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초대 민선 체육회장선거 앞두고 뒷말 무성 "민선 전환 취지 무색"

오는 15일 실시되는 첫 민선 제주도체육회장 선거에 나선 부평국 제주도체육회 상임부회장(왼쪽), 송승천 제주도 씨름협회장(오른쪽). ⓒ제주의소리
오는 15일 실시되는 첫 민선 제주도체육회장 선거에 나선 부평국 제주도체육회 상임부회장(왼쪽), 송승천 제주도 씨름협회장(오른쪽). ⓒ제주의소리

'양자구도'로 치러지는 초대 민선 제주도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선거인단 구성에서부터 관권선거 논란이 일더니 후보 정책․공약을 상호 비교․검증할 수 있는 정책토론회 한 번 없이 ‘깜깜이’ 선거로 전락했다.

오는 15일 실시되는 제주도체육회장 선거는 부평국 전 제주도체육회 상임부회장과 송승천 제주도씨름협회장의 2파전으로 치러진다. 이미 선거인단을 확정짓고 사실상 본 투표만을 남겨두고 있다.

민선 체육회장 선거의 본 취지는 크게 두 가지다. 가장 중요한 취지는 체육계의 정치색을 배제하기 위함이다. 

이전까지 지역 체육회장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당연직으로 맡아 왔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예산과 인사 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체육계의 경우 선거 때마다 특정 후보의 정치세력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체육회 사무를 총괄하는 상임부회장은 사실상 선거공신에게 돌아가는 낙하산 자리로 분류돼 왔다. 

이에 국회는 지난 2018년 12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의결했고, 이듬해인 2019년 1월 15일에 해당 개정안이 공포됐다. 개정안이 공포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1월15일 초대 민선 체육회장 선거가 치러진다.

선거의 또 다른 취지는 체육을 체육인들의 전유물이 아닌 도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투표인단은 종목 단체를 대표하는 이들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선정된 체육인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사실상 본 투표만을 앞두고 있는 민선 체육회장 선거가 과연 이 같은 취지를 제대로 녹여냈는지에 대해서는 체육계 안팎에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현직 지사 처남이?" 노골적 정치세력 개입 구설수

부 후보와 송 후보는 수십여년 간 제주 체육계에 몸담으면서 공히 체육계 발전에 이바지한 인물들로 평가된다. 문제는 두 후보의 이력이 정치적인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실제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이 같은 의혹이 표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 후보의 경우 민선 6기 원희룡 도정 출범 당시 새도정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내는 등 체육계의 대표적인 원희룡 지사 측근으로 분류된다. 지방선거 당시 부 후보의 직계가족이 원 지사 캠프에 몸담았던 것은 도민사회에 익히 알려져있다.

이 같은 이력으로 인해 이번 체육회장 선거 과정에서도 원 지사의 선거조직이 일찌감치 지원사격에 나선 정황이 여럿 포착됐다.

최근 원 지사의 처남 A씨가 자신의 SNS를 통해 부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반복적으로 게재해 구설수에 올랐다. 개인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는 있지만, A씨가 현직 지사의 친인척이라는 점에서 체육계에서는 뒷말이 오갔다. 원 지사의 개인 팬클럽 성격인 '프랜즈원' 역시 공식 홈페이지와 회원들의 개인 SNS 등을 통해 부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송 후보는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 재임 시절인 2011년 도체육회 상임부회장을 지닌 이력을 지니고 있다. 지방선거 때마다 우 전 지사의 캠프 핵심인사로 몸담기도 했다.

우 전 지사의 경우 마지막 임기를 마친 지난 2012년 이후 지역정가에 얼굴을 비치지 않고 있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덜한 상황이지만, 체육계 일각에서는 원 지사를 견제하는 세력이 송 후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본다. 특정 정당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있다.

두 후보 모두 선거가 정치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부 후보측 관계자는 "체육인들을 부지런히 만나기도 바쁜 시점에 도지사를 만나거나 지사 팬클럽을 만나거나 그런 적은 없다. 지원해달라는 요청도 하지않았다"며 "자율적으로 돕는 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후보와 직접적으로 연결됐다는 것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송 후보측 관계자 역시 "체육회장을 뽑는데 정치적으로 연결짓는 것은 억측에 불과하다. 선거를 돕거 있는 주변인들은 지인이나 선후배 뿐이고 정치적인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며 "상대 후보를 누가 돕는다는 것은 그들만의 사정일 뿐 우리는 제주체육만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 "공약은? 소견은?" 도민사회 소통채널 잃은 '깜깜이 선거'

선거가 소위 '깜깜이'로 치러지면서 사실상 혈연·지연 등 인맥에만 의존하도록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선거를 치르기 위해 구성된 제주도체육회 선거관리위원회의 미흡한 대응이 불신을 키운 모양새다.

선관위는 후보 접수와 선거인단 확정 등의 행정절차를 거친 후 지난 8일 두 후보가 참석하는 '기자간담회'를 주최했다. 이 자리는 두 후보자 간 마주하는 상황이 허용되지 않는 제약 속에서 진행됐다.

간담회는 두 후보에게 각각 5분의 모두발언과 15분의 질의응답 시간을 동일하게 배정하고,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종료됐다. 체육계 전반적인 정책을 묻기에도 턱 없이 부족했을 뿐더러, 각 후보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한 질의만 오갔을 뿐이었다. 선관위가 계획한 행사는 이날 간담회가 마지막이었다.

결과적으로 두 후보가 도민사회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각각의 출마 기자회견, 지난 8일 열린 합동기자간담회 등 단 두 차례 뿐이었다.

이 외의 선거운동은 후보자 본인이나 직계비속이 선거인단에게 개인적으로 문자·전화를 돌리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가뜩이나 후보의 공약이나 소신 등을 제대로 알릴 기회가 없는 선거에서 체육계의 이슈를 도민사회에 알릴만한 기회조차 제한받은 셈이다.

이 밖에도 선관위가 각 후보에게 발송한 선거인단 명단에 오류가 발생해 후보 측의 항의를 사기도 했고, 도체육회 사무국이 특정 후보의 기부금 내역을 실수로 누락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부추기기도 했다.

체육계 내부 관계자는 "아무리 과열 양상을 방지한다고는 하지만 유권자들에게 공약이나 포부를 밝힐 기회조차 주지 못하는 선거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고싶다"고 뼈있는 일침을 가했다. 

이 관계자는 "민선 체육회가 처음으로 출범하는만큼 첫 당선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200여명의 선거인단과 의견을 교환하고 그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하는 것 아니냐"며 "지금의 선거는 선거인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강조하면서 정에 호소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회의감을 표했다.

체육계 소식에 정통한 또 다른 관계자는 "선거가 별다른 이슈 없이 조용히 치러지길 원하는 후보가 있을 것이다. 굳이 상대 후보와의 갈등을 일으켜봐야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선거판이 흘러가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누가 승자가 되더라도 선거 이후의 갈등을 봉합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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