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현역의원 불출마 땐 전략공천 가능성도…민주당 후보군 셈법 ‘복잡’

제주 최초로 내리 4선을 달성한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국회의원이 4.15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최대 격전지를 예고한 제주시갑 선거구가 더욱 요동치기 시작했다.

원내 정당 대부분 후보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의 정당지지도를 기준으로 봤을 때 당선권에 가장 근접한 집권여당 후보로 누가 나설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창일 의원은 12일 제주한라대학교 한라아트홀에서 열린 ‘뚝심으로 일구어낸 16년간의 기록’ 의정보고회에서 4월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연말부터 ‘불출마說’이 나돌긴 했어도 이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창일 의원은 “지난 2개월간 1000통 이상의 전화를 받았다. 제주에 다선․중진 의원이 있어야 한다며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고심 끝에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그렇다고 정치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온 몸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4선 강창일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당장 더불어민주당 후보군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본선보다 공천권을 따내기 위한 예선전이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후보군으로는 일찌감치 선거전에 뛰어는 박희수(59) 전 제주도의회 의장 외에 최근에는 문윤택(53) 제주국제대학교 교수가 주변에 출마결심 소식을 알렸다.

그 동안 링 밖에서 관망하던 3선의 박원철(58)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도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그는 최근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출마하기로 결심했다. 공직자 사퇴시한인 16일까지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결정할지, 아니면 이곳에 전략 공천할 지도 눈여겨봐야 할 관전포인트다.

경선을 한다면 박원철 의원은 심사에서 25% 감점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해야 한다. 민주당은 선출직 공직자가 중도 사퇴할 경우 심사에서 25%를 감점한다는 공천룰을 일찌감치 확정한 바 있다.

이 경우 경선에 대비해 권리당원을 확보해둔 박희수 전 의장이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방정가 소식통에 따르면 박 전 의장은 경선에 대비해 2000명 정도 입당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문윤택 교수도 당내 경선에 한 번도 참여한 적 없는 정치신인에 부여하는 가산점(20%)을 받을 수 있지만, 출발 자체가 상대적으로 늦은 점은 감안하면 선두주자들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외의 선거판이 전개될 수도 있다. 현역의원이 불출마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당지도부가 전략 공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방정가에서는 ‘설(說)’ 수준이긴 했지만, 송재호(60)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의 ‘구원등판론’이 나돌기도 했었다.

송 위원장은 최근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강창일 의원의 출마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면서 “그것은 그야말로 소설이다. 당에서 어떠한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손사래를 쳤었다.

하지만, ‘강창일 의원=출마’라는 전제조건이 사라진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만에 하나 현역의원 불출마에 따른 ‘플랜B’ 차원에서 전략공천이 검토된다며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만약 송 위원장이 출마 뜻을 품는다면 16일까지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제주시갑 선거구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하면서 일찌감치 선거전에 뛰어든 나머지 후보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게 뻔하다.

공천 잡음 때문에 도저히 질 수 없는 싸움이라던 2018년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완패했던 기억이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생생하다.

집권여당의 4선 현역의원의 불출마가 야당들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구자헌(52) 제주시갑 당협위원장, 고경실(64) 전 제주시장, 김영진(53) 전 제주도관광협회장이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밖에도 바른미래당 장성철(53) 제주도당위원장(직무대행), 정의당 고병수(56) 제주도당위원장이 누가 제1․2야당 후보로 본선에 오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직 정당에 몸담지 않고 있는 양길현(64) 제주대 교수, 김용철(54) 공인회계사, 임효준(48) 전 제주매일 부국장 등도 골리앗을 꺾은 다윗처럼 이변의 주인공이 되겠다며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역 의원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의 된 제주시갑 선거구의 새로운 맹주가 되기 위한 선거전은 당분간 대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더욱 불을 뿜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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