄력성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4.3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긴 피해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의 내적 회복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제주의소리]는 4.3 72주년을 맞아 김종민 전 전문위원의 연구를 6일부터 월요일, 목요일 총 8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Ⅰ. 서론

1. 연구 필요성

지금까지 4.3 연구는 역사학, 사회학, 정치학 등의 학문 분야에서 주로 4.3의 진상규명과 피해사실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었다. 또한, 2018년 제주4.3 70주년을 계기로 최근의 4.3 연구는 지금까지 연구결과물을 기반으로 제주지역을 넘어 전국적, 세계적 주요 관심 주제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4.3 연구는 진상규명과 더불어 주로 정치·사회 환경의 변화 등 거시적인 담론에서 이루어져 왔고, 4.3피해자들의 삶이 정치·사회적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주목하는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4.3피해자들은 현재 고령의 나이로 피해지역인 제주사회에서 70년을 넘게 생활하고 있다. 4.3을 겪는 동안 가족과 이웃, 삶의 터전을 잃는 등 극한의 단절, 배제, 절멸되는 상황을 겪었다. 또한 4.3 이후 정치·사회적 변화 과정에서 생긴 여러 제도와 사회적 담론, 공동체 활동 등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4.3 당시, 또는 그 이후에 그들은 어떻게 극한 상황을 이겨내고자 했을까? 무엇이 그들의 삶에 방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어떤 것들이 그들의 삶에 있어 회복을 돕는 요인이 되었을까? 피해자들이 겪은 70년이 넘는 삶의 경로를 추적하면서 어떠한 사회 환경, 사회 제도 그리고 시민의식 등이 4.3피해자들이 다시 삶을 긍정적으로 회복하는데 영향을 주었을까? 그리고 그들의 회복력을 돕기 위해 향후 어떤 정치·사회적인 변화와 제도, 공동체의 노력이 필요할까?

4.3피해자들은 현재 고령의 나이로 피해지역인 제주사회에서 70년을 넘게 생활하고 있다. 4.3을 겪는 동안 가족과 이웃, 삶의 터전을 잃는 등 극한의 단절, 배제, 절멸되는 상황을 겪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4.3피해자들은 현재 고령의 나이로 피해지역인 제주사회에서 70년을 넘게 생활하고 있다. 4.3을 겪는 동안 가족과 이웃, 삶의 터전을 잃는 등 극한의 단절, 배제, 절멸되는 상황을 겪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4.3 이후 변화되는 사회 환경이 4.3피해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회복탄력성’ 이라는 개념과 접목하여 4.3피해자의 삶의 경로를 추적하는 구술조사를 진행하였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역경에 노출된 개인이 보호요인의 긍정적 작용으로 인하여 부정적 결과를 감소시키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함으로써 적응을 잘 이루어내는 것을 말한다(Germezy, 1993; Masten, 2001; McWhiter et al, 2004). Roberts와 Masten(2004)은 개인의 회복탄력성을 형성하는 데에 환경적 요소와 전후 맥락적인 요소들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Dyer와 MeGuinness(1966)은 이러한 관점을 지지하면서 회복탄력성은 고정된 무엇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며, 개인을 둘러싼 다양한 요소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존한다고 하였다(Lee Ji Hee et al, 2012). 회복탄력성은 개인과 가족, 사회공동체, 사회시스템과 같은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겨나는 적응과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회복탄력성을 개인과 사회환경, 중간매개 등이 다양한 상호작용관계에 따라 변화하는 역동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즉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생성된 사회제도, 공동체 의식 등이 개인의 회복탄력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 환경의 변화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사회제도와 시민의식의 변화를 발생시키거나 소멸시키기도 하는 개연성이 존재하거나 우연성이 진화하기도 한다. 따라서 생애주기별 조사를 통해 개연성과 우연성이 어떠한 변화를 보여주며, 이를 통해 개인의 회복탄력성의 정도는 어떠한지를 연구할 수 있다. 결국 회복탄력성은 사회 환경, 사회제도와 공동체 그리고 개인의 상호작용적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이전까지의 제주 사회 환경은 4.3피해자들이 사회적응을 원활히 할 수 없도록 사회제도적 장치 및 시민의식 체계가 닫혀 있었다. 이러한 사회 환경과 제도적 장치들은 4.3피해자의 회복탄력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으며, 이로 인해 4.3피해자의 심리적 트라우마는 더욱 축적되어갔고, 연좌제 등의 사회제도 및 시민의식 수준은 4.3피해자의 사회적응을 막는 족쇄로 작용하였다. 

이후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으로 시민들의 역량이 강화되고 언론사의 4.3연재와 4.3연구소 및 유족회 등이 발족하면서 4.3에 대한 진상규명이 촉진되었다. 이러한 사회 환경의 변화는 4.3피해자들의 회복탄력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였다. 

본 연구는 첫째, 4.3피해자들이 제주지역 사회·환경 요인들에 의해 자신의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받았는지, 아니면 현재에도 회복되지 않았는지 다변적 상호작용 연구방법으로 원인(사회 환경) ↔ 중개(사회제도, 공동체 등) ↔ 결과(회복탄력성의 정도)를 생애주기별 구술조사를 통해 파악하고자 한다. 특히 기존 연구가 사건(원인)과 피해(결과) 중심인데 반해, 본 연구는 사회제도, 공동체 등을 매개로 하는 다변적 상호작용에 중점을 두고 연구하고자 한다. 즉, 본 연구는 4.3과 관련된 정치·사회적 변화가 피해자들의 인식뿐만 아니라 회복탄력성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그 상호관계를 구술조사를 통해 분석하고자 한다.

2. 연구범위 및 방법

주어진 사회 환경은 개인의 사회심리적 상태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특히 제주사회에서 4.3은 70여 년 간 4.3피해자의 사회심리적 상태에 영향을 주었다. 본 연구는 사회심리학적 용어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활용하여 주어진 제주 사회의 환경 뿐만 아니라 사회제도 및 공동체의 변화가 4.3피해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연구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제주4.3이 직접 4.3피해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연구하고자 함과 동시에 매개적 변수로 70년 동안 변화하고 있는 사회제도, 공동체 등이 4.3피해자의 생애주기를 통해 어떠한 회복탄력성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지를 구술조사를 통해 조사하였다. 

2-1. 연구범위

연구대상자 범위는 제주 전 지역을 대상으로 4.3피해자 11명을 선정하여 생애주기별 조사를 하였다. 

연구기간은 2019년 5월 1일부터 2019년 10월 30일까지 6개월 간 심층면접이 이루어졌다. 생애 주기별 경험을 통해 주어진 사회 환경, 사회제도 및 공동체의 변화 그리고 개인의 회복탄력성의 관계를 연구하였다. 

그런데 4.3피해자를 대상으로 생애 주기별 경험을 통해 주어진 사회 환경, 사회제도 및 공동체의 변화 그리고 개인의 회복탄력성의 관계를 추적해야 하는 과제는 단기간에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 본 연구는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임에도, 책임연구원이 이전에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던 조사대상자를 선정하여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독특한 연구범위를 채택하고 있다. 총 11명의 조사 대상자 중 7명이 1996년부터 2019년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심층면접이 이루어진 대상자라는 점이 작용하여 그간의 삶의 변화와 회복탄력의 정도를 추적할 수 있었다. 따라서 본 연구의 수행기간 이전에 조사된 내용도 주요한 조사 분석의 내용이 된다. 이는 본 연구의 책임을 맡은 책임연구원의 지속적인 연구 결과가 존재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또한 4명은 4.3 이후 개인과 사회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반응을 하면서 성장과 도약의 기회로 생애 주기를 경험한 사례 대상자로 추가로 선정하였다.

조사대상자 선정 기준은 ‘극한의 상황’에 몰렸는지 여부에 따라 정해졌다. 즉 ‘할아버지와 큰아버지가 희생된 경우’보다는 ‘10살 안팎의 나이에 아버지와 형을 잃어 집안의 노동력이 상실되는 바람에 슬픔을 넘어 생존 자체가 어려웠던 경우’를 주요 기준으로 삼아 조사대상자를 선정했다.

조사는 1차에서 3차에 걸쳐 진행되었다. 1차 조사는 1993년부터 시작되었고, 1995년, 1996년, 1997년, 1999년, 2012년 그리고 2019년에 이르기까지 조사는 지속해서 진행되었다. 이번 연구 기간에 조사대상자 4명의 증언자가 추가되었다.

본 연구에서 ‘4.3피해자’는 제주4.3로 인한 희생자뿐만 아니라 제주4.3을 경험한 희생자의 유족을 포괄하였다. 

연구 대상자 11명에 대한 일반사항과 조사일지는 <표1>, <표2>와 같다. 

제공=제주학연구센터. ⓒ제주의소리
제공=제주학연구센터. ⓒ제주의소리
제공=제주학연구센터. ⓒ제주의소리
제공=제주학연구센터. ⓒ제주의소리

<표 1>에서 알 수 있듯이 조사대상자의 출생년도는 1929년생(당시 20세)에서 1947년생(당시 2세)까지 분포되어있으며, 피해지역은 제주 전역에 걸쳐 있다.

직업은 농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2/3에 해당하고 있지만 공무원, 건축업을 했던 대상자도 있었다.    

조사대상자의 학력은 무학에서 고등학교 졸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데, 초등학교 중퇴 및 졸업 이하가 50%, 이와 달리 고등학교 중퇴 이상도 50%를 차지하고 있어 학력 차이는 컸다. 가정 경제가 어려워 학교를 다니지 못하거나 4.3로 학업을 중단한 경우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경제적 뒷받침이 있으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조사대상자 중 연좌제를 의식해 공무원이 되는 길을 아예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증언하는 경우도 있었다. 

2-2. 연구방법

우선 기존의 문헌 자료들을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1) 4.3피해자 대한 연구 문헌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하였다. 첫째, 제주4.3평화재단의 아카이브 자료를 분석하였고, 둘째, 기존에 출간된 문헌에서의 인터뷰 자료를 분석하였으며, 셋째 책임연구원의 기존 인터뷰 자료를 분석하였다. (2) 사회심리학적 용어인 ‘회복탄력성’에 관한 연구 문헌을 수집하여 분석하였고, 기존 연구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상호작용적 관점’의 연구 문헌을 수집 분석하였다.

연구방법은 제주 사회 환경과 사회제도의 변화가 4.3피해자의 회복탄력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삶의 경로에 따라 조사하고자 정형화된 질문지를 작성하였으며, 이를 근거하여 면담조사를 실시하는 질적 방법론을 채택하였다. 

정형화된 질문지는 크게 6부분으로 구성한다. 일반사항은 피해자의 인적사항에 대한 질문이다. 그리고 4.3 당시 피해자는 어떻게 제주 사회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피해지역은 어디였는지, 피해는 어느 정도였는지 그리고 피해자로서 어떻게 삶을 살아왔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사회제도와 공동체의 변화는 세 부분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첫째, 민주화운동 이전 실시된 연좌제가 실제로 4.3피해자의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주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둘째로,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4.3에 대한 시민의식이 변화하고 4.3 관련 대화의 장이 열린 것이 4.3피해자의 회복탄력성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유족회 참여는 어떤 영향을 질문하고자 했다. 그리고 사회 환경의 변화로 제주4.3특별법이 제정된 2000년과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제주4.3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사과 그리고 4.3평화공원 조성 등은 4.3피해자의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질문하고자 했다. 끝으로 4.3피해자로서 향후 제주사회의 미래에 대한 바람, 또는 다음 세대가 4.3을 어떻게 인식했으면 좋을지에 대한 바람을 질문하였다. 면담조사 때 이용했던 질문지는 <표3>과 같다. 

제공=제주학연구센터. ⓒ제주의소리
제공=제주학연구센터. ⓒ제주의소리

4.3피해자는 주어진 사회 환경과 사회 제도 및 공동체의 변화, 그리고 자신의 극복 의지에 따라 회복탄력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사회 환경 및 제도가 변화하더라도 피해의 수준과 트라우마의 정도에 따라 회복탄력성이 낮거나 전혀 회복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정형화된 질문지를 사용함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개인의 독특한 경험과 비정상적인 심리적 반응(우울증, 악몽 등)에도 주안점을 두고 구술조사를 진행하였다. 

주어진 사회 환경, 사회제도 및 공동체의 변화가 개인의 회복탄력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다.

가설 1. 민주화 이전 시기에 시행된 연좌제로 인해 4.3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공공기관 등에 취업할 수 없었지만 연좌제 폐지 이후에는 공공기관에 취업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 4.3피해자의 회복탄력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가설 2. 1987년 민주화운동은 시민의식과 역량을 강화시켰고, 이를 계기로 출발한 언론의 4.3취재와 보도, 4.3연구소 및 4.3유족회의 출범, 그리고 문화예술 단체의 4.3관련 활동이 4.3피해자의 회복탄력에 영향을 주었다. 또한 민주화운동 이전에는 4.3 관련 대화의 장이 단절되었지만 민주화운동을 계기로 자신들의 피해 경험을 발설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정신적 상처에 대한 치유가 가능해졌다.

가설 3. 정치·사회적 변화에 따른 사회제도의 변화(희생자들을 위령하는 제주4.3평화공원 조성, 4.3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 등)가 4.3피해자들의 회복탄력에 도움이 되었다.

가설 4. 제주4.3특별법의 제정과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가 4.3피해자들에게 회복탄력에 영향을 주었다. 

2-3. 연구기간 

○ 조사기간: 2019년 5월 1일 ~ 2019년 10월 31일(6개월)
○ 조사지역: 제주특별자치도 전지역

3. 선행연구와의 차별성

1970년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회복탄력성의 논의는 우연성에서 시작된다. 계급이 재생산되는 개연성을 비판하며 저소득층의 자녀들도 계층 상승의 우연성이 존재함을 분석하며 시작되었다. ‘회복탄력성’이란 자신에게 닥친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것이며, 여기에서 조력자의 존재가 강조된다. 즉, 개인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데 있어서 조력자의 역할이 회복탄력성에 작용함을 조사하고 있다. 계급이 세대 대물림 현상으로 나타남을 인정하지만, 일정 부분은 계급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의식적 노력이 존재하고, 여기에 조력자의 도움이 존재한다면 개인의 상향 이동에 큰 탄력을 받게 된다. 즉, 사회 환경(계급) - 조력자(보호자) - 회복탄력성(상향 이동)이란 연구 관점을 통해 원인(환경 : 계급) - 결과(적응 혹은 작용 : 계급재생산)의 결정론적 사고를 거부하고 있다.

2000년대부터 시작되고 있는 한국에서의 회복탄력성 논의는 결정론적 관점에서 개인의 환경에 대한 적응 또는 환경의 작용에 의한 원인과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제주에서 회복탄력성 논의는 지난해인 2018년 현혜경과 부은혜의 '제주지역 가족공동체 회복탄력성에 대한 연구'가 처음이다. 이 연구에서도 한국의 회복탄력성 논의와 유사하게 부모가 제공한 환경에 대한 적응이라는 결정론적 관점을 따르고 있다. 특히 자녀의 회복탄력에 발판을 제공하는 부모의 개인적 환경인 인성에 주목하고 있다. 즉, 청소년의 성장을 위해서는 부모 즉, 어른의 성장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겠다(현혜경·부은혜, 2018, ⅶ-ⅷ).

하지만 본 연구에서 ‘회복탄력성’은 사회 환경, 중간매개 그리고 개인의 다변적 상호작용관계에 주목한 개념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개인이 주어진 사회 환경에 적응하고 극복하려는 의식적 부분도 중요하지만 사회 환경의 적극적 개입 역시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사회 환경의 변화와 함께 생성된 사회제도, 의식체계(공동체) 등이 개인의 회복탄력성에 작용함을 주목하고자 한다. 사회 환경의 변화는 명확하게 개인의 회복탄력성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또한 사회 환경의 변화 속도도 개인의 회복탄력성에 주요한 영향 요소로 작동한다. 개인은 주어진 사회 환경에 적응하고 극복하려고 하지만 개인의 노력과 의지만으로는 할 수 없는 분명한 제약이 존재한다. 또한 주어진 사회 환경이 변화했음에도 개인의 회복 의지가 쇠약하다면 회복탄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 

사회 환경의 변화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사회제도와 시민의식의 변화를 발생시키거나 소멸시키기도 한다. 개연성이 존재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질 수도 있으며, 우연성이 진화하기도 한다. 따라서 생애주기별 조사를 통해 개연성과 우연성이 어떠한 변화를 보여주며, 이를 통해 개인의 회복탄력성의 정도는 어떠한지를 연구할 수 있다. 결국 회복탄력성은 사회 환경, 사회제도와 공동체 그리고 개인의 상호작용적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4.3피해자는 사회 환경의 변화와 자신의 극복 의지에 따라 회복탄력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또한 사회 환경이 변화하더라도 자신의 피해 경험과 트라우마의 수준에 따라 회복탄력성의 정도가 낮거나, 전혀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할 수도 있다. 여기에는 중간 매개체인 사회제도와 시민의식의 변화 등이 복잡하게 작용을 하게 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개인의 생애주기별 심층 인터뷰를 통해 4.3피해자의 회복탄력성에 대해 다변적 상호작용 관점을 통해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 김종민은?

김종민(59)은 4.3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일간지 기자 4.3취재반 13년, 국무총리 소속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 13년, 그리고 지금까지 30여년간 오로지 4.3 연구에만 매달리고 있다. 제민일보 ‘4.3은 말한다’ 취재보도, 정부 진상조사보고서 작성, 4.3평화기념관 전시 설명문 작성, 희생자·유족 인정, 일부 희생자를 제외시키라는 극우보수단체와의 숱한 송사를 맡아 승리로 이끌었다. 지금은 낮엔 농사를 짓고 밤엔 글을 쓰고 있다. 기자시절 무려 7000여명의 4.3유족들로부터 증언을 채록한 역사학도(고려대 사학과 졸업)로서의 집요함을 보였다. 이 방대한 증언은 4.3의 진실을 밝히는데 단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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